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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72화 (72/255)

우리 동네 야구팀-72화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며칠뒤 5월 21일 수요일, 나는 오늘만큼은 학교가 아닌 학교에서 멀리까지는 떨어지지 않은 커다란 공원으로 향했다.

물론 혼자는 아니었다. 지금 내 옆에는 평상시에 같이 지내던 반 친구들인 용신이와 웅철이가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헉... 허억..."

"으어... 더워..."

"야, 조금만 참아. 다왔다."

둘은 요즘들어서 조금 강해진 햇빛때문인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반면에 나는 더 심한 곳에서 시합하고 운동을 했던지라 별 무리없에 상쾌한 기분으로 걸어갈수가 있었다.

"얘들아, 저기 다왔다."

"하아... 오늘 더럽게 덥네."

"그러니까. 부채라도 가져올걸."

둘의 공통점은 둘다 덩치가 좀 있다는 점이었다. 뭐 키까지 엄청 큰건 아니고, 조금 큰편이지만 옆으로 조금 벌어진 정도랄까나, 육중한 편에 가까웠다.

그나저나 너네 버스타고 안왔으면 어떡할 뻔했냐. 앞으로 더 걸어야 되는데.

나는 그런 애들을 잠시 안쓰럽게 쳐다보고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조금 앞에서 보이는 몇몇 사람들, 보니까 모두 우리반이었다. 그러면서 발걸음을 조금 더 빨리 옮겼다.

"어, 예상보다 일찍왔네?"

"너 택시타고왔지?"

"당연하지."

도착하자 산욱이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 둘은 힘든지 옆에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우, 이제 슬슬 여름인가 더럽게 찌네."

"아, 오늘 훈련 대신에 여기서 펑고받고 끝낸다고 했는데, 글러브 가져왔냐?"

내가 벤치에 털썩 앉으면서 가방속에서 부채를 꺼내자 산욱이가 물어봤다.

"혹시 몰라서 가져왔는데, 진짜로 할줄은... 덥다고 안할줄 알았는데."

"뭐... 일을 너무 크게 벌렸으니까. 거기다 쌍둥이는 절박하기도 하고."

산욱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생수 뚜껑을 따더니 입안에 그대로 들이부었다. 그리고는 원샷으로 페트병 하나를 다 끝내버렸다.

나는 그 옆에서 멍하니 주변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앞에는 수많은 애들이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런데 햇빛에도 별 반응하지않고 잘 있는걸 보면 덥지 않나 싶기도 했다.

띠링-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을무렵, 메세지라도 온건지 알림음과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보낸건지 확인하니까 여운이었다.

"어?"

"뭔데?"

내가 살짝 놀라자 산욱이가 뭔가 하면서 내쪽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문자내용을 보더니 별 생각 없는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뭐야, 그 여자애야? 그런데 뭘 그렇게 놀라고 그... 야, 잠시만."

별 반응없이 고개를 돌리던 산욱이는 다시 내쪽으로, 정확히는 휴대폰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때 그애 이름이 아닌데? 개 유씨 아냐? 그런데 얘는 왜 장씨야?"

헐, 눈썰미도 좋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살짝 놀란듯한 눈으로 산욱이를 쳐다봤다.

단,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것은 내가 양다리 비슷하게 걸치다가 들켜서가 아니라, 그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란거였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고 별 신경도 안쓰는거 같아서 이름도 안외울줄 알았는데, 진짜 의외다.

하지만 뭔가 어쨌든 지금은 일단 해명을 해야된다. 만약 그 이야기가 그애의 귀에 들어간다면 여운이가 위험해질수도 있었다. 같은 학교니까 언제든지 얼마든지 충분히 괴롭힐수가 있었다.

뭐, 다른 학교여도 그러고도 남을애 같지만. 나도 그 피해자중 한명이고.

아, 진짜 미치겠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니, 걔는 그냥 나한테 자꾸만 들러붙는거고, 얘는 진짜인거고."

"뭐가 진짜인데?"

내가 해명을 하자 어디서 온건지 운선이가 내 뒤에서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고 있었다.

"수혁찡 설마 여친있는거야? 나 버리는고얌?"

"...일단 맞자."

"아, 형. 잘못했어. 살려... 으악!"

나는 뒤에서 병신끼가 발동한 운선이의 목을 앞으로 확 잡아끌었다. 그러자 운선이는 괴로운지 내 팔을 툭툭치기 시작했다.

"후우... 여기로 전학오기전에 썸탔던애야. 조만간 고백할거고."

나는 운선이를 잡고있단 팔을 놓으면서 말했다. 그래, 뭐 어차피 언젠가는 밝혀질거 같은데 미리 말해버리는게 나았다.

전부다 솔직하게 까발리는게 내 습관이니까. 그래야 나중에 뒤탈이 없지.

그렇게 말하고 둘을 쳐다보니까 둘은 여태까지 봐왔던 표정중에서 놀라고, 또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헐... 대박..."

"지금 그애가 달라붙는것도 이해가 안가는데... 뭐지 이새끼는..."

그렇게 놀란 표정을 본 나는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었다. 아니, 내가 아무리 흔한 오징어중 한마리라고 해도 오징어 아닌사람이 얼마나 드문데, 이정도라면 평균은 갈수 있지 않나?

"너네 지금 나 무시하는거냐?"

"당연할걸 왜 말하고 그래."

"얘도 이정돈데... 성빈이 얘는 진짜... 불쌍해서라도 여자좀 소캐시켜줘야겠다."

"이새끼들이 진짜..."

나는 어이가 없어서 순간적으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서 산욱이는... 때리려고 하다가 되러 더 처맞을거 같아서 예외, 그나마 만만한 운선이를 잡고는 때리기 시작했다.

"좀 맞자 이새퀴야."

"아, 형, 형! 으악!"

*

"흐음.. 다됐다!"

"뭐야, 벌써 다했어?"

"야, 소설 까짓거 뭐 별거 있냐? 그냥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휙휙 적어내면 끝이지 뭐. 그나저나 넌 시쓰는데 아직도 그러냐?"

"이게 은근 어렵다니까?"

'그래? 수고해. 난 애들이랑 펑고치러 간다."

그뒤로 두시간 정도 지난 지금, 나는 방금 막 백일장을 다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글러브를 챙겨든채로 넓은 들판에 서있는 애들을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가서 도착하자 애들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는지 가만히 다들 가만히 서있는채로 먼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왜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건지.

"왜 안해?"

"애들이 아직 안왔는데."

내가 물어보자 성빈이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까 지금까지 모인 애들이 성빈이하고 선민이, 영훈이. 아, 그럴만도 했다. 애들을 끌면서 펑고를 할만한 녀석은 없어보였다.

"그냥 시작해. 다른 포지션에서 받아도 괜챃으니까."

"그럼 누가 쳐주게?"

"까짓거 내가 쳐줄게."

나는 자신있게 말하면서 성빈이가 쥐고 있던 배트를 받았다. 그리고 애들한테 대충 자기 포지션 쪽으로 가서 서있으라고 말했다.

애들은 천천히 각자 대충 위치에 맞춰서 자리를 잡았다. 나는 애들이 자리를 잡은거를 확인하고는 공을 살짝 띄운 다음에 배트를 가볍게 휘둘렀다.

텅-

공은 배트에 빚맞으면서 유격수 방향, 선민이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선민이는 타구가 오는 쪽으로 천천히 달려갔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고 공을 잡으려는 순간

"너 안내놔?"

"잡을수 있으면 잡아봐!"

갑자기 두 남녀가 우리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하더니

"어...? 어...!"

먼저 앞에서 도망치던 남자가 공을 밟고는 그대로 넘어져버렸다.

콰당-

그 남자는 넘어지더니 아무런 반응도 없이 쓰러져있었다. 그리고 성빈이를 제외한 애들은 그 자리에서 거의 패닉 상태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성빈이는 이런 상황이 자주 있어서 그런지 별 반응은 없었지만, 이정도의 상황은 처음인지, 아니면 원래 이래왔던건지 별말없이 자리에서 딴청을 피우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사태수습은 내가 해야될것 같았다. 뭐 어차피 내가 친 공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천천히 굴러가는 공을 밟고 저렇게 넘어질수나 있는건가... 뭔가 오버액션 같기도 한데...

쨌든 지금은 사과하는게 우선이었다. 나는 얼른 그쪽으로 달려가서 쓰러져 있는 남자를 한번 살펴봤다.

다행히도 그 남자는 크게 다친건 없었는지 허리를 부여잡으면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으으으..."

"괘, 괜찮아?"

남자의 옆에서 여자는 걱정되는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를 살짝 째려봤다.

"죄송합니다."

나는 일단 고개를 숙이면서 간단하게 한번 사과했다. 장난이나 대충 하는 사과가 아닌 제대로 된 사과. 아마 성격이 이상하거나 지금 기분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뭐라고 한마디 하면서 넘어갈것 같았다.

여기서 야구를 하는게 금지된것도 아니고 굴러가던 공을 밟고 넘어진거니까 우리에게도 딱히 책임은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뭔가 불만이라도 있는지 나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욕부터 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뭐야?'

나는 순간 내 귀가 잘못됐나. 의심했다. 내가 크게 잘못한것도 아니고, 정중하게 사과까지 했는데 돌아온 첫마디가 욕이었다. 보통 아무리 화가나도 예의를 차리는게 보통의 경우일텐데.

"죄송합니다."

나는 혹시 그 사람이 잘못들은건가 생각하면서 다시 고개숙여서 사과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아직도 기분이 안풀린건지 여자의 도움을 받으면서 간신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내 머리를 검지손가락으로 꾹 밀어버렸다.

"씨발 눈좀 똑바로 뜨고 다녀."

"..."

하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서 가만히 서있었다. 여기서 주먹이 날아간다면 분명히 내 손해니까. 그리고 괜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내 인내심은

"하여튼 실력도 없는 것들이 이런데서 야구한답시고 아주 개지랄을 하고 앉아있네."

그 남자가 나를 지나가면서 궁시렁 거리는 단 한마디에

"이봐요."

폭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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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함부로 건드리면 안되는 사람이 있다(2)201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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