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97화 (97/255)

우리 동네 야구팀-97화

파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감독님이 오신뒤로 경기는 무난하게 5회말까지 양측 모두 별일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지금 5회말, 나는 여전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방금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면서 지금도 무실점으로 막아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건 상대편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몇몇 실책들이 나오면서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럴때마다 삼진이 나오면서 위기를 넘어가고 있었다.

반면에 상대 타선은 클린업이 안타 하나씩을 쳐냈을뿐, 나한테 꽁꽁 막혀서 단 한점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커브에 속절없이 배트를 휘두르거나 공을 배트 중심에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 내야 땅볼로 돌려세운 결과였다.

그러면서 애초에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꺼내려던 투심은 이번 경기에서 전혀 나올일이 없게 되었다.

'흠... 예상대로 무난하게 흘러가네...'

그리고 방금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상황, 나는 공을 받은 다음에 모자를 고쳐쓰면서다음 타자를 쳐다봤다.

'아, 그 투수다.'

이번에 나온 타자는 그 투수였다. 첫번째 타석에서는 재빠르게 제압햇지만, 두번째 타석에서 2루까지 갈뻔할 정도로 외야 깊숙한 곳에 안타를 쳐냈었다.

'후우... 여기서 맞으면 투심 꺼내야겟네'

나는 타자를 쳐다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면서 조금 긴장한듯한 내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작게 기합을 넣었다.

타자는 배트를 몇번 휘둘러 보더니 타석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에게 이번에도 꼭 치겠다고 말하는듯한 눈빛을 보냈다.

'초구는 몸쪽 직구로.'

종빈이가 가랑이 사이로 손가락을 내밀면서 사인을 보내왔다.

'음, 과감하게 한번 찔러 넣자는 건가?'

나는 종빈이의 생각을 한번 추측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시 한번 타자를 쳐다보니까 갑자기 뭔가 조금 위험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인이 조금 과감한거 같은데...'

지난 타석에서 안타를 만들어 냈을때도 직구를 맞아서 그런 타구가 나왔었다. 그런데 몸쪽 직구라니, 이제 생각하니까 뮈험한 선택인것 같았다.

그래서 망설여 지는걸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좀처럼 직구 그립이 쥐어지지 않고 있었다.

'왠지 맞을거 같은데...'

그러면서 그립은 점점 커브 그립으로 쥐어지고 있었다. 분명 사인은 직구였고, 분명히 나도 고개를 끄덕였는데, 뭔가가 불길했다.

'투심으로 가자.'

'투심? 오케이.'

그렇게 얼마나 망설였을까, 종빈이가 지금 내 기분을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투심으로 사인을 바꿔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반응을 기다렸다는듯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사인이 바뀌고 나서 나는 곧바로 투심 그립으로 고쳐잡았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와인드업을 하고는 공을 던졌다.

까앙-

타자는 초구부터 거침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그리고 수혁의 손을 떠나서 쭉 뻗어가는 투구. 그러다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배트의 히팅 포인트가 아닌 다른곳에 맞아버렸다.

배트에 맞은 공은 성빈이이 쪽으로 천천히 굴러갔다. 그리고 성빈이는 그 공을 가볍게 잡아서 1루로 송구했다.

파앙-

"아웃!"

결과는 당연히 아웃. 배트의 히팅 포인트에 맞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결과였다.

"오케이!"

나는 아웃 판정이 나오자마자 속으로는 안심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기세가 올랐는지 다음 두 타자들도 거침없이 내야 땅볼로 아웃. 그렇게 5회말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게임 셋!"

"아자! 이겼다!"

그뒤로 경기는 별일없이 쭉 흘러가서 종료되었다.

나는 심판의 콜이 들리자마자 오른주먹을 불끈 쥐면서 환호했다. 그리고기뻐하면서 덕아웃 쪽으로 들어가는 우리팀 애들. 나도 기뻐하면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덕아웃으로 돌아가니까 감독님이 애들 한명씩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같이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랑도 시원하게 손바닥을 마주쳤다.

짜악-

"오늘 최고였다!"

"감사합니다!"

감독님의 칭찬에 나는 기분 좋게 화답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덕아웃 벤치에 앉자 옆에 종빈이가 다가와서 앉았다.

"야."

"왜."

나는 옆으로 고개를 슬쩍 돌리고는 종빈이를 불렀다. 그러자 종빈이가 나를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그때 5회에 그 투심사인, 무슨 생각으로 낸거야?"

종빈이가 쳐다보자 나는 돌리지 않고 곧바로 물어봤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혹시 종빈이가 그때 내 생각을 읽은걸까, 아니면 내가 불안해 하는 모습이 보였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네 손이 보였어. 갈팡질팡하는 손이."

"손?'

종빈이의 대답에 나는 내 손을 쳐다봤다. 맞아, 확실히 그때 내가 손을 많이 꼼지락 거리긴 했었지.

"분명 너는 직구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뭔가 망설이고 있는게 보이더라고"

"아..."

나는 종빈이의 말에 뭔가를 깨달은 사람처럼 감탄했다.

"대단한데?"

"포수는 투수의 그런 부분까지 살펴볼줄 알아야지. 그래서 좋은 성과를 거둬야지. 계속 야구할수 있게."

내 칭찬에 종빈이는 약간 씁쓸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뭔가 기분이 좋으면서도 쓸쓸해 보이는 옆모습, 마치 자신의 우울한 과거사를 털어놓은 만화의 주인공같이 보였다.

'그때 그 일로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구나...'

나는 그런 종빈이를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봤다. 이미 아까 승리의 기분따위는 이미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다.

"수혁아, 투수는 자신의 공에 자신감이 없으면 아무리 강속구를 던져도 맞을수밖에 없어. 명심해."

종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 한마디만 하고서 포수 장비를 벗어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종빈이의 등짝을 쫙 내리치고는 웃으면서 대꾸했다.

"그정도는 나도 안다. 설마 내가 모를줄 알았냐?"

"하긴, 투수가 그런걸 모를리는 없겠지."

종빈이는 다시 웃으면서 가방을 챙겨 들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씁쓸흔 웃음이 아닌, 희미하지만, 그대로 제대로 된 웃음이었다.

나는 먼저 나가는 종빈이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리고 혼자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걱정마. 내가 어떻게든 납득하게 해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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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매니저라고 무조건 여자는 아니다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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