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91화 (91/255)

우리 동네 야구팀-91화

"세이프!"

"아자!"

심판이 양팔을 옆으로 저으면서 크게 외쳤다. 그러자 호진이는 양손을 마주치면서 기뻐했다.

"오케이, 이걸로 빅이닝 확정이다."

나는 투수를 슬쩍 쳐다보면서 씨익 웃었다.

내 예상대로 투수는 확실히 멘탈이 붕괴된건지 멍하니 2루만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연속 2루타라, 확실히 나같아도 멘탈잡기가 쉽지는 않을것 같았다.

선발투수에게 가장 어려운 이닝이라면 주로 1회와 5회를 꼽는다.

1회는 그날 경기의 처음이기 때문에 오늘의 상태에 따라서 감을 잡아야 하고, 5회는 승리투수가 되는 요건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질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상대 투수는 1회부터 시원하게 뻥뻥 두드려 맞으면서 공 5개도 못던지고 실점을 하고 말았다. 아마 이젠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알아서 무너질 차례가 되었다.

물론 그전에 상대편 벤치에서 투수를 바꾸겠지만. 만약, 바꾸지 않는다면 1회부터 빅이닝이 되는건 확실했다. 지금 내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성빈아."

나는 덕아웃 밖으로 나가서 마침 타석으로 나가려는 성빈이를 불렀다.

"왜, 벌써부터 작전이라도 내려고?"

성빈이는 뒤로 돌아보면서 오히려 나에게 물어봤다.

"지금 상대 투수가 정상이 아닌거 보이지?"

"응. 그래서 왠만하면 그냥 볼넷이나 받아먹으려고."

내 말에 성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기 생각을 말했다. 나랑 똑같은 생각, 나는 순간 미소가 지어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굳이 말 안해도 되겠다. 얼른 가봐."

나는 성빈이의 등을 툭툭 치면서 타석으로 내보냈다. 역시, 말이 통하니까 쉽다.

타석에 나간 성빈이는 투수를 한번 쳐다보고는 허공에 몇번 스윙을 해보더니 자세를 잡았다. 잠시뒤, 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면서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볼."

일단 초구는 볼. 제구가 되지 않으면서 포수의 한참 위로 가있었다.

'확실히 이정도면 사람 성격에 따라서 다르다만, 얘는 오기로 더 달려드는 타입인가보네. 힘이 많이 들어갔어.'

나는 말없이 투수를 쳐다보면서 지금 투수의 상황을 추측, 그치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지금 투수의 상태가 그닥 좋지 않다는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운드 위를 한번도 방문하지 않는 감독과 포수. 나는 어이가 없다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투수 상태가 안좋은게 뻔히 보이는데 감독이란 놈은 마운드 한번을 안올라가냐.'

나는 그러면서 속으로 상대편 감독에게 혀를 찼다.

파앙-

"볼, 볼넷!"

그러는 사이에 볼넷으로 출루하는 성빈이. 미트의 위치를 보니까 바깥쪽으로 한참 빠져있었다.

'이제 슬슬 바꾸겠네. 이래도 안바꾸면 진짜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사람인거지.'

나는 투수를 보면서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지금 이 투수는 던질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방금 성빈이를 상대할때 던진 공들은 모두들 다 바깥으로 빠져버린 제구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공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슬슬 바꾸거나, 아니면 마운드에 올라갈만한 상황이었다.

"타임!"

내 예상대로 반대편 벤치에서 상대편 감독으로 보이는 사람이 타임을 외치면서 덕아웃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마운드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감독이 올라가자 포수도 마스크를 벗고는 마운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수는 고개를 숙인채로 신발을 이용해석 신경질적으로 땅만 파고 있었다.

잠시뒤, 두 사람이 마운드 위로 올라와서 투수랑 뭔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마 사실상 별 내용은 없을거다. 괜찮다, 너 오늘 공 좋다, 네 공을 던져라. 이런식의 위로하는 말이거나, 수고했다면서 투수를 바꾸는 말이었을거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3루수가 마운드 위로 올라가고 투수는 3루수로 걸어갔다. 아마 우리처럼 팀원이 아홉명인 팀이어서 어쩔수 없는 결정이었을거다.

'선수가 없다는게 이렇게까지 서글플줄은 몰랐는데... 그냥 그때 애들 새롭게 받자고 할걸 그랬나...'

투수를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잠시 우리팀 상황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다시 경기에 집중하면서 바뀐 투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슈욱- 파앙-

새로 바뀐 투수는 공을 건네받더니 연습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번 친선경기에서 본적이 없는 투구폼, 사이드암으로 던지고 있었다.

'뭐지? 분명 놀부 머니즈에 사이드암으로 던진 선수는 없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놀란 눈으로 뭔가 하면서 투수를 쳐다봤다. 그리고 구속을 확인하러 전광판을 쳐다봤다.

[101km]

'헐.'

전광판에 찍힌 숫자를 본 순간, 나는 입이 그대로 쩍 벌어졌다.

평범한 학생이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경우조차도 신기한데, 거기다가 구속이 오버핸드로 던진 애랑 맞먹는다. 심지어 구속도 빠른편. 나보다도 조금 더 빨랐다.

'설마 이거 지난번에 일부러 져준거 아냐?'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는 당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은

팅-

"2루수!"

터업- 슈욱-

파앙-

"아웃!"

산욱이의 땅볼 하나와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선민이의 삼진과

파앙-

"스트라이크, 아우웃!"

상민이의 연속 삼진으로 순식간에 정리되어버렸다.

*

'와,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잠시뒤, 이닝이 교체되고 마운드 위에 올라온 나는 아직도 아까 그 투수를 머릿속에서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우리는 오늘 경기를 쉽게 봤었다. 지난번에 우리가 뻥뻥 쳐대면서 쉽게쉽게 득점했고, 상대는 모래성처럼 힘없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 보니까 완전히 달랐다. 그 사이에 새로운 선수를 영입한건지, 아니면 비밀병기처럼 숨겨두고 있었던건지는 잘 모르겟지만 지금 예상 밖의 변수가 튀어나와버렸다.

물론 그 변수가 우리팀에 좋은 변수라면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거다.

하지만 지금 이 변수는 우리에게 손해가 되는 변수. 그러면서 갑자기 점수를 내기가 어려워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미리 1점을 뽑아 놓았다는것. 불행중에 다행이었다.

'후우, 일단 나는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거니까. 진정하자.'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면서 최대한 마음을 비웠다.

그래, 그 투수가 잘 던지면 나도 잘 던져서 투수전 흐름으로 만들어 버리면 되는거다. 괜히 쫄지 말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종빈이를 쳐다봤다. 그러자 종빈이는 가랑이 사이로 손가락을 내밀면서 사인을 보냈다.

'일단 초구는 몸쪽 직구로.'

'오케이.'

나는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빈이를 쳐다봣다. 그리고 타자가 준비가 끝난듯 싶자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고는 힘차게 공을 꽂아넣었다.

타앙-

공은 배트목에 맞은건지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굴러갔다. 그리고 타자는 배트를 땅바닥에 던지듯이 내려놓으면서 전력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햇다.

공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3루수 선민이 앞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선민이는 타구를 정석적으로 잡아내고는 곧바로 1루로 송구했다.

슈욱- 파앙-

"아웃!"

결과는 조금 아슬아슬한 아웃, 1루부터 3루까지의 거리가 있다 보니까 여유롭게 처리하지는 못했다. 프로라면 모를까, 우리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정도면 확실히 잘 처리한 편이었다.

"나이스 수비!"

나는 선민이게게 엄지를 내밀면서 칭찬했다. 선민이는 미소를 씨익 지으면서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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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D.라이더즈 VS 놀부 머니즈(3)201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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