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67화
간단하게 마치고 내려온 1회초, 나는 덕아웃으로 돌아가서 벤치위에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총 던진 공은 7개고, 모두다 살살 던졌는데도 중계방송을 하는것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등에서 자꾸만 땀이 나오고 있었다.
아니, 여름이어서 그런건가?
쨌든, 나는 물병을 내려놓고는 종빈이가 어니있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까 경기중에 그 일에 대해서 물어볼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종빈이는 나랑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그라운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야, 왜그래?"
나는 그라운드를 노려보는 종빈이의 옆으로 다가가서 앉았다. 그러자 나를 쳐다보는 종빈이. 그리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줄줄이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지들이 못해놓고서 삼진 먹으니까 욕하면서 나를 쨰려본다니까? 어이없게."
"...그런거였냐?"
나는 종빈이의 말을 듣고서 나도 모르게 살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우리 학교는 이상하게도 애들이 많이 착하고, 양아치 같은 애들도 거의 없는 학교였다. 그나마 있는 애들도 그렇게까지 성격이 나쁜 애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종빈이가 느낀 경우는 다른 지역에서는 일상적인 상황이었다. 원래 학교마다 그런 애들이 약간씩은 있기 마련인데. 확실히 우리 학교가 이상하긴 했다.
하여튼,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하면서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는 화가 나있는 종빈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원래 저런 일진같은 애들 많아. 우리 학교가 유별난거야."
"아니, 그래도 그렇지. 삼진 먹었다고 뭘 대놓고 욕을 하냐고?"
"그러니까 일진이지. 안그랬으면 그냥 평범한거고."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종빈이를 보면서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진짜 우리학교는 정을 붙이려고 해도 정이 안붙어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지막으로 참으라는 말을 하려던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내 발목을 잡았다.
'잠시만, 일진...?'
일진이라는 말에 내 머리는 재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내가 여태까지 봐왔던 날라리, 일진같은 애들은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는 성향이 있었다.
그렇다면 거기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그런 애들일테고, 분명히 연습은 별로 하지도 않았을거다. 끈기도 없고, 노력은 쥐뿔도 안하는 녀석들이니까.
그렇게 생각이 정리가 되자 내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그려지면서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생각보다 많이 쉽겠는데?"
확실히 그런 애들이라면 내가 상대하기는 충분했다.
1회때도 보면 내 직구에 꽁꽁 막혔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내 능력을 얕본거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따라오지 못하는것 같았다. 살살 던졌는데도 빚맞은 정도니까.
"갑자기 뭔소리야?"
종빈이는 의아해하면서 나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네가 말한대로 그녀석들 성격이 더럽다면 오늘 경기 쉬울거 같다고."
"그러니까 그거랑 경기랑 무슨 상관인데?"
종빈이는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했는지 나에게 물어봤다. 그리고 내가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자 나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뭘 그리 놀라고 그래. 다른데는 저런애들 많다니까? 특히 내가 살았던 동네는 절반정도가 그런 애들이었고.
*
수혁과 종빈이 덕아웃에서 떠드는 사이, 경기는 순식간에 무사 1, 2루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현재 타석에는 3번타자 호진이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마운드 위에서는 놀부 머니즈의 투수, 김병진이 당황한 표정으로 욕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김병진 선수 처음부터 볼넷 두개, 초반에 안정적으로 이닝을 정리한 안수혁 투수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병진 선수, 지금 전혀 제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구폼도 많이 엉성하고요. 도대체 연습을 하건지 의심이 갈 정도입니다.]
중계진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병진에게 독설을 내뱉고 있었다. 병진은 그런 중계진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포수만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뒤, 포수가 사인을 보내왔다. 그러자 투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을 던졌다.
슈욱-
이번 공은 충분히 제구가 잘 된건지 공이 빠지지는 않는것 같았다. 그러며넛 투수의 얼굴에 조금 희망적인 표정이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타자의 배트가 돌아가면서
까앙-
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저 멀리 날아가면서 주자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공은 내야를 가볍게 넘어서 외야 좌중간으로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타구를 향해서 달려가는 좌익수와 중견수. 하지만 공은 두 사람이 가까이 붙기도 전에 사이에 뚝 떨어져버렸다. 전형적인 2루타 코스였다.
주자들은 공이 바닥에 떨어진걸 확인하고는 더욱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자주자도 열심히 달려서 2루에 서서 안착. 그러는 사이에 다른 주자들은 모두들 홈으로 들어오면서 2점이 만들어졌다.
"아자! 나이스!"
"오케이, 득점했다!"
호진은 2루 베이스를 밟고 선채로 환호했다. 그리고 주자들은 홈플레이트에서 자기들끼리 자축을 하면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
반면에 절망적인, 아니 짜증난거에 조금 더 가까운 표정을 짓고있는 투수,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마운드에 침을 뱉었다.
두가지 모습이 엇갈려서 나타나는 그라운드, 아직 2실점밖에 안했고, 아직 2득점밖에 안했지만, 분위기는 이미 D.라이더즈에게 넘어간 느낌이었다.
[결국 김병진 선수, 2타점 적시 2루타를 내주면서 결국 1회부터 실점을 하고 맙니다.]
[문제는 이게 아니라는 거죠.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아직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못잡았거든요? 투수를 바꾸는게 좋아보입니다. 다른 투수가 없지만, 지금은 야수라도 올려서 막아야 될것 같습니다.]
[아, 마침 덕아웃에서...이성욱 감독이 올라오는군요. 그리고 중견수 기성수 선수를 불러옵니다.]
해설이 투수를 지적하자 그 소리를 듣기라도 한건지 놀부 머니즈의 덕아웃에서 감독이 걸어나왔다. 그리고 마운드에서 외야로 걸어가는 투수, 반대로 마운드에는 중견수 위치에 서있던 선수가 올라왔다.
마운드 위로 올라온 선수는 몇번 연습구를 던져보더니 고개를 끄덕이자 감독이 다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감독이 내려가자 4번타자 산욱이 타석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배트를 한번 휘둘러 보고는 투수를 쳐다봤다. 그리고 투수가 공을 던지자 거침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까앙-
이번에도 잘맞은 타구, 공은 1, 2루 사이를 뚫고서 우익수 앞으로 굴러갔다. 그리고 그사이에 열심히 달려서 홈으로 들어가는 주자.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않고 3점이 만들어졌다.
"썅..."
안타를 맞자 바뀐 투수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흙을 발로 차고 있었다.
[기성우 선수, 방금 구속이 102km가 나왔습니다. 이정도면 평범한 중학생이 던지는 공 치고는 느린편은 아닐텐데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김산욱 선수의 노림수에 제대로 넘어간것 같아보입니다.]
해설은 살짝 놀란듯한 표정으로 산욱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방금 투수가 던진 공은 제구가 잘 안되서 몸쪽으로 조금 많이 붙은 공이었다.
그렇다면 대부분은 피하기 마련일텐데, 산욱은 그걸 이미 예상이라도 한듯이 그곳으로 배트를 휘두르면서 그 공을 안타로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그의 시선이 D.라이더즈의 덕아웃 쪽으로 살짝 돌아갔다.
'이거... 유용식 감독이 일 한번 더 낼지도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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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놀부 머니즈 VS D.라이더즈(4)201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