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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71화 (71/255)

우리 동네 야구팀-71화

"재밌었어?"

"응! 영화 말고도..."

그뒤로 영화가 끝난뒤 영화관 앞 길가, 우린 둘은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꼭 잡은 손. 영화관에서의 입맞춤 덕분인지 이제는 어색한 느낌없이 자연스럽게 잡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진짜 사귀는 사이로 오해하겠네. 그럼 나야 좋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운이를 쳐다보니까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진짜 이런 기분 오랜만이네. 거기다가 썸탈때의 불안함도 없고, 너무 기분 좋다. 왠지 날아갈것만 같다.

"근데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거야?'

그렇게 한창 걸어가고 있을 무렵, 여운이가 나에게 물어봤다.

"아, 맞다."

"지금 아무데나 걸어가고 있는거야?"

"그, 그런거 같은데..."

여운이가 살짝 째려보면서 말하자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그런데 자꾸만 입술에 시선이 가는게... 아냐, 정신차리자 안수혁. 그래도 정신은 차리고 있어야지. 그리고 솔로들도 생각을 좀 해주자고.

하지만 걸어가는건 멈추지 않았다. 발길 닿는데로 가면 뭐 어때, 같이 있는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하고, 가치가 있는건데.

"수혁아, 우리 이거먹자!"

그렇게 조금 더 생각없이 걷던 와중, 여운이가 지나가던 한 가게에 시선을 고정했다. 나는 뭔가 하면서 여운이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방금 완성된듯한 회오리 감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걸 간절하게 쳐다보는 여운이. 그러더니 못참겠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여기 회오리 감자 두개 주세요."

"네."

내가 말하지 주인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여운이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사도 되는데..."

"그냥 사주고 싶어서 그래."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여운이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지갑을 집어넣었다.

"여기 있습니다."

잠시뒤, 다 됐는지 주인이 양손에 회오리 감자를 하나씩 든채로 내밀었다. 그리고 우리는 회오리 감자를 받아들었다.

"3천원 입니다."

"네, 여기요."

"그럼 맛있게 드세요."

돈을 내자 주인은 웃는 얼굴로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나는 고개를 한번 꾸벅이고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여운이를 한번 쳐다봤다.

여운이는 맛잇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거의 흡입하듯이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황급하게 입 주변을 털기 시작했다.

'귀엽네.'

그런 여운이의 모습을 보니까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만약 지금이라면 시험이 망하더라도 이렇게 웃을수 있을것만 같앗다.

"왜, 왜 그렇게 쳐다봐."

"아니, 너무 잘먹어서."

내 대답에 여운이는 당황한건지 두 볼이 붉어지면서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 그게 왜 좋은데..."

"귀여우니까."

내 대답에 여운이는 놀랐는지 살짝 움찔했다. 그리고는 내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너 지금 나 놀리는거지?"

"음? 아닌데?"

어, 나는 그냥 느낀 그대로 말한건데 여운이는 놀리는줄 알았나보다. 그럼 기왕 이렇게 딘거 장난 좀 쳐볼까?

"왜, 넌 귀엽고, 얼굴도 예쁘고, 사랑스럽고... 그리고 또..."

"그, 그런말 이런데서 하지좀 마! 사람들이 다 듣잖아!"

"뭐, 어때? 진짠데."

"아 진짜!"

내가 웃으면서 계속 말하자 여운이는 점점 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내 제대로 화가 났는지

퍽-

"으억!"

발 앞꿈치로 내 종이라를 차고는 먼저 가버리기 시작했다.

"여운아, 같이가!"

나는 그제서야 여운이가 단단히 삐진걸 눈치채고는 아픈 다리를 부여잡으면서 뒤쫓아가기 시작했다.

적당한 선에서 끊었어야 했는데, 조금 과했나?

다행히 여운이를 따라잡는건 그닥 어렵지 않았다. 여운이도 완전히 화가 난건 아니었는지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일단 쫒아가서 여운이의 옆에서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사과하기 시작했다.

"미안, 앞으로는 안그럴게. 그러니까 화 풀어. 응?"

"..."

"그러지 말고~ 응?"

여운이가 아무런 반응도 없자 나는 평상시에 하지도 않는 최대한 귀여운 말투까지 써가면서 화를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아, 다음부터 놀리지 말아야지. 얼굴에 철판깔기 너무 힘들다.

"...알았어. 다음부터는 그러지마."

"화 푼거지?"

"응..."

그렇게 매달리니까 여운이의 표정이 조금씩 풀리더니 이내 용서해줬다. 그런데 손을 잡으면서 웃는 얼굴을 보니까 왠지 모르게 내가 당한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 당했더라도 여운이에게 당하는 거라면 충분히 기분은 좋지만. 그러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아 진짜... 그년 때문에 내가 지금 뭐냐고..."

어느 골목길 구석에서 서있는 두 여자, 그중에서 한 여자는 욕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야, 그만좀 피워. 걔는 너 이러는거 보면 질색한다니까?"

"아 뭐, 어차피 나한테 관심도 없는데."

다른 여자가 담배를 뺐으려고 하자 뒤로 살짝 빠지면서 피하는 그녀. 그리고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야."

"뭐."

"솔직히 나정도면 대부분 남자들 다 따라올만 하지 않아?"

그녀의 말에 다른여자는 잠시동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자기가 예뻐도 그렇지, 어떻게 그걸 가지 입으로 당당하게 말하는지. 친구였지만 이럴땐 참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확실히 유명 여배우를 닮은듯한 외모가, 학생이라고 안 믿길 정도로 잘 빠진 몸매까지 소유하고 있었다.

키가 평균보다 조금 작은게 흠이었지만, 그건 힐을 신으면 된다. 사실 평균에서 아주 약간 안되는지라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그래, 너 예쁘다 예뻐, 됐냐?"

"그럼 뭐해? 그새끼는 나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는거 같은데."

"그럼 일단 이거부터 좀 꺼. 간접흡연 시키지 말고. 피부망가진다고."

그녀가 한숨을 쉬자 다른 여자가 그 사이에 재빠르게 담배를 낚아채고는 바닥에 던져서 발로 비벼버렸다.

"아, 그거 마지막인데."

"그전에 내가 죽어."

다른 여자의 말에 그녀는 투덜거리면서 다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게속해서 한숨을 내쉬면서 궁시렁거렸다.

"못들어주겠네."

"뭐?"

얼마나 그랬던걸까, 다른 여자가 혼자 궁시렁 거리면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럴거면 확실하게 고백하라고."

"이미 했는데 차였잖아."

그녀의 말에 다른 여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좌우로 살짝 저었다.

"그럼 포기해."

"그러기엔 그건 또 싫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하늘을 쳐다봤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너는 왜 나를 안봐주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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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함부로 건드리면 안되는 사람이 있다(1)201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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