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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92화 (92/255)

우리 동네 야구팀-92화

'흐음... 계속 이대로만 간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지...'

나는 타자가 들어오는 잠깐 사이에 잠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저쪽 타자쪽에도 숨겨진 실력자가 있다면 이거 골치 아파지는데... 제발 없어라...'

지금 내가 생각하면서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상대편 타자들이었다.

지금 막 투수쪽에서 숨겨진 실력자가 나왔다. 그렇다는건 타자쪽에도 그런 경우가 없다고 장담할수는 없었다.

그리고 현재 가장 조심해야될 유력 후보는 아까 우리 애들을 완벽히 제압함 그 사이드암 투수였다.

제구력은 괜찮았고, 구속까지 좋았다. 이런 녀석들이 타격까지 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고교야구를 보면 투수가 4번타자로 나오는 그런 경우도 꽤나 있었다.

물론 나같이 공만 좀 던지고 타격은 지지리도 못하는 케이스도 있긴 있었다. 대신 나는 발이 꽤나 빠르니까 그렇다고 치자.

여튼, 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종빈이를 쳐다봤다. 타석 안에는 이미 타자가 들어와있었고, 종빈이는 나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초구는 바깥쪽 커브로.'

'커브... 알겠어.'

나는 사인을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타자를 슬쩍 쳐다보고는 그대로 공을 던졌다.

슈욱- 부웅-

"스트라이크!"

타자는 초구를 노렸는지 배트를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내 공은 확 휘면서 헛스윙, 타자는 조금 민망한지 잠시 타석 밖으로 나가서 배트를 두어번 더 돌리고는 타석으로 들어왔다.

'흠... 꽤나 적극적인거 같은데... 한번 더 던져볼까?'

나는 잠시 고민을 하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종빈이에게 직접 사인을 보내고는 한번더 똑같은 공을 던졌다.

슈욱- 부우웅-

"스트라이크!"

타자는 이번엔 아까보다 크게 배트를 휘둘렀다. 그리고 미트를 보더니 아쉬운건지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하늘을 쳐다봤다.

'무조건 휘두르는거 같은데...'

나는 타자를 슬쩍 쳐다보면서 공을 받았다. 그 다음에 이번에도 내가 직접 사인을 보냈다.

'이번에도 똑같은 공으로 가자.'

'한번 더? 이번엔 그냥 몸쪽 한번 찌르자.'

내가 사인을 보내자 종빈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몸쪽 직구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분명히 지금 상대는 큰거 한방을 노리고 있는게 확실했다.

지금 빠지는 볼에 커다랗게 스윙을 하는 것만 봐도 무조건 크게 한방을 노리고 있는게 분명했다.

'아니, 커브로 갈게.'

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종빈이가 반대할 틈도 없이 곧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가고는 공을 던졌다.

슈욱- 부우우웅-

"스트라이크, 아웃!"

"후우... 또 이럴줄 알았지"

이번에도 타자는 역시 내 예상대로 배트를 크게 돌렸다. 그러면서 헛스윙 삼진 아웃. 타자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더니 나를 한번 노려보고는 자기네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런 타자를 별 감정없이 쳐다봤다. 하지만 이어서 올라오는 종빈이를 보고는 살짝 난감해졌다.

"야, 아무리 반대해도 그렇지, 어떻게 틈도 안주고 던져버리냐?"

"미안, 미안."

종빈이는 마운드 위로 올라오자 바로 따지기 시작했다. 그런 종빈이에게 나는 그저 미안하다고 하면서 멋쩍게 웃어보였다.

"앞으로 틈은 좀 주고 던져"

"알겠어"

나는 알겠다고 하면서 종빈이의 등을 살짝 떠밀면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보냈다.

결국 뭔가 찝찝한지 나를 살짝 째려보면서 내려가는 종빈이, 나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타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 아까 그 투수다.'

타석에는 아까 우리팀을 완벽히 제압한 그 투수가 서있었다. 타석에서까지 3번이라... 타격까지 잘 하는 선수인것 같았다.

"이러면 은근히 힘들어지는데..."

나는 타자를 쳐다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직은 확실히 모르는법, 나랑 상성이 안맞아서 내가 간단히 처리할수도 있었다.

'일단 부딪혀 보자. 부딪혀 봐야지 알지.'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는 사인을 확인했다. 그리고 사인대로 제구에 신경써서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일단 초구는 몸쪽에 잘 들어간 스트라이크, 타자는 살짝 움찔한것 같았지만 배트를 내밀지는 않았다.

"일단 선구안이 나쁜것 같진 같고..."

나는 종빈이가 던져준 공을 받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타자를 슬쩍 쳐다보고는 그립을 살짝 바꿔쥐었다,

'그럼 이번에는 유인구에 얼마나 잘 따라나오나 시험해볼까?'

나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종빈이를 쳐다봤다. 마침 나랑 생각이 맞았는지 종빈이의 손가락은 커브 사인을 보내오고 있었다.

'사인도 맞았겟다, 그럼 제대로 한번 떨어트려 보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타자를 쳐다봤다. 그리고 종빈이가 요구한 곳으로 공을 던졌다.

티잉-

"파울!"

'이걸 맞췄어?'

공이 배트에 맞는 소리가 나자 나는 순간적으로 놀라면서 공이 어디로 갔나 확인했다. 다행히 확인해보니까 공은 파울선 밖으로 나가있었다.

하지만 그정도 만으로도 내가 놀라기에는 충분했다.

'분명히 내가 확실하게 뺐는데...'

방금 던진 커브는 확실하게 밖으로 빠진 커브였다. 존에 걸치거나 살짝 빠지거나 그런 수준이 아닌 공 한개 이상의 거리만큼 빠진 공이었다.

그런데 타자는 방금 그런 공을 커트해냈다.

물론 폼은 다 망가지고 엉성했지만, 방금 그 공을 커트한건 적어도 투수를 괴롭힐수는 있다는 타자라는걸 증명하고 있었다.

우연일수도 있겟지만, 거의 반사적으로 바깥쪽으로 확 빠진 공을 커트하는게 쉬운것만은 아니었다. 이건 운이라기 보다는 실력일 확률이 더 높았다.

하지만 지금 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일단 이번 타석에서는 내가 훨씬 더 유리했다. 그냥 존 안에 하나 넣고 그냥 삼진으로 잡아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럴 자신도 있었다.

'직구, 직구로 꽂아버리고 끝내자.'

나는 종빈이게게 직구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종빈이도 나랑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나는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왼다리를 앞으로 쭉 뻗으면서 제구보단 빠르게 던지는것에 신경쓰면서 공을 던졌다.

슈욱-

생각보다 잘 날아가는 직구, 그리고 타자의 배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발 늦었는지 배트가 나 나온 순간

파앙-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대로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아웃!"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가 나에게까지 또렷하게 들려왔다. 승부수가 제대로 먹혔다는 증거였다.

타자를 슬쩍 쳐다보니까 짜증이 난건지 바닥에 침을 뱉으면서 자기편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오케이, 됐다.'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무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가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덕아웃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는 그냥 아무 자리나 잡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근처에 잇는 물병을 집어들도 간단하게 목을 축였다.

"방금 직구 최고였다."

그렇게 목을 조금 축이고 나자 종빈이가 옆으로 지나가면서 주먹을 내밀었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쩔긴 쩔었지."

나는 웃으면서 그 주먹에 내 주먹을 툭 갖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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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D.라이더즈 VS 놀부 머니즈(4)201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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