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79화 (79/255)

우리 동네 야구팀-79화

'뭐야?'

나는 순간적으로 무슨 일인가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덕아웃 앞부분으로 걸어나갔다.

투수코치로 보이는 사람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마운드였다.

아니, 현재 가장 강력하고 안정된 곳인데, 왜 거길 찾아가는 거지?

나는 혹시 투수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건가 하면서 유심히 관찰했다. 하지만 코치로 보이는 사람은 말 몇마디만 하고는 다시 덕아웃으로 내려가버렸다.

"뭐야? 왜그런거야?"

"나도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뭐 부상당한적이 있는거 아냐?"

"글쎄, 기껏해야 동네야구 수준...은 아니지만 수술할정도로 다친건 아닌거 같은데..."

"영훈아, 닥쳐."

"맨날 나만보고 닥치래..."

애들도 그 상황에 적잖이 놀랐는지 갑자기 웅성웅성 거리면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틈에 산욱찡 가슴을!"

"죽여버린다!"

"아아아! 항복! 항복!"

물론 이와중에도 병신짓을 하는 녀석도 있었다. 그나저나 운선이 이녀석 진짜 꾸준하네.

쨌든 나는 다시 그 투수를 쳐다봤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도대체 왜 올라온건지 내 나름대로 이유를 추측해보기 시작했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투수는 이번 공도 매우 시원하게 꽂았다. 그러면서 나는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비록 적이기는 해도 같은 투수로서, 그리고 일반 학생으로서 그런 공을 던진다는건 매우 대단한 일이니까.

하지만 전광판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나는 구속을 확인하고는 놀란채로 시선이 고정되어버렸다.

'뭐야. 왜 다시 130대로 내려갔지?'

*

"후우... 지금 마음 같아서는 그녀석 타석이 올때까지 이대로 던지다가 확 잡아버리고 싶은데..."

아까부터 너무 화가 난다. 내가 별볼것 없어보이는 녀석에게 홈런을 맞았다.

물론 경기를 하면서 홈런을 맞을수는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왠지 모르게 나빠졌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화가 나있는 상태로 있다가는 감정적이 될수가 있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변한다면 안전하게, 정석적인 플레이가 아닌, 무모한 도박같은 행동을 하거나 사고가 마비되서 잘못된 판단을 할수가 있었다.

'후우... 이러면 안돼...'

나는 속으로 내 자신을 제어하면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라는 앉았지만 아직 완벽하게는 가라앉지 않은 화, 그러면서 아까 당했던 생각이 다시 들기 시작했다.

[현아, 너무 세다. 다시 원래대로 낮춰. 팀을 생각하자.]

그러자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서 감독이 했던 말이 내 의지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되뇌여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흥분했던 마음이 다시 가라앉혀졌다.

'그래, 나는 선발이자, 팀의 에이스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된다.'

나는 속으로 이 말을 몇번이고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포수의 사인을 받기 시작했다.

*

"아까 그건 스피드건이 잠시 이상했던 건가..."

한번 140이 찍힌 이후로 전광판에는 계속 130대의 숫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애들도 아까 전광판이 잘못 된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점차 조용해졌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하면서 계속해서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기는 똑같은 모습의 반복, 그 투수가 공을 던지면 우리팀 타자들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거나 뒤늦게 헛스윙을 할뿐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허무하게 쓰리아웃, 2회 말이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2회 말이 종료되자 우리팀은 모두 글러브랑 모자를 챙겨들고서 각자 수비위치로 달려갔다. 나도 모자를 쓰고 글러브를 챙겨들고서 천천히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마운드 위에 올라가자 언제온건지 타석 안에 타자가 서있었다. 그러면서 매우 커다란 스윙을 해보는 타자, 마치 나에게 자신이 세다고 과시하는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별 반응없이 타자를 쳐다봤다. 그러자 타자가 스윙을 멈추고는 자세를 잡았다.

타자가 들어오자 나는 사인을 받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힘차게 공을 뿌렸다.

부웅-

"스트라이크!"

역시, 이 타자도 허풍이었나보다. 일부러 한가운데로 넣었는데도 헛스윙만 나올 뿐이었다. 그리고는 살짝 가로젓는 고개까지. 확실히 타자쪽은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면 나름 순항이었다. 놀부 머니즈는 지난번에 경기를 해본 결과, 충분히 이길수 있어보였다.

골드스타즈도 내가 방심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이기거나, 비길수 있을것 같았다. 그렇다면 충분히 예선을 통과하고 32강으로 올라갈수 있을것 같았다.

"후우... 그럼 이제 맘놓고 완급조절좀 해볼까..."

나는 살짝 웃으면서 종빈이가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가볍게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삼자범퇴로 3회초도 깔끔하게 처리해버렸다.

그리고 이어진 3회말, 그 투수는 여전히 압도적인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투수를 뚫지 못하는 우리팀 타자들, 그러면서 선두타자 아웃,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하... 타석 나가기 싫다..."

"직접 보면 더 치기 싫을걸?"

내가 혼자 중얼거리자 옆에서 종빈이가 대답하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냥 확 번트나 대버릴까..."

나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헤멧을 썻다. 그리고 내 배트를 챙겨들고서 타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타석 근처에 다다르자 마운드 위에 서있는 투수의 정면이 보였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는 매우 무서운 눈빛, 아무래도 지난번에 당한 빚을 갚으려는 모양인것 같았다.

"어우, 무서워 죽겠네..."

나는 살짝 질린 얼굴로 투수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심판이 재촉하는 바람에 타석 안으로 들어갔다.

타석 안에 들어가자 갑자기 뭔가 이산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다리가 후들거리는것 같았다.

그리고 투수를 쳐다보니까 이제는 숨쉬는 소리마저도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수의 기운이 여기 타석까지 전해져 오는것 같았다.

'하... 진짜 여기서 안타를 못치는게 당연한거 같은데...'

그 기운에 짓눌리다시피 한 나는 허탈하게 웃으면서 배트를 제대로 잡았다. 그리고는 투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렇다고 맥없이 물러나수는 없고, 아니 싫은거고...'

하지만 지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지더라도 힘없이, 무기력하게 지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서야 투수에게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슈윽- 파앙-

"스트라이크!"

하지만 전혀 보이지 않는 공, 아니 정확히 보이긴 보였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내가 배트를 휘두를때는 이미 한발 늦은 상황이었다.

"흐아... 더럽게 빠르네..."

나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다시 배트를 쥐고는 자세를 잡았다.

내가 자세를 잡자 투수가 곧바로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빨리 처리하고 싶었던것 같았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미트 안으로 들어가는 공, 결과는 한가운데 스트라이크였다.

'저 녀석이 지금 날 완전히 무시하네?'

나는 미트의 위치를 보고는 순간적으로 욱하면서 화를 낼뻔했다. 하지만 그건 비신사적인 행위, 나는 다시 진정하고는 투수를 쳐다봤다.

'내 반응을 본 이상 또 한가운데로 던질거 같기도 하고... 그럼 이렇게 해볼까...'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는 투수를 쳐다봤다. 이번에도 투수는 곧바로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공을 던졌다.

나는 공이 날아오자마자 곧바로 번트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는 존 한가운데로 배트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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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골드스타즈 VS D.라이더즈(5)201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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