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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65화 (65/255)

우리 동네 야구팀-65화

그뒤로 이틀뒤 오전, 시합 장소인 구의 야구공원.

평상시라면 사회인 야구 리그가 열리고 있었겠지만, 오늘은 평상시랑 다르게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유니폼을 입고서 몸을 풀고 있었다.

그리고 군데군데에 보이는 카메라들. KBA, 그러니까 대한야구협회에서 중계차 보낸 카메라였다. 이걸로 인해서 아마야구를 확실히 홍보시키고, 관심을 가지게 하려는 용도로 보낸 카메라였다.

한쪽 구석에는 플라스틱 테이블이랑 플라스틱 의자 두개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에는 두사람이 앉아있었다.

그런데 뭔가 낮잋은 얼굴, 자세히 보니까 각각 해설과 캐스터로 유명한 봉호봉 캐스터와 강규열 해설이었다.

"위원님, 아무리 KBA에서 부탁했다고 치더라도, 왜 굳이 이런데까지 오신거에요? 그리고 왜 저까지 끌고왔어요?"

호봉은 조금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규열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규열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저 멀리서 몸을 푸는 선수들을 쳐다봤다.

"글쎄... 간만에 학생들의 야구를 보고 싶어졌달까나..."

"그러면 고교야구중계를 하면 되잖아요."

"아니... 걔네는 거의 선수나 마찬가지고... 진짜 학생들이 하는 야구를 한번 보고 싶어졌어..."

규열의 말에 호봉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야구를 처음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트라이크 하나를 던지지못하고, 평범한 뜬공, 땅볼도 다 놓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경기는 보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고, 긴장을 풀리게 하면서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프로야구에서는 그런 경기가 나온다면 팬들의 수많은 질타가 이어지는 경우로 이어진다.

그런데 지금 규열은 그런 경기를 보길 원하는것 같았다. 학생들의 열정을 보고 싶다면 훨씬 더 수준높은 고교야구를 봐도 충분한데, 도대체 왜 그러는지 호봉은 이해가 가지 않고 있었다.

"일단 한번 보게. 고교야구와는 확실히 다른 재미가 있을테니까."

규열은 그런 호봉의 속마음을 읽은건지 씨익 웃으면서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푸는 선수들을 말없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

"후아... 장난 아니네..."

나는 몸을 풀면서 그라운드, 그리고 그 주변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몇몇 사람을을 지켜봤다.

지금 치르는 경기는 예선도 아니고 그 전에 점검차원에서 붙어보는 연습경기였다. 그런데 이렇게 카메라까지 와있는 걸 보니까 대한야구협회가 제대로 홍보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야, 긴장 안되냐?"

그렇게 한참 몸을 풀던 도중, 종빈이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공을 건네줬다.

"나 원래 새가슴인거 잘 알잖아. 지금 존나 떨려 죽겠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살짝 허탈하게 웃어보였다. 그러자 종빈이는 긴장이 되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비록 연습경기긴 해도 긴장이 안될리는 없지.

나는 웃으면서 공을 받으러 가는 종빈이의 등을 툭툭 쳐주었다. 그리고 종빈이랑 어느정도 거리를 둔것 같자 글러브 안에 있던 공을 오른손으로 집었다.

"그럼 처음엔 살살 간다!"

"오케!"

종빈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곧바로 종빈이게게 공을 던졌다. 거의 힘없이 살살 던져진 공. 공은 거의 아무소리없이 종빈이의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종빈이는 공을 받고는 곧바로 다시 나에게 공을 던졌다. 그리고 나는 그 공을 가볍게 받아냈다. 종빈이도 간단하게 몸을 푸는거라 그런지 살살 던지고 있었다.

그렇게 가볍게 20번 정도를 주고받은 다음, 종빈이는 조금 더 뒤로 가더니 그대로 쪼그려 앉아서 주먹으로 미트를 팡팡 쳤다.

"가볍게 던져봐!"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른손으로 직구 그립을 잡았다. 그리고 가볍게 공을 던졌다.

슈욱- 펑-

공은 천천히 날아가더니 뭔가 애매한 소리를 내면서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평상시보다 훨씬 낮은 구속, 하지만 몸을 풀때 이정도의 구속으로 던졌었다.

종빈이는 이제 익숙한건지 아무말없이 나에게 공을 던져줬다. 그리고는 조금 더 빨리 던져보라는 의미인지 가랑이 사이에서 주먹을 몇번 쥐었다 펴보였다.

'그럼 슬슬 끌어올려볼까?'

종빈이의 사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직구 그립을 잡은채로 공을 꽂아넣었다.

슈욱- 퍼엉-

아까보다는 훨씬 더 빨리진 공. 하지만 아직 최고구속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구속이었다.

종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에게 공을 던져줬다. 그리고는 다시 미트를 내밀었다. 그리고 난 이번에는 조금 더 힘을 주면서 던졌다.

슈욱- 팡-

"오케이, 오늘 볼 괜찮다!"

이번 공은 그래도 구속이 어느정도 나오면서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종빈이는 공을 받고는 오른손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아마 지난번 시합보다 더 나아진 제구 때문인것 같았다.

'종빈이가 잡을때 미트가 거의 안움직였으니까... 확실히 좋아졌긴 좋아졌나보네'

확실히 감독의 훈련 덕분인지 내 제구는 어느정도 늘어난것 같았다.

예전에는 종빈이가 요구하는곳에 넣을수 있는 확률이 절반, 아니면 그것보다 조금 더 못미쳤다면, 지금은 한 7~80퍼센트는 종빈이가 요구한곳, 아니면 그 주변으로는 던질수 있게 되었다.

강도 높은 훈련은 단 며칠, 총 기간을 합쳐봐야 겨우 한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시간안에 조금 불안하던 내 제구가 확실히 갖춰졌다. 신기했다. 그리고 왠지 새로운 기분이 느껴졌다.

"자, 모두들 집합! 이제 시합 시작한댄다!"

그렇게 내가 멍하니 서있을때, 저기 멀리서 감독이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종빈이는 곧바로 일어나더니 나에게 가자는 손짓을 하면서 우리팀 덕아웃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종빈이를 따라서 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덕아웃으로 들어가자 감독이 서있는채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감독 뒤에서 모자를 벗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애들. 모두들 긴장이 된건지 몸이 조금 경직되어있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 여태까지의 시합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 들었다.

첫 시합때는 상대가 정식 야구부였지만, 애들에게 야구의 맛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런거라 그렇게까지 긴장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작년에 같이 야구했던 애들을 만나서 꼭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시합은 별로 신경쓰이지도 않았다. 우리 학교가 운동을 원체 등한시하고 못하는 학교라서 별로 긴장도 되지 않았고,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었기 때문에 거의 긴장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상대는 예선 같은조. 만약 여기서 진다면 예선에서 다시 만났을때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그럴수 있다. 그리고 심지어 중계까지 오는 마당인데, 떨리지 않을리가 없었다.

"애들아. 떨지 마라! 연습경기야! 져도 되니까 그냥 오늘 하루 찐~ 하게 놀다가 가자고! 알겠냐?"

우리가 긴장한 모습이 보였는지 감독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우리의 긴장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닥 풀리지 않는건지 애들의 표정은 여전했다. 그러자 당황하는 감독, 그리고 뭔가 끙끙 거리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어차피 동네야구라서 실책해도 아~ 그렇구나 하면서 대충 넘어간다니까?"

이번에는 조금 효과가 있었는지 몇몇 애들의 표정이 조금은 풀린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애들의 몸은 경직되어 있었다.

"후... 이방법은 안쓰려고 했는데..."

결국 감독은 최후의 수단이라도 쓰는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과감하게 외쳤다.

"오늘 경기 끝나고 삼겹살 쏜다!"

"진짜요?"

"우오오! 이기자!"

"삼겹살! 삼겹살!"

삼겹살 한마디에 격하게 흥분하기 시작하는 애들. 그러면서 아까 그 긴장하던 표정은 어디론가 날아가버린것 같았다.

애들의 긴장이 풀린듯하자 미소를 짓는 감독, 그리고 내쪽으로 오더니 조용히 말했다.

"오늘 너무 무리하지 말고, 투심 한번 테스트해봐. 그거 좋더라."

"음... 확실히 나쁘지는 않아보이는데. 저쪽 실력은 어때요?"

"우리보다 못하던거 같더라. 근데 그걸 또 대놓고 말하기는 조금 그래서... 쨌든 너무 부담갖지 말고. 알겠지?"

"넵."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라운드를 한번 쳐다봤다. 그러자 반대편 덕아웃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선수들, 그리고 심판이 우리에게 나오라는 제스처를 하고 있었다.

"얘들아 나오래!"

나는 애들에게 크게 외치면서 그라운드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이어서 천천히 달라나가는 애들. 그리고는 한줄로 서서 상대편 선수들과 나란히 마주섰다.

"상호간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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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놀부 머니즈 VS D.라이더즈(2)201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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