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96화 (96/255)

우리 동네 야구팀-96화

심판이 경기를 재개하자 운선이가 타석 안으로 들어갔다. 어떻게든 살아서 나가려고 하는지 배트를 짧게 잡고는 간결하게 휘둘러보기 시작했다.

나는 투수에게로 시선을 돌려봤다. 그리고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금 투수는 실책 두개와 타구판단 미스 하나로 제대로 된 안타는 하나도 없이 1점을 내주고 말았다.

프로야구에서 이런 경우라면 대부분의 투수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동네야구 투수가 흔들리지 않을리가 없었다.

내 에상대로 투수는 지금 뒤를 돌아보면서 수비수들을 한번씩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수비수들이 영 못미더운걸 증명해주는 확실한 행동이었다.

'오케이, 이대로면 무조건 번트만 대도 될거 같은데? 어차피 노아웃이고.'

나는 그런 투수를 보면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 덕아웃에서 쉬고있는 호진이를 불렀다.

"왜?"

잠시뒤, 1루 근처로 다가온 호진이. 나는 1루 베이스에 발을 걸친채로 호진이에게 귓속말로 작전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일단 운선이는 그냥 번트 대라고 해. 단, 상대 수비수들이 앞으로 나와있다면 타격, 그리고 그건 너도 똑같이. 알겠지?"

"알겠어."

호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선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잠시 타임을 걸더니 운선이를 타석 밖으로 데려와서 작전을 설명해줬다. 운선이는 호진이가 말한 작전을 듣고는 다시 타석 안으로 들어갔다.

운선이가 다시 돌아가자 경기는 재개되었다. 그러자 투수가 나랑 영훈이를 슬쩍 쳐다봤다. 그리고 곧바로 초구를 던졌다.

티잉-

운선이는 초구부터 거침없이 배트를 갖다댔다. 그리고 타구는 3루수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파울라인 근처로 천천히 흐르는걸 보니까 이번에도 모두들 살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예상도 잠시, 내가 2루 베이스에 도착하고 나자

"아웃!"

이라는 소리가 들리면서 영훈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심판을 쳐다봤다.

나는 무슨 상황인가 하면서 심판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심판한테 왜 그러는지 물어봤다.

"아니, 왜 갑자기 아웃이에요?"

"주자가 타구를 발로 찼어."

내가 물어보자 심판은 파울라인을 넘어서 굴러가는 타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아, 이러면 할말이 없어지는데. 나는 한숨을 쉬면서 영훈이를 쳐다봤다.

"야, 아웃 맞아. 들어가."

"왜?"

"타구 건들었다. 이자식아."

나는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등짝을 가볍게 한대 치는걸로 끝내면서 영훈이를 덕아웃으로 돌려보냈다.

그다음 덕아웃을 슬쩍 쳐다보니까 영훈이는 성빈이랑 종빈이한테 실컷 욕을 먹고 있었다. 솔직히 이번거는 확실히 그럴만 했다.

'아니, 여기서 한점만 더 내면 그대로 승기를 잡는건데 그걸 그렇게... 진짜 어이가 없네.'

그리고 나는 허탈하게 웃으면서 다시 2루로 돌아갔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지나자 타석에는 2번타자 호진이가 들어섰다. 그리고 완벽한 번트, 하지만

파앙-

"아웃!"

파앙-

"아웃!"

아까의 일 때문인지 갑자기 3루수가 재빠르게 대처하면서 병살타. 그렇게 공격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

"후우... 이영훈, 그자식 진짜 미치겠네..."

잠시뒤, 우리팀의 2회말 수비, 나는 마운드 위에서 로진백을 만지고 있었다.

지금 내 앞에는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내 앞에 쪼그려앉은 종빈이와 그 옆에서 배트를 붕붕 휘둘러보는 타자가 있었다.

나는 타자를 슬쩍 쳐다보고는 손에 쥐고있던 로진백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심판이 경기를 재개하자 목을 좌우로 한번씩 꺾어준 다음에 종빈이를 쳐다봤다.

'초구는 어떤걸로?'

'몸쪽 직구로.'

내가 쳐다보자 종빈이는 곧바로 사인을 내보냈다. 나는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제구에 신경을 쓰면서 가볍게 던졌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공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잘 들어갔다. 그러면서 스트라이크, 타자는 뭔가 난해한 표정을 지으면서 미트를 쳐다봤다.

나는 그런 타자를 보면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오케이, 이걸로 4번은 내가 충분히 상대할수 있겠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나는 올라간 입꼬리를 다시 내리고는 침착하게 사인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인대로 두번째 공을 던지자

티잉-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공은 천천히 유격수 호진이 앞으로, 호진이는 그 공을 잡아서 가볍게 1루에 던져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나이스 수비!"

나는 아웃이 되자 호진이에게 엄지를 내밀면서 곧바로 칭찬해줬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서 상대편 타선에 대해 잠시 정리를 해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던져본 결과, 테이블하고 4번은 내가 충분히 제압 가능할것 같았다.

그렇다면 비교적 타격이 약한 하위타순은 뭐 딱히 말할것도 없을거다. 그리고 지금 나오는 5번은 상대해 보면 알테고, 그렇다면 문제는 3번이었다.

뭐, 그럼 일부러 고의사구를 내줄수도 있으니까 괜찮았다.

야구는 혼자서 잘한다고 되는 스포츠가 아니니까. 잘하는 타자 혼자서는 위협이 될수 없다.

오늘은 내가 확실히 막을수 있을것 같았다. 충분했다.

"후우..."

나는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는 숨을 길게 쉬었다. 그리고 종빈이가 내민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타자가 타석에 들어왔다. 그러자 나는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 사인대로 재빨리 던졌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심판의 목소리가 시원하게 울려퍼졌다. 타자는 템포가 늦엇는지 배트가 아직 제대로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트만 멍하니 쳐다봤다. 그리고 타이밍에서 한번 말린 여파가 이어졌는지

부웅-

"스트라이크!"

다음 커브에는 너무 빠르게 스윙을 하고

파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세번째 공에는 몸쪽 직구에 당하면서 힘없이 물러나버렸다.

그리고 6번타자도 가볍게 던지면서 삼구삼진으로 아웃, 2이닝 연속 깔끔한 삼자범퇴로 수비를 마감했다.

*

"얘들아, 그동안 잘 버텼어?'

덕아웃으로 돌아오니까 방금 막 오신건지 감독님이 숨을 거칠게 쉬면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이기고 있다고 대답했다.

"몇대 몇으로?"

"2대 0으로요. 살짝 변수가 있기는 한데, 이정도면 오늘 충분히 이길수 있을거 같아요."

"음... 혹시 상대에서 숨겨둔게 있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다행이네."

내 대답에 감독님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물 한병을 집어들고는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잠시뒤, 물 한병을 다 비우고 나자 감독님이 물병을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제야 좀 살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어딜 가신거에요?"

나는 감독님의 옆에 앉으면서 물어봤다. 그러자 감독님은 아까와는 살짝 다르게 좋은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정보좀 캐왔어. 내가 정보를 받아가는 사람이 따로 있거든."

"그런건 또 언제 고용하셨어요?"

내가 놀라면서 또 물어보니까 감독님은 살살 미소를 지었다.

"아니, 고용한건 아니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야. 조만간 너네한테도 소개시켜줄게. 아마 보는순간 너네들 전부다 난리날걸? 엄청 예쁘거든."

"전 안그럴거 같은데."

"아, 그래. 넌 이미 있구나."

"아직 그런건 아니고요..."

감독님의 말에 나는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면서 다른곳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는 감독님이 하신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려봤다.

'그나저나 이런 동네대회의 정보를 모을 사람은 없을텐데... 도대체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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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D.라이더즈 VS 놀부 머니즈(8)201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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