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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85화 (85/255)

우리 동네 야구팀-85화

마지막 연습시합이 끝나고 며칠이 지난 지금, 이제 어느덧 시간도 5월이 지나가도 슬슬 더워지는 6월, 여름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하굣길, 나는 어김없이 애들이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야, 그런데 오늘은 훈련 없대?"

"우리 어제까지 완전 빡세게 했잖아. 그래서 오늘 쉬고, 내일부터 이틀간 훈련하고 그리고 대회 하루전에 간단하게 훈련한대."

"토요일에 예선 시작이지?"

"어. 아마 그럴거야."

"아싸, 얼른 집가서 발이나 좀 닦고 자야겠다."

"야, 근데 저기 교문앞에 누구 서있는데?"

"뭐? 누군데?"

그렇게 평상시처럼 별일없이 떠들던 도중, 성빈이가 손가락으로 교문 한쪽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성빈이의 말대로 교문 앞을 보니까 뭔가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우리 학교 교복이 아닌 사복까지. 그러면서 뭔가 불안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안은 교문 앞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더니, 결국

"수혁아~"

그애가 나에게 달려오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잠깐..."

와락-

그애는 내가 말릴 틈도 없이 그대로 달려들어서 안겨버렸다.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을 뻔했지만 간신히 다시 되찾으면서 세이프, 그리고는 급하게 그애를 떼어냈다.

"지금 뭐하는거야?!"

"그게 그렇게 싫어..?"

내가 정색을 하면서 화를 내자 그애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아, 진짜 한숨밖에 안나온다. 왜 자꾸만 나한테 집적대는건지. 참 이해가 안간다.

그러면서 주변을 쳐다보니까 다행히 살짝 쳐다만 보고 지나갈뿐, 구역질을 하거나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하지만 애들을 보니까

"야, 너네 어디가. 야, 야, 왜뛰어?"

상황을 잘못 파악한건지, 아니면 그냥 나를 버리려는 매우 순수한(?) 의도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쪽팔린건지, 단체로 횡단보도를 건너서 뛰어가고 있었다.

"하... 진짜..."

결국 오늘 하루도 얘랑 같이 있게 될수밖에 없었다. 집에가서 좀 자려고 했는데, 진짜 미치겠네.

나는 한숨을 쉬면서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 옆에서 팔짱을 낀채로 나란히 걸어가는 그애, 어떻게든 팔짱을 풀고싶었지만, 만약 푼다면 더더욱 달라붙을것 같아서 그냥 포기하고서 걸어기로 했다.

그렇게 걸어서 드디어 도착한 집, 나는 비밀번호를 치고는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애도 같이 따라서 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아무도 없어. 그리고 넌 왜 들어...됐다. 그냥 들어와"

나는 들어오는걸 막으려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애가 내 방 안까지 쫒아와서 내 의자에 떡하니 걸터앉았다.

"뭐하는거야."

"뭐긴, 의자에 앉아있지."

내가 화를 내자 그애는 나를 보면서 눈웃음을 지었다. 가만보면 요즘 들어서 귀여운 컨셉으로 밀고 나가는건지 에전과는 태도가 확 달라졌단 말이지.

쨌든 나는 갈아입을 몇몇 옷가지를 챙겨들었다. 그러자 그애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가 들고 있던 옷들을 확 낚아채고는 이내 내 옷장 앞에서 옷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뭐,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러는건데?"

하, 이젠 따지기도 힘들다. 나는 그러면서 한숨만 푹 내쉬고는 그애가 하는것을 지켜봤다. 그애는 옷을 나한테 한번 대보기도 하고 하면서 맞추기를 몇번, 드디어 다 골랐는지 나에게 옷가지들을 내밀었다.

"자, 이렇게 입고 나와봐!"

그애는 나에게 옷들을 주고는 방 밖으로 나가서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 나는 별말없이 그애가 준 옷을 주섬주섬 입어보기 시작했다.

뭐, 이상하게 맞춰주지는 않았겠지.

잠시뒤, 그렇게 옷을 다 갈아입고 나서 벗은 옷가지들을 정리하자 때마침 방문이 열리면서 그애가 다시 들어왔다.

"역시, 이러니까 훨씬 더 잘생겼네."

내 모습을 본 그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매우 흡족해하고 있었다.

위에는 무늬가 없는 하얀 남방에 팔을 약간 걷은 상태였고, 바지는 무릎보다 조금 위까지 오는 검은색 반바지였다.

패션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그애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매우 좋아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입힌건데? 나 집에서 발닦고 잘건데."

자, 이제 그애의 할일이 끝났겠다. 나는 이제서야 내가 할말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애는 내 말을 무시하고는 그대로 손을 잡고서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너랑 꼭 같이가고 싶은데가 있어서 그래."

그애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어디론가 강제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덕분에 나는 급하게 신발을 질질 끌고 와서 엘리베이터에서 제대로 신을수밖에 없었다.

잠시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우리 둘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애, 나는 시선이 살짝 부담되서 위에 층수를 보기 시작했다.

"저기, 첫 시합은 언제야...?"

엘리베이터가 한참 내려가고 있을 즈음, 그애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어봤다.

"그건 알아서 뭐하게?"

"그냥... 너 응원이나 갈까 해서..."

"오지마."

하지만 나는 가볍게 못박아 버리면서 말을 툭 끊어버렸다. 그러자 아쉬운듯 하면서도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그애, 그리고 때마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그애는 내 손을 잡고서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빼보려고 했으나, 손에 땀이 차서 잠시 빼면 그애가 계속해서 다시 잡는 바람에 어쩔수없이 손이 잡힌채로 따라갈수밖에 없었다.

그애는 그렇게 계속 걸어가더니 집 근처 지하철 역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계속 밑으로 내려가더니 이내 마침 들어오는 지하철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아직 퇴근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얼마 없었고, 그래서 몇몇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이고 있었다. 그애는 그런 칸 안을 두리번 거리면서 빈 자리를 찾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따라가면서 그애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평상시랑은 뭔가 달라보이는 그애의 표정, 뭔가 살짝 들뜨면서 긴장한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도대체 어디로 가길래 저런 표정을 짓는지 궁금해졌다.

"어디로 가는건데?"

"나중에 알려줄게."

내가 물어봤지만 그애는 나중에 알려준다는 말만 하고는 그대로 빈 자리에 들어가서 앉았다. 그리고 남은 옆자리를 팡팡 치면서 나보고 앉으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나는 원래 자리가 있으면 재빨리 차지하는 타입인지라 그애의 뜻대로 그냥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멍하니 앞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스윽-

내가 앉아있자 그애는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서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를 가길래 그러는건지.

그래도 일단은 이 머리부터 치우는게 급선무였다. 난 진짜 관심없는데 나한테 왜 자꾸 그러는거냐고.

그러면서 나는 오른손으로 그애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반대쪽으로 봉으로 밀어냈다.

"그냥 좀 가만히 있어주면 안돼...?"

내가 밀어내자 그애는 눈을 감은 그대로 나에게 나지막히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내쪽으로 기대었다.

그런데 내가 왜 네 부탁을 들어줘야 되는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오른손을 즐어서 그애의 머리를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손을 들어서 밀어내려는 순간, 잔잔하게 웃고있는 그애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뭐지...? 갑자기 왜...?'

왠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애의 얼굴에서 뭔가 공감이 가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그애의 기분이 나에게 전달된걸까, 그러면서 나도 갑자기 붕 뜨는 기분이 들면서 들뜬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그런 느낌이 들고 나자 뭔가 희미하게 심장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음...? 뭐지? 왜 심장이 움직이는게 느껴지지...?"

나는 뭔가 하면서 그애와 반대편에 있는 손을 심장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느껴지는 내 심장소리. 하지만 그 이외에 다른 심장박동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두근]...

'내 심장이라고 치기에는 너무 빠르고 엇박자가 나오고 있는데...'

나는 설마 하면서 어깨에 기대고 있는 그애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이런 자세에서 심장 소리가 들릴리가 없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는 몰라도 심장이 뛰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리고 있었다.

'도대체 뭐지...?'

계속해서 뭔가 이상한 감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뭔가 기분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그때도 그애랑 이랬었는데...'

그러면서 어렸을적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잊고 싶었던 기억인데, 도대체 그때 기억은 왜 떠오르는건지.

'씨... 또...'

그러면서 아까의 붕뜬 기분은 사라지고 인상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두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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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전혀 다른사람같은(2)201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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