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84화 (84/255)

우리 동네 야구팀-84화

"내가 널 그렇게 만들어줄게."

용식은 그렇게 말하고는 영훈의 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고개를 살짝 들어올리는 영훈, 그리고는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올려서 맞잡았다. 그리고 일어났다.

"정말로... 그렇게 될수 있는거죠...?"

"걱정마. 안되더라도 끝까지 책임지고 갈거니까."

용식은 자신있게 대답하고는 자신이 쥐고 있던 공을 영훈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영훈이 공을 잡자 마침 바구니 옆에 있던 포수 미트를 끼고는 벽쪽으로 걸어가서 쪼그려 앉았다.

"자, 던저봐라! 어디 한번 마음껏 던져봐!"

용식은 주먹으로 미트를 팡팡 치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영훈이 조금 쭈뼛거리더니 발로 선을 찍 긋고는 용식을 쳐다봤다. 그리고 늘 던지던대로, 자신의 투구폼으로 공을 던졌다.

슉- 퍼엉-

공은 느리게 날아가다가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공을 잡은채로 가만히 생각을 해보는 용식, 그러다가 뭔가 감이라도 온건지 고개를 살짝 갸우뚱 거리다가 약하게 끄덕였다.

"영훈아, 사이드로 던져보는건 어때?"

"네...?"

갑작스런 용식의 제안, 당연하지만 영훈은 잠시 당황하면서 다시 물어봤다. 그러자 용식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너가 체격이 작아서 그런지, 아니면 오버 체질이 아닌건지 공이 너무 밋밋하고 구위가 약한거 같아. 그러니까 한번 사이드암으로 던져봐."

"저... 근데 던지는 방법을 모르는데요."

"어... 그래?"

영훈의 대답에 용식은 잠시 말이 사라졌다. 그러다가 포수 미트를 벗어던지고는 영훈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영훈의 팔을 잡은 다음에 개인적으로 지도를 해주기 시작했다.

"자, 그러니까 앞발은 들어올렸다가 이렇게 앞으로 쭉 뻗으면서... 허리는 이렇게 살짝 숙이면서 팔을 뒤로 뻗었다가 앞으로 내밀면서 공을 손가락으로 채주면 되는거야. 어때, 할만해?"

"음... 한번 해볼게요."

용식이 자세를 잡아주자 영훈은 잘 이해한건지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용식이 다시 돌아가서 미트를 내밀자 그가 알려준걸 천천히 떠올리면서 최대한 똑같이 던지기 시작했다.

슈욱- 퍼엉-

이번에는 아까와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는 볼끝이 거의 죽어서 들어가는 거라면, 이번에는 조금 볼끝이 어느정도 살아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거라서 볼끝이 조금 더럽고, 많이 움직일수는 있었지만, 용식이 잡을때의 느낌은 달랐다.

오버로 던질때와는 다르게 공이 더 많이 회전이 되었는지 비교적 구위, 구속이 약할수밖에 없는 사이드암 임에도 불구하고 공이 더 빠르고 묵직하게 느껴졌다.

'이거... 은근히 좋은데...?'

그러면서 용식이 놀라면서 아무말없이 미트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영훈을 한번 쳐다보고는 공을 던져주었다.

'이녀석... 구속이랑 제구만 조금 잡히면 생각보다 괜찮겠는데...?'

*

'뭐, 뭐지...?'

방금 처음으로 던져본 사이드암, 그런데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뭔가 공을 놓는 느낌이 이상했다.

여태까지는 손으로 밀어서 공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공이 알아서 튀어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손끝에 알지 못한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 그러면서 이게 공을 챈다는 느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감각이 그 감각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 한가지는 확실했다. 예전보다 공을 놓는 방법이 더 좋아진거는 확실한것 같았다.

그러면서 감독님을 쳐다보니까 감독님도 뭔가 달라진걸 느꼈는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나에게 공을 던져주셨다.

나는 공을 받은 다음에 다시 그러놓은 선 위에다가 발을 올렸다. 그리고는 감독님의 미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까는... 우연일수도 있어. 다시 한번 더 최대한 똑같은 느낌으로...'

나는 텀을 길게 두면서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그리고 아까의 느낌을 최대한 떠올리면서 한번더 던지기 시작했다.

슈욱- 퍼엉-

"어, 어어...?"

헐, 대박이다. 아까의 그 감촉이 이번에도 느껴졌다. 공이 손에서 마치 미사일처럼 슝 하고 날아가는 느낌, 똑같았다.

그리고 이번엔 공이 날아가는걸 확인했었다. 그런데 오버로 던졌을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나가는것 같은 투구, 그리고 공의 궤적도 중간에 한번 휘면서 투심같이 날아가는것 같았다.

'방금거 우연이 아니었어...?'

나는 순간적으로 놀라면서 입이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다른 투수들은 당연한 느낌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처음엔 그냥 우연인줄 알았다. 그냥 어쩌다가 운좋게 들어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번 더 던지고 나니까 아닌걸 알게 되었다. 이건 진짜였다. 여태까지 안풀리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거라면 나도 충분히 할수 있을것 같았다. 나도 투수로서 마운드 위에 당당하게 설수 있을것 같았다.

드디어 나에게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것 같았다.

*

'아까보다 훨씬 더 좋아졌는데...?'

생각보다 좋다, 너무 좋다. 예상을 너무나도 초월해서 지금 뭐라고 딱히 할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솔직히 처음 받았을때는 고쳐야될 모습이 군데군데 보였다. 하지만 두번째 공을 받고 나니까 그런 모습들이 많이 지워지고 공이 훨씬 더 좋아져있었다.

이대로라면 꾸준히 던지기만 해도 충분할것 같았다. 그러면서 자세만 조금 익숙해지면 충분할것 같았다.

아, 당연히 구속은 조금 더 올려야 겠지만, 에선전에서는 충분히 먹힐것 같은 투구였다. 완벽했다.

"좋아, 이대로 게속 던져보자!"

나는 크게 외치면서 다시 영훈이에게 공을 던져줬다. 그리고 주먹으로 미트를 두어번 치고는 다시 내밀었다.

슈욱- 퍼엉-

"좋다, 좋아!"

이번 공도 아까처럼 구위가 좋았다. 물론 그 좋다는 점이 대회에서 통한다는 건 아니었지만, 충분히 좋아졌다. 그러면서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경종고 야구부를 맡을때랑 왠지 흡사한 기분이었다. 한명 한명에게 관심을 가져주면서 같이 훈련도 하고, 그러면서 더 친해지고 성장하는 느낌, 면홍중에 있을때에는 시도조차 할수 없었던 매우 기분좋은 감정이었다.

그러면서 처음엔 간단히 봐주려던 생각이 이제는 더 연습하고 싶다는 의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원래 일하는 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욕기 샘솟는다라,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슈욱- 파앙-

"좋다, 좋아!"

그런 내 의욕이 전달된걸까, 영훈이의 공이 점점 좋아지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들어오는 공마다 구위의 기복은 조금 있엇지만, 구속도 충분히 증가했고, 제구도 막 한참 빠지거나 그러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 던지는 사람 치고는 매우 많이 휘는 공의 궤적, 사이드암 투구폼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 던지고 있었다. 마치 원래 사이드암으로 던지던 사람의 모습 같아보였다.

'좋아, 아주 좋아!

그러면서 내 입가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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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전혀 다른사람같은(1)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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