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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83화 (83/255)

우리 동네 야구팀-83화

터엉- 터엉-

다음날 아침 개원중학교 운동장, 아무도 없는 운동장 한쪽 구석에서 영훈이 옆에 공 박스를 쌓아놓고는 전력으로 공을 던지고 있었다.

터엉- 터엉-

하지만 공에 분노가 실려서 그런걸까, 이제는 제구마저도 되지 않으면서 공은 사방팔방 이상한 곳으로 던져지고 있었다.

"허억, 허억..."

그렇게 얼마나 던졌을까, 순식간에 공이 든 박스는 바닥을 보였고 영훈은 그 옆에서 간신히 서있었다. 그러면서 곧 울것만 같은 눈, 그러다가 눈물이 한방울,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난... 왜 안되는건데..."

눈물이 새어나오기 시작하자 영훈이 혼자 중얼거리면서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눈물은 계속해서 쉴새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실 영훈은 처음부터 다른 포지션에 들어갔지만, 옛날부터 그가 원하는 포지션은 투수, 투수를 매우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바람과 현실이 늘 같을수는, 아니 대부분은 그렇게 될수 없는법. 영훈은 실력이 안된다는 이유로 남은 우익수를 맡게 되었고 그는 자신의 처지랑 팀을 생각해서 군말없이 그 자리를 맡았다.

그러다가 어제 운좋게 잡은 기회, 하지만 그 기회마저 순식간에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제구를 잡으려고 악력도 키우는 등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소용이 없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지금 이 상황이 그로서는 매우 화가 나고 있었다. 자기도 자기 자신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발전하기는 커녕, 오히려 퇴보하는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더 이를 악물고 훈련을 해도 여전히 다른 애들보다 훨씬 처져 있었다. 피해를 주지 않을정도는 되려고 몸부림을 쳐봐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자신은 여전히 배팅볼밖에 던지지 못하는, 제구도 안정되지 못한 투수였다.

"흑... 흐윽..."

울음을 참던 영훈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두방울씩 떨어지던 눈물이 이제는 한꺼번에 후두둑 쑫아내리면서 마른 운동장을 적시고 있었다.

"난... 왜 안되는건데... 왜..."

영훈은 지금 매우 억울했다. 누군가 노력하면 분명히 노력한만큼 보상이 돌아오기 마련이라고 배웠는데, 지금은 그 말이 거짓말처런 느껴졌다. 그 사람이 마치 빈말을 하면서 희망고문을 하는것 같이 느껴졌다.

자기도 잘 던지고 싶은데, 그래서 노력해왔는데, 현실은 그런 자신을 완전히 외면해버리고 내쳐버렸다. 영훈은 지금 그 사실에 가장 화가 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완전히 쪼그려 앉아버린 영훈, 그러면서 글러브까지 벗어서 던져버리고는 혼자서 울고 있었다.

"나도... 나도... 잘 던지고 싶다고!"

*

"으아... 아침 산책 코스론 괜찮은데 학교를 너무 높이 지었단 말야. 이래서 학생들이 등교 할수나 있는건지. 참..."

시합 다음날 아침, 용식은 느긋하게 걸으면서 개원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교장의 배려로 이 근처로 이사온 다음부터 그는 주말 산책으로 개원중을 맨날 드나들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평사시처럼 개원중으로 느긋하게 산책을 나오는 용식, 편한 추리닝 차림에 휘파람까지 불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완전 동네 백수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자신감이 넘치는듯한 용식의 표정, 무슨 좋은일이라도 있는건지 얼굴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렇게 개원중에 들어오고 운동장으로 걸어가는 용식, 그는 여전히 기쁜 얼굴을 하면서 천천히 운동장을 걷기 시작했다.

"...저거 영훈이 얘는 왜 여기있대?'

용식이 의아해 하면서 조금 걷다 보니까 구석에 훈련할때나 꺼내서 쓰던 장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근처에서 쪼그려 앉아있는 한 사람, 그쪽으로 걸어가면서 확인해보니까 영훈이 쪼그려 앉아있었다.

용식은 뭔가 싶으면서 영훈과 그 주변을 조심스레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금 영훈의 모습은 기분이 좋아보이는 모습은 아닌거 같고, 그리고 그 주변에 널브러진 공들은 아마도 제구가 잘 되지 않아서 여기저기에 널려있는것 같고... 그렇다는건 공에 감정이 들어갔다는 소리, 그래서 제구가 안된걸테고, 그렇다는건 뭔가 힘든 일이 있는건가?'

용식은 머리를 재빠르게 굴리면서 지금 영훈의 상황을 나름 유추해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영훈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영훈아."

"..."

용식이 부르자 영훈은 잠시 움찔했지만 뒤로 돌아보지는 않았다. 지금은 말한 기분이 아니라는 무언의 의사표현이었다.

영훈의 반응에 용식은 조금 놀란듯한 눈치였다.

평상시에 발고, 순진하면서 착하게, 마치 범생이같이 굴던 영훈이었다. 그런 영훈이 지금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었다.

'얘가 왜 이러는거지...?'

용식은 영훈에게 무슨 일이 있나 점점 걱정되기 시작했다. 지금 영훈이 정상이 아니면 경기를 뛸때 지장이 올수도 있었다. 그래서 팀이 질수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가, 아니 동료가 이렇게나 힘들어 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건 동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서로 도와주고 협력하는게 동료고, 그게 팀이었다.

용식은 무슨 일이 있었나 곰곰히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단번에 예상이 되어버렸다.

'아, 어제경기...'

용식은 뭔가 알것 같게 되자 용식은 어제 경기를 잠시 떠올려봤다.

영훈이 마운드에 올라오는 것부터, 안타를 맞아서 우울한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것까지. 무슨 이유에서 그랬는지 이제야 알수 있을것 같았다.

'이녀석... 투수가 엄청 하고 싶었나보네. 이정도로 간절한걸 보면...'

용식은 순간 자기자신도 울컥하면서 같이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그리고 이런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영훈의 마음에 완전히 공감이 가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든 순간

'아, 드디어 찾았다.'

용식은 순간적으로 백업 투수에 관한 생각이 떠올랐다.

실력 면에서는 가장 형편없지만, 투수를 하고 싶다는 열정, 노력하려는 자세, 간절함만큼은 수혁을 제외하고는 영훈이 가장 좋은것 같았다.

'영훈이 얘를 투수로 함 키워보자. 그 누구도 만만히 보지 못하도록 한번 키워보자.'

그러면서 용식은 속으로 단단하게 다짐했다. 영훈을 어떻게든 키워서 1이닝 정도는 막을수 있는 투수로 만들겠다고. 대회에 나가서 당당히 올라갈수 있는 투수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생각을 한 다음, 용식은 발 바로 옆에 있는 공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영훈의 왼쪽 옆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손가락으로 공을 튕기고 받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투구에는 밸런스가 중요하지. 무조건 빠르고, 힘있게, 전력으로 던진다고 해서 꼭 좋은 공이 아니고, 좋은 공이 던져지는것도 아니야."

"..."

용식이 차분하게 말하자 영훈의 몸이 잠시 굳어버린듯이 멈춰버렸다. 용식은 영훈의 반응을 확인하고는 계속해서 하려던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제대로 밸런스만 갖춘다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내에 그럴싸한 투구를 할수가 있지."

"..."

용식은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텀을 두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영훈을 향해서 허리를 숙이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내가 널 그렇게 만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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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변화(2)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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