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90화
"으아... 드디어 진짜 대회네..."
"야, 야, 아직 예선이야. 벌써부터 떨면 어떡하냐."
"그건 그렇고, 감독님은 어디 가신거야?"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첫 예선전 당일날, 우리들은 산월야구장 1루측 덕아웃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앉아있었다.
몸은 이미 조금전에 다 풀어둔 상황, 그리고 상대편도 몸을 다 풀엇는지 자기네 덕아웃에서 쉬고 있었다.
그러헥 한참 떠들고 있을 즈음, 오늘 같이오고서 거의 보이지 않았던 감독님이 덕아웃 앞으로 오셨다. 우리들은 모두들 일어나서 덕아웃 앞으로 튀어나왔다.
"얘들아. 오늘은 그냥 가볍게, 즐기는 마음으로, 방심하지 말고! 알겠냐!"
"네!"
"그럼 난 잠깐만 어디 갔다온다. 그리고 그동안 수혁이 네가 임시 감독이다. 알겠지?"
"예? 감독님, 어디가요?"
"조금만 버텨봐!"
우리들이 모두 밖으로 나오자 감독님은 짧고 굵게 한마디만 하셨다. 그리고는 저 멀리 어딘가를 보시더니 그쪽을 향해서 곧바로 뛰어갔다.
"야, 감독님 오늘 무슨일 있냐?"
"내가 어떻게 알아."
"이러는것도 상대가 놀부 머니즈라서 가능한거지. 오늘 골드스타즈 였으면 지금쯤 정신 바짝 차리고 있었을걸?"
"하긴, 그렇긴 하겠네."
감독님이 어디론가 가버리자 애들은 다시 자리에 앉아서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애들의 말이 뭔가 놀부 머니즈를 조금 얕보는듯한 뉘앙스가 있었지만, 지난번에 형편없는 실력이 너무 여실히 드러난 바람에 별로 긴장이 되거나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와중에 감독님이 조사해놓은 자료들을 한번 훑어보면서 혹시 놀부머니즈에 관련된 있는 자료가 있나 한번 찾아봤다.
하지만 조사된 자료들은 전부다 골드스타즈의 자료들, 그것도 멀리서 봐서 그런지 자세한 자료는 아니었다.
"흠... 쓸만한 자료는 없는거 같은데..."
나는 자료집을 덮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물론 자료가 없어도 놀부 머니즈 정도면 내 공으로 충분히 제압할수 있었다. 굳이 투심까지 꺼내지 않고 커브까지만 가도 먹힐것 같았다.
충분히 이길수 있었다. 그럴 자신이 있었다.
"양팀 선수들 모두 올라오세요!"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자 저 멀리서 심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우리팀 모두는 모두들 일어나서 그라운드로 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라운드로 걸어나갔다.
그라운드로 나오자 한쪽에 상대편 선수들이 일렬로 줄을 지어서 서있었다.
상대 선수들은 지난번에 당한게 있어서 그런지 우리들을 꽤나 노려보고 있었다.
이거 조금만 더 있다가는 아주 한대 칠 기세였다.
"상호간의 인사!"
꾸벅-
심판의 말에 우리팀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했다. 하지만 상대편 선수들은 그냥 고개만 대충 까딱거릴뿐, 제대로 인사하지 않았다.
"자, 그럼 경기 진행하겠습니다."
심판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않은건지 그냥 경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대편 선수들은 각자 수비위치로 달려나갔고, 우리는 모두 덕아웃으로 돌아갔다가 1번타자인 운선이만이 헬멧을 쓰고 배트를 든채로 타석에 들어섯다.
"플레이볼!"
운선이가 타석에 들어서자 심판이 크게 외쳤다. 배터리는 서로 사인을 맞추기 시작하더니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슈욱- 파앙-
"볼."
일단 초구는 볼, 많이 빠진 공이었다.
"공 꽤나 빠른데?"
"얘네 구속은 수혁이랑 비슷했었어. 대신 제구는 별로고 변화구는 없었고."
투수의 초구가 들어가자 애들은 각자 한마디씩 하면서 투수를 쳐다봤다. 나는 그렁 애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광판으로 시선을 돌려봤다.
[100km]
전광판에는 딱 100이라는 숫자가 찍혀있었다. 병범한 중3 학생 치고는 빠른 편에 속하는 구속, 하지만 아예 못칠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운선이는 잡았던 자세를 잠시 풀고는 배트를 두어번 휘둘렀다. 그리고는 다시 자세를 잡으면서 투수를 쳐다봤다.
*
'음... 분명히 지난번과 달리는 점은 없어. 아니, 오히려 공이 더 쉬워진 느낌이야.'
타석에 서있는 운선은 곰곰히 생각하면서 투수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글러브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투수의 손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투수의 손은 그립이라도 잡는건지 꼼지락 거리다가 어느 순간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운선을 잠시 쳐다봤다.
'안에 오면 무조건 휘두르자.'
투수가 결정이 난걸 보자 운선은 별 고민없이 결정을 내렸다.
지금이라면 그 어떤 공이 와도 자신이 괜찮은 대처를 할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내릴수 있는 결정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열심히 훈련한 땀을 한번 믿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운선이 결정하고나자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팔을 휘두르자 손에서 떨이지는 공. 그 순간 운선의 배트도 짧고 간결하게 돌아갔다.
까앙-
공은 제대로 맞았는지 알루미늄 배트가 맑은 소리를 냈다. 그러자 운선은 곧바로 배트를 땅바닥에 떨어트리면서 전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타구는 빠른 속도로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고 날아가고 있었다.
그 둘은 타구를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질주했으나, 결국 공은 그들의 뒤로 떨어지고 펜스까지 굴러갔다.
"운선아! 뛰어! 뛰어!"
"으자자자자잣!"
운선이 안타를 치자 덕아웃에서 D.라이더즈의 선수들이 열심히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열심히 달리는 운선, 그리고 걸으면서 2루에 여유롭게 도착하자 뒤이어 공이 2루쪽으로 날아왔다.
"오케이, 나이스샷!"
"최고다!"
운선이 2루에 도착하자 덕아웃에서 혼호소리가 들려왔다. 운선은 덕아웃에서 나오는 수혁에게 보호대를 넘겨주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서 올렸다.
*
"야, 장난 아니던데?"
나는 웃으면서 운선이가 건네주는 보호대를 받았다. 운선이도 기분이 좋은건지 미소를 지으면서 조금 비뚤어진 헬멧을 고쳐썻다.
"그동안 개고생한 덕분인지, 공이 있는대로 배트가 잘만 나가더라고."
"아직 1회니까 도루는 무리하게 하지 말고, 조금 떨어져있다가 안타치면 곧장 홈으로 달려. 알겠지?"
"오케이."
내말에 운선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등을 툭툭 쳤다. 나는 그런 운선이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내려왔다.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애들은 오늘 감이 좋은건지 다들 표정이 밝아 보였다.
조금 전에는 그래도 첫 공식 시합이라고 약간 굳어있던 표정이 이제는 완전히 밝아져있었다.
나는 덕아웃 난간에 팔을 걸친 다음에 타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타석에는 호진이가 서있었다. 그다음 마운드로 시선을 돌리자 아까보다는 조금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투수가 서있었다.
'갑자기 1회초부터 빅 이닝이 나올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투수를 보는순간, 갑자기 뭔가 묘한 기분이 들더니 초반부터 빅 이니잉 나오면서 귑게 이길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침착하게 투수를 쳐다보고 있는 타자와 뭔가 위축되어 보이는 투수, 이미 분위기에서부터 뭔가 뻥뻥 맞는 느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기다가 주자도 2루, 발이 빠른 운선이니까 안타 하나에도 순식간에 홈까지 들어올수 있는 타자다. 그러면서 투수를 더욱더 위축시키는 효과가 더해졌다.
끄덕-
내가 그런 생각이 들자 저 멀리 서있는 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면서 그대로 공을 던졌다. 그리고 호진이의 배트도 짧고 간결하게 돌아갔다.
까앙-
이번에도 제대로 맞았는지 맑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운선이와 호진이 둘다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공은 너무 높지 않게 공중을 가르면서 외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옆으로 달려가는 우익수의 오른쪽에 떨어졌다.
"야, 달려!"
"1루 돌아!"
우익수가 공을 잡아서 던지자 애들이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크게 외쳤다. 그리고 호진이도 애들의 생각을 알겠는지 1루 베이스를 밟으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더욱더 속도를 올려서 2루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공은 다시 내야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호진이는 2루 베이스와 거리가 조금 남아있는 상황, 이대로면 아웃이 되는건 시간 문제였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바뀌는 애들의 표정, 하지만 나는 아주 잠시 놀랄뿐,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프로가 아니야. 평범한 학생들이라고.'
확실히 우리들은 프로 선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송구가 백퍼센트 정확할리는 없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실제로 2루에서 조금 빗나가는 송구, 그러면서 베이스에 있던 2루수가 조금 자리를 옮겼다.
촤아악-
그러는 호진이가 슬라이딩을 하면서 베이스에 발이 닿았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세이프!"
────────────────────────────────────
91화-D.라이더즈 VS 놀부 머니즈(2)201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