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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63화 (63/255)

우리 동네 야구팀-63화

"저는 감독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내 말에 교장이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저희가 완벽하게 깨진다고 해서 축 처질거라면 크나큰 오해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져도 아무렇지 않다는건가?"

교장은 내말에 조금 놀라면서 물어봤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계속해서 하던 말을 이어나났다.

"아닙니다. 물론 사기가 떨어질수는 있겠죠. 하지만, 우리 D.라이더즈의 팀원들은 그 암울함, 축 처지는것 이상으로 간절함. 긴박함이 있습니다. 충분히 이겨낼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자네의 생각일 뿐인데?"

이번엔 교장이 내 말의 빈틈을 파고들어서 반박해왔다. 하지만 이건 나도 할말이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교장선생님께는 말슴 드리지 않았지만 이틀전 저녁, 성빈이하고 종빈이가 아버지의 반대로 더이상 야구를 하지 못할뻔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이 찾아가서 설득한 결과, 다시 야구를 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

"대신, 그 아버지께서 조건을 걸었습니다. 세달 내로 어떻게든 자신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가져온다는 조건으로 겨우 설득했습니다. 만약 그러지 못할경우엔, 쌍둥이는 앞으로 더이상 야구를 하지 못할겁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이 우울함을 이겨낼겁니다."

"호오... 그렇구만..."

내가 말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자 교장의 눈빛이 살짝 변하면서 놀랐는지 살짝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더 물어볼것이 남았는지 다시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 둘은 그렇다고 쳐도, 나머지는 어떡할건가?"

"그걱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떤 이유로?"

"그건..."

교장의 물음에 나는 잠시동안 시간을 대충 어떻게 말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선민이는 승부욕이 강한 녀석입니다. 가만히 냅둬도 열심히 할겁니다. 그리고 쌍둥이는 간절함이 있으니까 예외고, 영훈이는 쌍둥이가 하는거라면 계속 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순수한만큼 제가 말로 잘 구슬릴수도 있고요."

"잠깐, 자네가 잘 구슬린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내가 말하던 도중, 교장이 한번더 태클을 걸어왔다. 아, 사람 말하는데 작작좀걸지. 나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간단하게 해명했다.

"그 팀원 모두들 제가 설득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옆에게신 감독님도 제가 설득해서 모셔왔고요.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음... 그렇긴 하네. 계속 해보게."

다행히도 교장은 그정도 선에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넘어갔다.

"그리고 상민이는 엄청난 긍정파입니다. 왠만한 일에서는 딱히 충격을 받는 스타일이 아니죠. 몇달 같이 지내본 결과, 교내 구기대회에서 왕창 깨져도 실실 웃던 녀석입니다. 절대로 축 처지거나 우울해하지는 않을겁니다. 그리고 운선이도 비슷한 부류이기 때문에 상민이랑 비슷한 반응일겁니다.

그리고 산욱이도 조금만 자극을 주면 아마 우울해 하기보다는 악이 뻗쳐서 더욱 열심히 하는 스타일입니다. 선민이랑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마지막으로 호진이는 생각보다 멘탈은 약하지만, 몇달동안 같이 지내본 결과, 많이 착하고 희생정신이 강한 녀석입니다. 그래서 다른 애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고, 분위기가 조금만 긍정적으로 끌어올려진다면 문제가 없을거라고 봅니다"

나는 그렇게 할말을 다 마치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교장, 슬쩍 옆으로 쳐다보니까 감독도 살짝 놀라면서 웃고 있었다.

"음... 잘 알겠네. 완벽하게 깨지는것도 만약의 경우니까, 그리고 지금 자네정도의 말발이라면 충분히 애들을 수습할수고 있을거 같고. 교사들 뺨치는 수준이야 허허."

교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털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더니 작게 골드스타즈의 번호를 적고는 다시 감독을 쳐다봤다.

"그럼 그 다음팀은 어디로 할건가?"

"...놀부머니즈로 하겠습니다."

감독의 말에 교장은 곧바로 펜을 움직이면서 놀부머니즈의 번호도 적기 시작했다.

"자, 이제 가봐도 좋습니다. 시합 날짜는 오늘내일중에 알려드리죠."

"넵.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교장의 말에 감독은 꾸벅 인사하고는 곧바로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하지만 나는 감독을 따라서 나가지 않고 안에 가만히 서있었다.

"전 증명서좀..."

"아, 맞다. 잠시만 기다리게나."

내 말에 교장은 그제서야 빈 종이를 한장 꺼내고는 볼펜으로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무슨 도장을 종이에 쾅 찍고서 나에게 건네줬다.

"그럼 된거지?"

"네. 안녕히 계세요"

나는 종이를 받아들고는 꾸벅 인사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교장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얌마!"

"아, 진짜..."

문을 열고 나오자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면서 옆을 돌아보니까 감독이 실실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얼굴로 나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거 애들 관련된거... 뻥좀 섞었지?"

"음... 조금 섞었을걸요. 근데 거의다 맞을거에요."

감독이 나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지만, 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감독. 그리고 이내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이야, 너 너무 솔직한거 아냐? 그 당당함이랑 포커페이스는 좋긴한데."

"솔직해야지 뒤탈이 없거든요. 그리고 저도 필요할때는 거짓말 합니다."

감독의 물음에 나는 살짝 웃으면서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감독,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뒤돌아섰다.

"그럼 수업 들어가라. 난 간다."

"넵."

나는 감독에게 인사를 하고는 감독의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교실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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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데자뷰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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