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66화
"상호간의 인사!"
심판이 크게 소리치자 그러자 양쪽 줄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여서 서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들 다시 허리가 펴지자 주심이 말을 이어갔다.
"이 경기는 연습경기로서, 총 7이닝 경기이며, 3회까지 15점 이상, 5회까지 10점 이상 차이가 나면 콜드게임으로 간주하고 경기를 종료하겠습니다. 자, 그럼 선공은 어느팀이 하시겠습니까?"
"저희가 먼저 하겠습니다."
주심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상대편 감독이 재빠르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우리팀 감독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심판을 쳐다봤다. 그러자 주심이 감독을 쳐다봤다.
"동의 하십니까?"
"네. 동의합니다."
심판의 물음에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주심이 그렇게 말하자 부심들이 자기 위치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양측 선수들은 모두들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팀은 모든 선수들이 각자 글러브를 끼고서 수비위치로 달려나왔고, 상대편에서는 1번타자로 보이는 사람이 헬멧을 쓰고 배트를 들고서 나왔다.
나는 마운드 위로 올라가서 아무런 말없이 홈을 쳐다봤다. 그리고 종빈이가 가서 쪼그려 앉자 연습구를 가볍게 던지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번 던지고 나니까 타자가 타석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심판이
"플레이볼!"
이라고 크게 외치면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종빈이가 곧바로 사인을 보내왔다. 첫 사인은 무난하게 바깥쪽 직구.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공을 던졌다.
슈욱- 팡-
"스트라이크!"
일단 초구는 스트라이크. 타자는 아예 칠 생각이 없었는지 표정에서도, 움직임에서도 변화가 없었다.
'일단 초구는 보고 가는건가...'
나는 공을 받은 다음에 타자를 쳐다봤다. 타자는 표정에서 별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것 같았다. 아마도 충분히 칠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것 같아보였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제대로 공을 던지지 않았다. 단지 아직 상대를 잘 모르고, 7이닝을 끌고 가야 했기 때문에 일부러 온힘을 다해서 던지지 않는거였다.
'설마 이게 전력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나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종빈이를 쳐다봤다. 그리고 사인을 확인한 다음에 두번째 공을 던졌다.
슈욱- 팡-
"스트라이크!"
두번째 공도 아까랑 똑같은 코스, 똑같은 구종, 똑같은 힘으로 던졌다. 하지만 타자는 여전히 배트를 움직일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그리고 가만히 서있었다.
'뭐지?'
분명히 아까 전혀 못칠공은 아닌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그런데 똑같은 공이 한번 더 왔음에도 배트를 휘두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 못치는건가 싶었지만, 뒤를 돌아보니까 전광판에는 89라는 숫자가 찍혀있었다.
이정도면 아예 못칠공은 아닌거 같은데 뭔가가 이상했다.
여튼, 타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야 좋다. 간단하게 공 세게만 넣고 끝낼수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공을 받았다. 그리고 사인을 받은 다음에 주저없이 곧바로 공을 꽂아넣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이번 공은 낮게 깔리는 직구. 타자는 가만히 서있다가 조금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길래 이런 공을 안치다가 놀라면서 사라지는건지.
여튼, 일단 첫 타자는 무난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이어서 들어오는 다음타자. 아까 1번타자와는 다르게 배트를 휘두르면서 들어왔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종빈이가 사인을 보내왔다. 이번 사인은 낮게 떨어지는 커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던졌다.
부웅- 퍼엉-
"스트라이크!"
다행히 커브는그럭저럭 잘 휘어서 들어갔다. 그리고 힘껏 스윙을 한 타자. 그리고 미트가 저 아래 있는걸 보고는 놀라면서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입모양을 보니까 욕같이 보이는 중얼거림. 그리고 잠시 타석 밖으로 나오더니 가래침을 뱉어내고는 다시 타석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다시 들어온 타자를 쳐다봤다.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경직한 듯한 표정. 나는 사인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공을 던졌다.
부웅-
"스트라이크 투!"
이번에도 시원하게 돌아간 배트, 하지만 타이밍, 궤적 둘다 모두 어긋났다. 그러면서 미트 안으로 무시히 들어간 공. 타자는 나를 한번 노려보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다시 한번 커브. 확 떨어트려서.'
종빈이는 타자를 슬쩍 보더니 커브 사인을 보내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인대로 공을 던졌다. 그리고
부응-
하면서 배트가 허공을 갈랐고
"스트라이크 아웃!"
심판의 아웃 콜이 들어왔다.
"오케이, 나이스 볼!"
한번더 삼진이 나오자 종빈이가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그런 종빈이를 쨰려보는 타자. 그러더니 뭔가 중얼거리고는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종빈이는 잠시동안 들어가는 타자를 쳐다보더니 다시 나에게 공을 던져줬다. 그리고는 또다시 그 선수를 쳐다봤다.
아니, 내 느낌상으로는 노려보고 있었다.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앗지만 왠지 그렇게 느껴지고 있었다.
'뭐야?'
종빈이가 자꾸 그 타자를 노려보자 나는 뭔가 조금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마운드 위에 서있었고, 경기 중이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가 물어보기로 하고 다시 사인을 확인했다.
'몸쪽 직구로.'
내가 종빈이를 쳐다보자 종빈이가 사인을 보내왔다. 그리고 나는 잠깐 텀을 두었다가 공을 던졌다.
팅-
이번엔 배트에 빚맞은 공. 공은 내 앞으로 천천히 굴러왔다. 나는 여유롭게 공을 잡고서 1루로 던졌다. 결과는 당연히 아웃. 공 7개로 1회를 가뿐하게 지워버렸다.
*
[1회를 순식간에 마무리하는 안수혁 투수. 저희는 잠시뒤에 2회초에 뵙겠습니다.]
한쪽 구석 테이블에서 중계방송을 하고 있는 두사람, 그러다가 수혁이 1회초를 끝내자 멘트를 말하고는 쓰고 있던 헤드셋을 잠시 벗었다.
캐스터 호봉은 헤드셋을 목에 걸은 다음에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선수들을 말없이 쳐다봤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수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음... 저 투수, 생각보다 제구력이 좋은데요?"
"당연하지. 유용식 감독의 작품이니까."
호봉의 말에 해설 규열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의 표정에는 뭔가 안쓰러우면서도 흐뭇한 기분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마치 불쌍해 보인다는 표정에 가까워 보였다.
"유용식 감독이라면... 그 3년전에 황금사자기 우승한 감독이요?"
호봉은 규열의 말에 놀라면서 물어봤다. 그리고 규열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D.라이더즈의 덕아웃을 쳐다봤다.
"왜... 왜죠? 왜 그렇게 유능한 감독이 지금 일개 동네야구 감독을... 돈이 되는것도 아닌데...."
"그 다음해에 경종고가 부진했지 않았나. 거기다가 학부모랑도 다툼이 있다는 얘기도 있었지. 그래서 교장이 가차없이 감독을 바꿔버렸지. 그뒤로의 행방이 묘연했었는데, 여기서 보게 될줄 누가 알았겠나."
규열은 아까보다 조금더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보기에 용식은 충분히 감독의 자질이 있는 사람이었다. 비록 선수로서는 성공을 못햇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가르치는데는 충분히 소질이 있었다.
그당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백현진 투수등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그에게 조언을 구하고, 해결책을 찾아냈을 정도면 충분히 소질이 있어보였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프로무대에서 어린 나이서부터 정상급 불펜으로 활약했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찾아온 부상때문에 그는 스물 다섯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프로무대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약체라고 평가되던 경종고로 우승했을때는 드디어 그의 전성기가 시작되나 느껴졌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다음해에 거짓말같이 몰락했고, 쫒겨났다. 그리고 지금은 일개 동네야구팀의 감독으로 있는 상황. 그로서는 매우 안타까웠다.
"참... 안타까운 인잰데 말이지..."
규열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놀부 머니즈의 선수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은걸 보고는 다시 머리에 헤드셋을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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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놀부 머니즈 VS D.라이더즈(3)201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