우리 동네 야구팀-61화
감독의 말대로 우리는 각자 하던 훈련을 멈추고 떨어진 공들을 다시 주워담는등 간단하게 정리를 했다. 그리고 다음 로테이션으로 돌아가서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로테이션은 캐치볼. 하지만 배터리인 종빈이랑 나로서는 거의 피칭훈련이나 다름없었다.
"야, 뭐야. 왜 입고있어?"
"감독님이 조금 주고받다가 그냥 피칭하래."
종빈이를 쳐다보니까 어느새 갈아입은건지 마스크를 제외한 포수장비를 전부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 차림 그대로 나에게 공을 던져줬다. 그다음에 캐치볼이고 뭐고 할것도 없이 그냥 자리에 주저앉았다.
종빈이가 쪼그려앉자 나는 평상시랑 다르게 순간적으로 온몸의 근육이 조금씩 긴장하는것이 느껴졌다.
여태까지의 경기는 뒤에 벽이 있어서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면, 지금은 뒤에 아무것도 없었다. 텅텅 비어있었다. 그래서인지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공을 집어넣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고 있었다.
"워워, 어깨 힘 빼고. 뒤로 빠져도 괜찮으니까 그냥 막 던져."
그때, 감독이 지나가면서 나에게 툭 던지듯이 말을 건넸다. 뒤를 돌아서 쳐다보니까 자신의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툭툭 치는 감독,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고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눈을 뜨니까 아까보다는 좀 더 나이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준비가 됐다는걸 눈치챘는지 사인을 보내오는 종빈이. 직구 사인에 미트를 한가운데로 내밀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사인대로 직구 그립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왼다리를 들어올렸다가 앞으로 쭉 뻗으면서 오른팔을 휘둘렀다.
슈욱- 퍼엉-
"살살던진거지?"
공을 받은 종빈이가 나에게 물어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종빈이가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확실히 아까의 공은 여태 시합들에 비해서 반정도의 힘으로 던진 공이었다. 그래서인지 확실히 공이 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몸을 푸는 단계, 나는 어깨를 몇번 돌리고는 이번엔 조금 더 세게 던졌다.
슈욱- 파앙-
이번에는 공이 들어가는 소리가 조금 달랐다. 확실히 아까보다는 훨씬 더 빨라진 느낌, 종빈이도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공을 던져줬다.
그뒤로 나는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면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럻게 한 20구 정도부터는 거의 전력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수혁아, 잠깐만."
그렇게 열심히 공을 던지고 있을때, 감독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네."
나는 고개를 돌려서 감독을 쳐다봤다. 감독은 오른손에 야구공을 쥔채로 그 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쳐다보는걸 보자 고개를 들었다.
"지난번 시합때부터 봐왔지만, 너 투구폼이 조금 특이하더라. 스리쿼터랑 사이드암의 사이 같은데, 누구 영향이냐?"
감독은 뭔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태까지 감독이랑 지내면서 감독의 진지한 표정이 나올떄는 딱 두가지 상황이었다. 경기중이거나, 아니면 뭔가 자신의 호기심이 발동할때 뿐이었다.
"어렸을때 야구중계를 보다가 그 폼이 멋있어보여서요. 근데 제구 잡기가 조금 힘들어서 제구가 좋지 않은 날에는 팔을 조금 올려서 거의 스리쿼터에 가깝게 던져요. 그래도 던지는 감각은 비슷하거든요."
감독은 내 말에 내 팔각독을 한번 체크해보는지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나를 쳐다봤다.
"그래, 그렇긴 하네. 그래서 네가 그때 커브의 궤적이 달랐었네보네."
"네. 팔각도가 사이드암이랑 가까우니까 거의 슬라이더랑 섞인것 같이 거의 45도로 떨어지더라고요."
"확실히 매력적이긴 하네."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면서 잠시 뭔가 생각을 하는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잡념에 빠져들었다.
확실히 내 커브가 보통 커브보다는 옆으로 휘는 각이 거 크긴 했었다. 그래서 많은 애들이 놀랄뿐더러, 몇몇 애들은 슬라이더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커브가 아닌 다른 구종인가 하면서 몇몇 정보들을 검색해봤다. 하지만 스리쿼터로 던진때는 확실히 거의 아래로 떨어지는 평범한 커브였다. 다른 구종은 아니었었다.
"아, 내가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고."
내가 다른 생각을 하던 사이, 감독이 다시 오른손에 쥐고 있던 공을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나를 쳐다봤다.
"앞으로 대회에 나갈거라면 투피치로는 한계가 있을거야. 다른 투수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우리팀의 투수는 너 하나니까"
"네."
나는 감독의 말을 경청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감독은 공을 쥐고있는 오른손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그래서 난 너에게 투심을 가르쳐 주려고 한다."
나는 감독의 말에 감독의 오른손을 쳐다봤다. 감독의 오른손에는 투심 같아보이는 그립으로 공이 잡혀있었다.
그런데 보통 투심 그립이랑은 조금 달랐다. 검지와 중지를 모두 실밥 위에 올리는 그립이 아닌, 두 손가락을 거의 붙이고서 한 실밥위에 나란히 올려놓은 그립이었다.
"이게 그립이에요?"
내가 물어보자 감독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원래 그립에서 내 스타일대로 바꾼거지."
나는 감독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글러브 안에 있던 공을 꺼내서 감독의 잡은 그립대로 한번 잡아봤다.
그립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뭔가 진구를 던질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내가 그립을 한번 잡아보자 감독은 그거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내가 있던 자리로 오더니 종빈이게 한번 눈짓을 하고는 그대로 공을 꽂아넣었다.
슈웅- 파앙-
"으어..."
공은 매우 빠르게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내 공과는 전혀 비교도 하지 못할 구속이었다. 매우 빨랐다. 역시 선수출신이라 다른것 같아보였다.
"어떠냐?"
감독은 멍하니 미트만 바라보던 나에게 물어봤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면서 감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 멀리서도 공이 휘는게 잘 보이네요. 너무 확 휘는건 아니지만, 보통 투심보다는 훨씬 더 많이 휘는것 같아요."
나는 잠깐이긴 했지만, 감독이 던진 공을 찬찬히 떠올리면서 내가 느낀 그대로를 말했다. 그러자 감독은 나를 쳐다보면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그거야. 너무 확 휘는건 아니지만, 조금 휘면서 상대의 스윗스팟을 피해가서 땅볼을 유도한다. 바로 그거야."
감독은 매우 좋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도 충분히 좋은 구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조금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왜 갑자기 나에게 투심을 가르치려는건지, 그 이유가 짐작은 가지만 그립에서 조금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궁금한거는 바로 질문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 나는 곧바로 감독에게 물어봤다.
"감독님, 그런데 투심의 그립이 왜 이런거에요?"
내 물음에 감독은 종빈이에게 공을 바도는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공을 다시 그 그립으로 잡고서 쳐다봤다.
"음... 그냥 내가 쓰던 그립이 이 그립이라서 그냥 무의식적으로 너에게 보여준거야. 그리고 넌 일반적인 그립으로 던질거고."
"아... 그렇군요."
나는 감독의 대답에 살짝씩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감독은 나에게 공을 건네주고는 나보고 던져보라는건지 자리를 비켜주었다.
나는 감독이 비켜준 자리로 갔다. 그리고는 일반적인 투심 그립으로 잡은 다음에 종빈이를 쳐다봤다. 그리고 미트에 시선을 집중한 다음에 공을 던졌다.
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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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대진표(1)201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