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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70화 (70/255)

우리 동네 야구팀-70화

"저기, 잘 어울리시는 두분?"

"저희요?"

나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면서 다시 물어봤다. 그러자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우리 앞으로 걸어왔다.

그 사람은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수상해 보이는 모습,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살짝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 사람을 쳐다봤다.

"아, 이상한거 아니에요. 그냥 이 설문만 해주면 영화표를 공짜로 드리는 겁니다."

그 사람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우리에게 설문지 두장과 볼펜을 내밀었다. 우리는 설문지랑 펜을 받아들고는 그 설문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일단 질문지를 보니까 내용은 별거 아니었고 문항도 별거 없었다. 그 덕분에 나는 아무렇게 막 찍고서 빨리 끝내버렸다.

다 찍고서 종이랑 펜을 다시 돌려주자 그 사람이 우리에게 영화표를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설문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하면서 다른곳으로 가버렸다.

"저사람 뭐지...?"

"그러게..."

우리는 재빠르게 사라지는 그 사람을 멍하치 쳐다봤다. 그리고 왼손에 쥐어져있는 영화표 두장, 자세히 살펴보니까 한시간 뒤에 시작하는 영화였다.

"어, 이거 한시간 뒤에 시작하는건데?"

"진짜?"

내가 살짝 놀라자 여운이가 영화표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뒤,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어! 나 이거 보고싶었는데!"

"공포영환데?'

우리가 받은 영화표는 최근에 개봉한, 그리고 아직 덜 더운 5월인데도 수많은 관중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공포영화였다.

하지만 나는 공포영화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원래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을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 무난하고 훈훈한 작품을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쨌든, 나는 이 영화가 그닥 내키지는 않았다. 그래서 표를 사더라도 왠만하면 다른 영화를 보는게 나을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좋아하는 여운이의 표정, 얘가 공포영화를 좋아했던가...? 아, 좋아했었지. 그것도 엄청 좋아했었지.

그리고 지금 매우 좋아하는 표정을 짓는걸 보면.... 결국 가야될것 같다.

*

그렇게 도착한 영화관. 우리는 상영관 좌석에 아앉아서 영화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먹어?"

"먹을게."

지금 내 손에는 우리 둘다 배가 고파서 사온 팝콘이 들러있었다. 그리고 옆에 컵 홀더에는 콜라까지. 여운이는 게속 팝콘을 집어먹고 있었다.

그나저나 먹으면서 볼이 부풀어 오르니까 마치 햄스터같네.

나는 그렇게 여운이만 빤히 쳐다보면서 팝콘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내 시선을 느낀건지 여운이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더니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입안에 있던 것들을 모두 삼켜버리고는 입주변을 털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여운이의 머리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렸다. 그러면서 머리를 살살 쓰담어주기 시작했다.

"뭐, 뭐야?"

"아니, 그냥... 귀여워서."

여운이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내 대답을 듣더니 이내 얼굴이 달아오르면서도 이 감촉을 느끼는건지 눈을 살짝 감고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두둥- 두둥-

그렇게 머리를 쓰다듬는 와중, 갑자기 상연관의 불이 탁 꺼지더니 광고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편이 아닌지라 우리 둘은 잠깐 시선만 주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버렸다.

단지 다른점이라면 그 앞을 쳐다보면서 나도 모르게 손이 다시 원래자리로 되돌아 갔다는 점이었다. 광고가 이렇게 짜증나는 경우는 처음이네.

하지만 그런 아쉬운 마음은 잠시뒤에 압안에서 아이스크림을 녹이듯이 순식산에 사라져버렸다.

갑작스러게 손에 느껴지는 체온. 뭔가 하면서 곁눈질로 살짝 쳐다보니까 여운이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확실하지 않아서 그런지 꽉 잡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여운이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자 여운이가 살짝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베시시 미소를 지으면서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러면서 마침 시작하는 영화, 그러자 여운이는 고개를 살며시 들어올리고는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물론 손은 놓지 않은채로 그대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설레임도 거기서 중지. 그뒤로 여운이는 나는 아웃오브 안중. 영화에 깊숙히 빠져들기 시작했다.

반면에 나는 지루한 표정으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꼭 잡고있는 손을 보면서 미소짓고. 그런 패턴이 게속 반복되고 있었다.

[크아악!]

[꺄악!]

[으아악!]

'아... 더럽게 재미없다...'

[도, 도망쳐! 크... 크아아악!]

[으아악!]

'이게 어째서 인기가 있는건지... 작품성 제로에 스토리도 뻔하고 그나마 귀신 분장이 현실적이긴 하네.'

[내가 애초에 이 별장에 오지 말자고 했잖아!]

[여기 와서 제일 좋아하던 사람이 누군데?!]

'나같으면 거기에 별장에 귀신이 사는게 아니라 원한이 있는 귀신이 도시에서부터 따라 온다거나 뭐 그런 설정으로 썼을텐데... 너무 뻔하네. 요즘 작가 아주 개나소나 다 하는구만...'

영화의 스토리는 어느 공포영화에서나 볼법하고, 영화로도 이미 볓번 나왔었던 소재였다. 단지 분장이 매우 리얼하고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승부하는것 같았다. 진짜 공포영화 보면서 지루하기는 처음이네.

[우, 우리 괜찮은거지...?]

[어, 아마... 잠깐만. 오는거 같아. 더 붙어!]

그러던 와중, 갑자기 남녀 두사람이 같이 숨더니 뭔가 달달한,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분위기가 뭔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완전히 대중성만 노렸네. 여기에 또 로맨스 요소를 집어넣을줄은... 한국 사람들의 심리를 완전히 파고드는구만.'

그 장면이 나오자 나는 저절로 한숨이 나와버렸다. 그리고 이게 재밌나 생각하면서 주변을 한번 쭉 둘러봤다. 그런데 내가 에상했던 반응과 조금 다른 모습들이었다.

일단 들어올때의 내 기억으로는 여기 안에 커플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었다. 그렇다는건 영화를 보는 도중에 스킨십이 충분히 일어날수 있고, 조금 더 나가면...

쭈웁-쭙-

"하아..."

내가 설마하면서 다시 고개를 돌려보려는 순간, 수많은 곳에서 여러가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진짜 더럽게 민폐 끼치네.

'진짜 시끄럽네...'

게속해서 끊이질 않고 들려오는 소리,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찰나, 내 옆에 여운이가 있다는게 떠올랐다.

두근두근-

그러면서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 그러면서 살짝, 아주 살짝 고개를 돌려서 여운이를 쳐다보는 순간, 여운이랑 눈이 마주쳤다.

"..."

"..."

그런데 여운이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겉으로 확실하게 티가 나는것 같지는 않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지금까지와는 뭔가 전혀 다른 느낌, 그러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서, 설마... 얘 지금...'

그리고 그 기분은 여운이가 내쪽으로 고개를 서서히 내밀면서 확실해졌다.

그러면서 아까보다 훨씬 더 요동치기 시작하는 내 심장, 그리고 머릿속은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썸타다가 오랜만에 다시 만난건데, 이래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 한번도 해본 경험이 없어서 왠지 모르게 게속해서 떨리기 시작했다.

아, 물론 그때 그애가 강제적으로 한거는 제외하는거고.

그러면서 살짝 밀어내거나 다시 고개를 돌릴까봐도 생각했지만, 그러는 순간, 여운이가 많이 뻘쭘해하고, 어색해질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이상 가까워 질수 었을것 같았다. 아니, 더더욱 멀어질것 같았다.

우리 사이가 연인, 아니 썸타는 사이가 아닌, 그냥 친구, 아니면 어색한 사이로밖에 남을것 같았다.

'놓치기 싫어.'

얼마만에 만난건데, 그때는 여운이가 선을 그으면서 썸타는 정도에서 끝났었는데, 이제 들어와준다. 놓치기는 싫었다. 게속해서 보고 싶었고, 손도 잡고, 안아보고 싶었고, 그리고... 입도 맞추고 싶었다.

이건 이성적인 생각이 아닌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본능이었다. 그러면서 여운이에게 얼굴을 확 들이댔다. 그리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

처음에 여운이는 갑자기 다가오는 내 얼굴에 놀랐는지 조금 뒤로 빠지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잡고있는 손을 내쪽으로 살짝 잡아끌어서 뒤로 못가게 막았다.

그러자 여운이는 더이상 뒤로 빼지 않고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뒤 조심스레 떨어지는 입술, 우리는 아무말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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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달달함 혹은 씁쓸함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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