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68화
"나이스 샷!"
"그냥 발라버리자!"
"좋아, 이대로 쭉~ 가는거야!"
순식간에 3점을 얻으면서 후끈하게 달아오른 우리쪽 덕아웃. 감독도 예상외로 선전해서 기분이 좋은지 애들하고 같이 흥분된채로 기뻐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미소만 지으면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렇다고 좋지 않은건 아니었다. 나도 엄청 기뻤다. 하지만 지금 나는 선발투수, 마운드 위에 올라가 있는 투수였다.
그러니까 그 무엇누구보다 침착해야 했다. 만약 여기서 점수가 더 벌어진다고 해도 긴장이 풀리면 뻥뻥 얻어맞을수 있으니까 언제나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
내 공은 못칠정도로 빠른 공은 아니다. 언제나 그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타자는 5번 성빈이, 1루엔 산욱이가 서있었다.
상대편의 투수는 아직 바뀌지 않은채 그대로 서있었다. 그리고 타석에 서있는 5번타자 성빈이. 그리고 투수가 초구를 던지자마자
까앙-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공이 중견수 앞으로 굴러갔다. 그리고 그사이에 성빈이는 1루에 안착. 깔끔한 안타였다.
그러면서 투수가 교체되고 또 다시 다른 선수가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그 투수도 제구 난조로 주자를 내보내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렇게 타선은 지나가서 어느새 9번타자, 내 차례가 되었다.
현재 2아웃. 사실 그중 하나는 상민이가 뛰다가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아웃 처리가 된거였다. 그리고 물론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는 영훈이의 삼진이었다.
"후우... 떨리는데..."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타석 안으로 들어갔다. 현재 스코어는 5대 0. 우리가 훨씬 앞서가는 중이었다. 여기서 나만 정신차리면 오늘 경기는 전혀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래도 여기서 힘없이 삼진을 당하고 무너지는건 조금 아닌것 같았다.
내가 여기서 힘없이 물러난다면 후끈하게 달아오른 분위기가 조금 처질수가 있었다.
그리고 방금 영훈이가 막 삼진을 당한 상황. 여기서 나까지 당하면 상대의 기운만 올려주는 꼴이 되버리고 만다.
그렇게 되기는 싫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배트를 세게 쥐었다.
태가 배트를 세게 쥐자 투수가 나를 잠시 노려봤다. 아까 영훈이의 삼진으로 인해서 자신감이 조금은 올라온것 같았다.
하지만 나도 질 생각은 없었다. 나도 투수를 한번 째려보고는 자세를 잡았다.
투수는 와인드업을 하고는 공을 던졌다. 그리고 나는 동시에 배트를 휘둘렀다.
부웅-
"스트라이크!"
내 배트는 허공을 시원하게 갈랐다. 그사이에 공은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위치를 확인하니까 완번히 바깥쪽으로 빠진공.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면서 투수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아까보다는 힘을 덜 주고 최대한 맞추는데에 신경을 쓰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두번째 공에
부웅-
"스트라이크!"
세번째 공도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헛스윙을 하면서 시원하게 삼구삼진. 그러면서 화끈하게 타오르던 1회말도 끝나버렸다.
"아 진짜... 미치겠네..."
나는 덕아웃으로 힘없이 걸어가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게속해서 힘없이 미치겠다는 말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타격을 못해도 그렇지. 막 빠지는 볼에 삼구삼진... 하, 진짜 내 타격은 답이 안나온다.
*
수혁이 삼구삼진을 당하고 내려오는 도중, 용식은 덕아웃에 선채로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면서 수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흠... 얘는 도대체 왜 이러지...'
분명히 처음에 봤을땐 충분히 잘하는 녀석이었다. 90km를 넘는 직구, 구속에 비해서 조금 더 많은 공의 회전수, 그리고 완벽한 커브까지. 그러면서 확실히 야구에 소질이 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타격에 약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수혁 본인도 잘 치려고 열심히 노력했었다. 투구 연습만큼은 아니지만, 용식이 보기에는 나름 열심히 노력한것 같아보였다.
하지만 오늘 시합에에서는 수혁의 타격이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운동신경은 나쁘지 않은데...'
확실히 수혁의 운동신경은 나쁘지 않았다. 그의 눈에 투구폼에서부터 연습에 수정을 거친것이 확실히 보였지만, 만약 운동신경이 나쁘다면 아마 지금도 아예 제구가 안됬을거다. 확실히 운동신경이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타격에서는 최악의 몸을 가진 영훈보다 더 못하는것 같아보였다.
게다가 이전의 경기까지는 확 빠진 공에는 배트가 나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런 공에도 자꾸만 배트가 나가고 있었다. 왠지 조급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 특별한 문제점이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문제점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특별한 문제점이 없어보였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아무래도 다음번엔 타순을 조정하던가 해야겠네.'
결국 용식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
그렇게 교체된 공수, 마운드에는 다시 수혁이 서있었다. 수혁은 가볍게 연습구를 한두번 던지면서 공격동안 잠시 쉬었던 어깨를 다시 움직였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야수들은 각자 자기 위치에서 가볍게 캐치볼을 주고받으면서 선두타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타석 안으로 들어온 선두타자. 그러자 모든 야수는 물론, 투수까지 하던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투수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공을 경기장 밖으로 던졌다.
타자가 들어서자 투수가 잠시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슈욱-
공이 손에서 떠나간 순간, 타자의 배트도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1회와는 다르게 어느정도 맞춰져 있는 타이밍, 여기서 궤적만 맞으면 충분히 안타 이상도 나올수 있을것 같아보였다.
팅-
하지만 공이 배트와 부딪히는 순간, 배트에 제대로 맞은것 치고는 약한 소리가 났다. 그러면서 투수의 앞으로 천천히 굴러가는 공. 투수는 여유롭게 공을 잡고는 1루에 던졌다.
[어, 아까 공은 분명히 제대로 맞은 공이었는데요, 이게 무슨 일인가요?]
타자가 투수앞 땅볼로 힘없이 물러나자 캐스터가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 그리고 그건 해설도 마찬가지. 하지만 캐스터와는 다른 놀람이었다.
[투심이네요. 그것도 보통 투심과는 다르게 각도가 엄청났습니다.]
해설은 너무나 놀라웠는지 입가에 웃음이 번진채로 대답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중계화면에는 아까 그 상황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방금 그 장면을 보시면 확실히 배트와 공의 위치는 딱 좋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맞으면 최소 2루타 정도는 될것 같아보였습니다.]
해설은 설명을 하다가 잠시 설명을 멈췃다.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 진행되는 화면. 그러다가 공이 홈플레이트에 서의 다왔을 즈음, 하던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쯤에서 공이 갑자기 투수의 오른쪽으로 확 휘었습니다. 투심의 궤적이죠. 그러면서 공이 다른곳에 맞으면서 힘없는 땅볼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투심치고는 조금 많이 휘는 느김이 드는데요, 어떻게 된겁니까?]
캐스터는 언제 또 그런걸 발견한건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해설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약간 쓴웃음을 짓는 해설. 그리고는 질문에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유용식 감독의 선수시절 주무기가 뭔지 아십니까?]
[아뇨, 모릅니다만...]
[뭐 여러개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투심입니다. 유용식 선수가 신인 시절부터 커브, 투심등 여러 변화구로 스페셜 불펜요원으로 활약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유용식 선수에게서 배운거니까 그럴만 하죠.]
해설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애잔한 표정으로 유용식 감독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아무도 들리지 않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그러는 사이 안수혁 선수가 2회말도 삼자범퇴로 깔끔히 정리하고는 덕아웃으로 들어갑니다.]
해설이 한숨을 내쉬는 사이에 2회초도 깔끔하게 정리한 수혁, 그리고는 덕아웃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
"후우..."
D.라이더즈의 덕아웃. 수혁이 벤치에 앉은채로 잠시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서는 계속해서 출루하고 있는 타자들. 수혁은 그런 그라운드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일단 이팀은 우리가 밑으로 깔고 갈수 있을거 같고, 그럼 골드스타즈와의 대결에서 본선행이 어떻게 될지 대충 예상할수 있을거 같은데...'
"야, 뭐해?"
한창 혼자서 생각할 즈음, 종빈이 수혁의으로 와서 앉았다. 그리고는 내 얼굴 앞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아, 잠깐 생각좀 하고 있었어."
수혁의 대답에 종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여전히 그라운드로 향해있는 수혁의 시선, 그러다가 또 볼넷이 나오자 그의 고개가 살짝 끄덕여졌다.
'일단 본선행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을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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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손잡고 뛰어!201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