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80화 (80/255)

우리 동네 야구팀-80화

팅-

공은 배트에 제대로 맞으면서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나는 공이 맞은걸 확인하면서 1루쪽으로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은 1루쪽 파울라인을 벗어났다. 그러면서 급하게 수비를 오던 1루수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아 아깝다...'

공이 파울라인을 벗어나는걸 본 나도 안타까워하면서 다시 타석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그런데 계속해서 타구를 바라보니까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이쯤되면 멈춰있어야 할 공이, 아니 굴러가더라도 파울라인에서 점점 멀어져야 할 공이 자꾸만 파울라인 안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그 순간, 공이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올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자 반사적으로 다시 1루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내가 갑자기 다시 뛰기 시작하자 1루수는 당황하면서 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공이 다시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와있는 상황, 1루수는 급하게 공을 잡았지만 이미 내 발은 1루 베이스를 밟은 상태였다.

"아자!"

나는 1루 베이스를 밟은채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속으로 내가 널 이겼다고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덕아웃을 한번 쳐다보니까 애들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애들에게 씨익 웃으면서 내가 이정도라는 것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

"아... 진짜... 썅... 으아아!"

이젠 더이상 못참겠다. 여기서 더 참았다는 미쳐버릴것만 같다. 별것도 아닌 것들에게 홈런이 이어서 번트안타까지...  이제는 진정시키기도 힘들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1루수에게 향하는 시선, 그녀석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사과했다.

'뭐, 어쩔수는 없겠지. 나도 영상으로만 봤지, 그런경우는 처음보니까.'

일단 그 녀석의 실책은 어쩔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더 화나는거는 저 녀석에게 또 졌다는거다. 지난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또 졌다.

그딴 꼼수를 부려서 이긴거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이긴건 이긴거였다. 규칙에 어긋나지도 않았으니까 정당하다고도 할수 있겠지.

하지만 그녀석이 운이 좋아서 이렇게 된건 부정하지는 않았다. 번트를 대는 자세도 뭔가가 엉성했고, 공이 그렇게 될 확률은 1퍼센트도 채 안되테니까.

"하아..."

하지만 이번에 진정하는건 쉽지 않아보인다. 아무리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어도, 머릿속을 비워보려고 해여도 전혀 먹히질 않는다. 계속해서 화가 나고 있었다.

결국 진정하는걸 포기했다. 대신, 지금부터 무조건 무안타로 잡아낸다는 생각을 하면서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실투가 나오건, 볼배합을 잠소 가져가던 그냥 구위로 찍어 누르자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덤벼 이새끼들아!'

*

"흐아... 간신히 출루했네."

1루 베이스 바로 옆,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투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투수는 아까 그일 때문인지 계속 발을 이곳 저곳으로 옮기면서 한자리에 가만히 서있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마 제대로 화가 난 모양인것 같았다.

뭐, 확시히 나같아도 이런 상황에서는 충분히 화가 나고 어이없을것 같았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질책할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나는 편안하게 베이스에 발을 대고서 투수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차피 후속타가 나오기는 힘든 상황, 그러니까 기왕 나온거 저 투수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는게 더 효율적인것 같다는 판단하에 나온 결정이었다.

지금 타석으로 들어오고 있는 타자는 운선이, 배트를 짧게 잡고서 휘두르는걸 보니까 어떻게든 치겠다, 살아나겠다는 의지가 보이고 있었다.

부웅- 파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하지만 헛스윙 삼진으로 순식간에 아웃, 그리고 그 다음 선민이마저 순식간에 아웃이 되어버렸다. 허무하게 이닝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나오네..."

나는 덕아웃으로 돌아가면서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강하다. 너무 강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강했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게속해서 강하다는 말만 반복되고 있었다.

그렇게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다시 글러브와 모자를 쓰고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식었던 어깨를 다시 풀어주면서 들어오는 타자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투수 녀석이 타석에 안나왔었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 투수가 타석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번에 배트를 들고 승부를 보자고 해서 타격에도 일가견이 있는줄 알았더니, 그냥 나처럼 공만 좀 던지는 사람인가 싶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까 투수의 체력을 보호해주려는 팀의 생각인것 같았다. 그때 타격폼부터 보통 애들이랑 완전히 달라보였다.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것 같았다.

여튼, 지금은 타석에 있는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그녀석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머릿속을 비워버리고 종빈이의 사인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제구에 신경써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상대 타자들은 여전히 내 공을 제대로 맞추지를 못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빚맞은 타구가 전부였다. 확실히 타격이 약한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그리고 사인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공을 던졌다.

까앙-

"뭐야?"

하지만 이번에는 배트가 시원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공을 제대로 맞추고는 이내 저 멀리, 담장을 향해서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면서 하얗게 질려버리는 내 얼굴, 다행히 파울홈런이 되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뭐지...?"

그런데 아까의 그 스윙, 지금까지의 스윙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분명히 첫 타석에서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는 내 공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딱 맞는 스피드, 그리고 엄청난 소리로 들려온 타격음, 뭔가가 이상했다.

아무리 첫 타석에서 본 공이 있다고 치더라도 뭔가가 이상했다. 갑자기 배트 스피드가 빨라질리는 없었다.

그러면서 뭔가 불길한 느낌과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타자들이 일부러 느리게 스윙하는건 아닐까, 만약 제대로 친다면 내 공따위는 그냥 휙휙 넘겨버리는건 아닐까, 그런 의심의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아냐, 아까건 그냥 우연일수도 있어.'

나는 애써 그 불안감을 떨쳐내려고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맞든 말든 그냥 던지자는 생각으로 공을 던졌다.

부웅-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이번에는 바깥쪽으로 집어넣은 직구, 타자는 이번에도 배트를 돌렸지만 배트는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그리고 아까 스윙은 우연이었는지 이번에는 한발 늦은 타이밍과 함께 헛스윙 삼진, 그러면서 불안했던 내 마음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아까 그건 우연인건가?'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쪽은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막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골드스타즈는 우리랑 같은조, 오늘 이기지 못하면 예선에서도 힘들어질수가 있고, 본선에 가는거 자체가 힘들어질거야. 무조건 막아야돼'

그러면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니까 다시 비장해진 표정, 그리고는 타석으로 들어오는 타자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무조건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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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골드스타즈 VS D.라이더즈(6)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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