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64화 (64/255)

우리 동네 야구팀-64화

그뒤로 우리팀은 매일 열심히, 그리고 또 열심히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교장이 시합 일정을 정해와서 알려줬다.

일단 첫 연습경기는 놀부 머니즈, 두번째가 골드스타즈였다. 그리고 날짜는 그주 토요일, 2주뒤 토요일이라고 하셨다. 혹시 몰라서 일부러 넉넉하게 잡아왔다고 하셨다.

그리고 시합 이틀전인 오늘, 감독은 오늘부터 시합 전날까지 푹 쉬라고 말한대로 집에서 푹 쉬고 있었다.

"일단 쉬래서 쉬기는 쉬는데..."

거실에 대자로 누운채로 눈을 감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뭔가 데자뷰를 겪는 느낌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초인종 소리가 울리면서 내가 문을 열자

"오늘은 쉽게 열어주네?"

다시 그날이 떠올랐다.

"망할..."

"응? 뭐?"

내가 멍한 표정으로 있자 그애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자 결국 난 고개를 푹 숙이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차림을 보아하니까 또 밖으로 끌고 나가려는거 같아보였다. 오늘 집에서 푹 쉬기는 글른것 같았다.

간만에 좀 쉬어보려고 했더니 운 한번 더럽게 안따라주네.

결국 난 자포자기한 상태로 내 방안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오자 여전히 현관 앞에 서있는 그애. 내가 신발을 신자 내 손을 잡고는 어딘가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

그애가 나를 끌고 간곳은 근처에 공원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뭐 별로 할것도 없어보였다. 그런데도 그애는 나를 쳐다보면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근데 왜 여기로 데리고 나온거야."

나는 그애를 슬쩍 쳐다보면서 물어봤다.

"음... 그냥?"

그러자 그애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에게 웃어보였다. 역시, 넌 아무런 생각없이 사는구나.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내가 한숨을 내쉬건 말건 그애는 그저 웃으면서 그 공원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한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스쳐지나갔다.

'왜 일부러 이 동네에서 있는거지? 그리고 여기에 아는데도 없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까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그러면서 그애를 한번 쳐다봤다.

"응? 왜?"

내가 쳐다보자 애교섞인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그애. 그래, 확실히 아무런 생각도 없어보인다. 그냥 거기까지 다시 가는 시간이 아깝다거나 귀찮은것 같아보였다.

혹시 여러 남자들한테 몇다리씩 걸쳐서 여기에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얼마 안가서 지워버렸다. 그렇다면 지난번에 그쪽으로 데려갔을리가 없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저 그애가 걷는 방향으로 같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마음속으로는 도망치고 집에서 낮잠이나 자고 싶었지만, 그애가 낀 팔짱 때문에 그러기가 조금 애매했다. 그리고 내가 도망친다고 해도 내가 다시 나올때까지 밤새도록 우리집 앞에서 기다릴것만 같았다.

"수, 수혁아 잠깐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던 도중, 그애가 갑자기 걸음을 멈춰서면서 갑자기 내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겨서 걷기 시작했다.

나는 무슨 일이 있는건가 하면서 그애를 쳐다봤다. 그애는 표정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지만 눈동자는 종종 내 오른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뭔데."

"어.. 별거 아냐."

내가 물어보자 그애는 웃어보이면서 다시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까와는 뭔가 달라보이는 표정. 뭔가 있는것 같았다.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딱히 별 다른건 없었다. 주변에 무섭게 생긴 개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곳이라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없었다. 평범했다.

'뭔가 이상한데...'

나는 그애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래도 딱히 별다른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

'왜... 왜 쟤가 저기있는거야?'

수혁이랑 한창 걸어가던 도중, 뭔가 익숙한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을 보니까 여전히 나한테 집적대는 그 남자애였다.

혹시 다른 사람을 잘못본게 아닌가 하면서 다시 봤지만 평상시 습관이랑 교복까지. 확실히 그애가 맞았다.

그런데 보니까 주변에 다른 일행도 없는것 같고... 혼자 온거 같은데 왜 여기에 온거지?

쨌든 지금 중요한건 그녀석이 내 주변에 있다는거다. 만약 여기서 그녀석에게 들킨다면 그애 성격상 곧바로 수혁이에게 주먹이 날아갈거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는 수혁이가 안그래도 싫어하는 나를 더더욱 싫어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기는 싫다. 죽어도 싫다.

"수, 수혁아 잠깐만!"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춰섰다. 그러면서 나는 은근슬쩍 수혁이의 반대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쪽에서 최대한 얼굴이 안보이게 하면서 그쪽을 힐끔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그새끼는 왜 여기로 와서 이 지랄이냐고.

"뭔데."

수혁이가 의아해하면서 나에게 물어봤다. 아차, 내가 이러고 있는걸 봤던 모양인가 보다. 확실히 수상할만 하겠지.

"어... 별거 아냐."

나는 다시 수혁이를 쳐다보면서 대충 얼버무렸다. 그나저나 이와중에도 얘 얼굴을 보니까 웃음이 번지네.

하지만 수혁이는 나를 조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보통 남자애들이라면 무슨 일인지도 모를테고, 별로 신경도 쓰지 않을텐데, 수혁이는 조금 의외였다. 뭔가 있는것 같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리고는 뭐라고 찾는건지 주변을 둘러봤다. 그 사이에 난 다시 그쪽을 쳐다보자 아까 그녀석은 어딘가로 가버린건지 사라진지 오래였다.

'휴 다행이다.'

그애가 다른곳으로 간것 같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원래대로의 밝은 표정으로 수혁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건물, 그리고 그곳의 어느 방 안. 한 중년의 남자는 의자에 앉은채로 업무책상 같아보이는 곳에 팔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차렸자세로 가만히 서있는 또다른 중년남자. 생김새는 달랐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거의 일치하고 있었다.

뭔가 중요한 결정이라도 내리는건지 매우 경직되면서도 신중한 표정. 그 누구라도 거기에 있다면 말이 많은 사람이이라도 입을 열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것만 같은 분위기가 돌고 있었다.

"회장님... 어떡하시겠습니까?"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서있는 남자의 입에서 간신히 한마디가 나왔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또다른 남자. 그러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자.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바가 될수가 있어."

"요즘 재정이 안좋습니다. 거기다가 성과도 안나온다면..."

남자의 결정에 서있던 남자가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앉아있는 남자는 확실히 결정을 한건지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알겠습니다."

결국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간단히 목례를 한 다음에 방을 나가버렸다.

끼익- 탁-

"후아..."

문이 닫히자 앉아있던 남자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검지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치면서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나와야지 중계한 보람이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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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놀부 머니즈 VS D.라이더즈(1)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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