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62화
슈욱- 퍼엉-
공은 직구랑 별로 다를바 없이 날아가다가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느낌이 뭔가가 이상했다. 야구공의 실밥이 손에 걸려서 날아가지 않는, 채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가 이상했다.
나는 내 오른손을 들어서 한번 살펴봤다. 하지만 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고 공에 문제가 있을리는 없을거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그냥 느낌이었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그래도 던지다보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일단 종빈이가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똑같은 그립으로 공을 던졌다.
슈욱- 타탁-
"으앗!"
하지만 이번 공은 바운드볼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종빈이가 블로킹 자세로 안전하게 잘 포구했다는 점이었다.
"후우..."
생각대로 던져지지 않는공. 그러면서 내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공을 다시 받은 다음에 감독을 슬쩍 쳐다봤다.
감독도 그닥 좋은 표정은 아닌것 같았다. 나는 다시 종빈이이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번에도 다시 투심 그립을 잡으려는 찰나 조금 전에 감독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음... 그냥 내가 쓰던 그립이 이 그립이라서 그냥 무의식적으로 너에게 보여준거야'
감독이 던지던 그립, 잡아봤을때도 일반적인 그립보다는 훨씬 더 편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립이 어떻든간에 잘만 던지면 장땡. 나는 감독이 잡는 그립으로 한번 바꿔봤다. 그다음 미트에 그대로 꽂아넣었다.
슈욱- 파앙-
생각보다 잘 날아간 공. 그리고 휘는 각도는 잘 보이지 않앗지만, 공의 위력이 줄어들거나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서 감독을 쳐다봤다. 감독은 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의 긍정적인 반응에 내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그뒤로 투심을 던지면 던질수록
슈욱- 파앙-
공이 조금씩 휘는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슈욱- 파앙-
점차 구속도 직구랑 거의 비슷해져 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
'이녀석... 생각보다 쉽게 익히는데?'
수혁이 점점 투심을 조금씩 다루는 감을 알아가는 즈음, 용식은 매우 놀란 눈빛으로 수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처음에 투심을 가르쳐 줬을때는 아마 적어도 공이 휘려면 약 일주일은 걸릴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한번 틀렸고, 또 한번 틀렸다.
처음에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못던졌었다. 마치 투심이 수혁과 맞지 않는것처럼 바운드볼에, 확 빠지는 볼만 던져댔었다. 그게 그의 예상이 첫번째로 틀린 순간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공이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뒤로 공이 조금씩 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공이 휘는게 여기서도 매우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렇게까지 놀랄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휘는 궤적이 자신이 던지던 궤적이랑 거의 맞먹고 있었다. 마치 투심을 몇년간 던진 아니, 아예 타고난 사람처럼 능숙하게 투심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수혁이 용식을 슬쩍 쳐다봤다. 용식은 좋다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표정이 조금 밝아지는 수혁, 그리고는 다시 열심히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용식은 그런 수혁을 계속해서 말없이 쳐다봤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지난번 시합에서 본 수혁의 커브를 떠올렸다.
'이녀석 직구 구속은 조금 딸리지만... 그때 그 날카로운 커브랑 지금 이정도의 투심이라면...'
"이보게, 유용식 감독!"
하지만 생각을 하던 도중,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용식을 부르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보니까 교장이 그를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다. 결국 그는 하던 생각을 접고는 교장에게로 천천히 달려갔다.
*
다음날 교장실, 나랑 감독은 교장의 부름에 교장실에 와있었다. 그리고 평상시랑 다르게 살짝 돌아간 컴퓨터 화면. 오늘이 바로 대진표 발표일이었다.
현재 상대팀들의 전력은 아예 모르는 상황. 그래서 대진표를 봐도 어디가 강한 곳인지 어디가 약한 곳인지 아무것도 몰랐지만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고 있었다.
"자, 이제 누릅니다."
교장이 조금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대진표 보기로 점점 향하는 마우스 커서, 그리고 딸깍 소리가 들리고 나자 로딩시간도 없이 곧바로 대진표가 나타났다.
"어, 으아!"
"오오오...!"
대진표를 보자마자 각자의 탄성을 지르는 교장과 감독, 나는 표정만 살짝 변할뿐 별 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나저나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놀라는건지. 나는 감독이랑 교장을 번갈아 쳐다봤다.
"감독님, 왜 그래요? 아는 팀이라도 있어요?"
"아니."
내 물음에 감독은 매우 당당한 표정으로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그제서야 자세히 대진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나도 그제서야 우리팀을 중심으로 대진표를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우선 우리팀은 서울권 제 3조에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조에는 놀부 머니즈, 골드스타스, 레드타이거즈, 그리고 우리 D.라이더즈까지. 이렇게 총 네팀이 들어가있었고, 그중에서 두팀이 진출하는 구조였다.
일단 대진표만 봐서는 어떤팀이 강하고, 어떤팀이 약할지는 전혀 예측이되지 않았다. 일단 선수들의 목적이나 어디 출신인지, 성격 같은것도 예상이 가지 않았고, 실력은 더더욱 예상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대충 대진표를 훑어보면서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뭔가 붉은 글씨로 강조되면서 써있는 글자들. 읽어보니까 어떤 팀이든 상관없으니까 조별리그 전에 연습경기 두번 이상은 해야된다는 내용이었다.
"오, 마침 잘됬네. 안그래도 실력 테스트가 필요했었는데."
감독은 그 글을 보더니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선을 더 내리니까 보이는 각 팀의 전화번호가 보였다.
"유감독, 그러면 어떤 팀이랑 시함할건가?"
아직 어떤 팀이랑 시합을 하겠다는 감독의 말도 없었는데 교장은 벌써 전화기에 손을 가져다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눈동자. 어째 나보다 더욱더 의욕이 넘치는것 같았다.
교장의 물음에 감독은 대진표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손가락으로 어느 한 팀을 지목했다.
"우선 첫번째로는... 골드스타즈요."
"그래, 골드스타... 음? 거긴 같은 조이지 않나?"
감독의 대답에 교장은 전화를 걸려다가 놀라면서 감독을 쳐다봤다. 하지만 감독은 얼른 전화를 걸라는 눈치를 보내오고 있었다.
"아니, 같은 조끼리 미리 붙는다면 전력이 노출된텐데...? 같은조에 속한 팀들의 전력은 내가 나중에 어떻게든 구할수 있으니까..."
"아뇨, 같은조여서 붙으려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감독의 반박에 교장은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면서 감독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 어느새 감독에게로 시선이 돌아가있었다.
"그러니까... 다른 팀이랑 우리조의 팀이랑 붙는다면 우리조의 그 팀에 대한 실력을 제대로 알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정작 우리가 붙을 팀은 같은조에 있는 팀, 제대로된 정보를 얻으려면 우리가 붙어야 됩니다"
"그래도... 기껏 도전했다가 완벽하게 깨지면 어떡할건가?"
"어... 그런... 그러니까..."
감독의 대답에 교장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봤다. 그러자 감독은 이번엔 별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그점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해둔 대비책이 없는것 같았다. 조금 더 정확히는 시합만 생각하고, 그이외의 것은 생각하지 않은것 같아보였다.
그와중에 나는 감독의 말에 살짝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감독이 계속해서 말문이 없자 결국 내가 도와주기 시작했다.
"저는 감독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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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대진표(2)201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