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98화
놀부 머니즈와의 시합이 끝나고 이틀뒤 월요일, 우리는 평상시처럼 학교에 등교했다.
그리고 지금 점심시간, 우리들은 감독님의 호출에 재빨리 급식을 해치우고 나서 단체로 회의실에 앉아있었다.
"야~ 이런 공간이 있었어?"
"교무실하고 교장실 사이에 있으니까 우리가 모를만도 했네."
"그런데 우리 오늘 왜 모인거야?"
"내가 어떻게 알아."
"수혁아, 이번엔 미리 들은거 없어?"
"없어 인마."
애들은 각자 한마디씩 하면서 감독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5분정도 기다렸을까, 마침내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독님과 함께 뭔가 익숙한 얼굴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야, 뭐야. 왜 네가 거기있어?"
"뭐야..."
"쟤 왜왔대?"
감독님의 옆에 서있는 사람을 본 우리들은 그저 놀라면서 게속해서 왜 왔냐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야, 야. 그런 표정좀 그만지어. 이제 같은 한팀인데."
"뭐?"
"말도안돼..."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래."
"아... 블랙홀은 영훈이 하나면 충분한데..."
"아니, 내가 왜 블랙홀이야?"
"영훈아, 넌 좀 닥쳐."
"나보곤 맨날 닥치래..."
감독님의 옆에 있는 사람이 말하자 애들은 단체로 절망하는 표정, 혹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럴만한게 통통과 뚱뚱 사이의 체형과 거의 제로에 가까운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백곰과 비슷한 이미지였다.
하지만 나는 별 반응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무리 감독님이 선수가 부족하다거나, 눈이 삐었다고 해도 저런 애를 선수로 뛰게 할리는 없었다. 그리고 이녀석이 들어온다면 포지션 정리를 다시 한번 해야됐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본선에 올라가는게 지금의 최우선 목표인데, 이제서야 선수를 영입할리는 없었다.
그나저나 그렇게 간단한걸 다들 이렇게 오해하다니, 다들 어떻게 생각했으면 선수로 뛴다는 생각이 나오는거야?
"선수로 뛰는건 아니죠?"
나는 애들의 시끄러운 절규소리를 끊기 위해서 재빨리 감독님꼐 물어봤다. 감독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애들을 조용히 시키셨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녀석의 이름은 나웅철, 너네들이랑 잘 아는 녀석이라고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더라고. 오늘부터 우리팀의 매니저를 맡을 녀석이다."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감독님의 말씀에 애들은 아까보다 더 놀라면서 이제는 입까지 쩍 벌어졌다. 그리고 몇몇 애들은 아예 고개를 떨구면서 제대로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매니저라면 막... 그... 예쁜 여자애가..."
"왠 살찐 돼지녀석이 매니저..."
"하하하... 남탕이야... 남탕..."
"이자식들이 진짜..."
웅철이는 그런 애들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었다. 그러더니 빈곳에 의자를 뺴내고는 의자에 앉았다.
"자, 자, 얘들아. 진정하고. 감독님께 머리 좋은놈으로 부탁드렸더니 뽑힌거라서 이건 나도 어쩔수가 없었어. 그리고 후보중에서 유일하게 수락한 애라서 바꿀수도 없어."
"게이바라니..."
"아오, 이놈의 망할놈의 남탕, 난 왜 맨날 남자들뿐이냐고."
감독님이 어쩔수 없다면서 애들을 진정시켜보려고 했지만 쌍둥이를 중심으로 몇몇 애들이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애들을 곤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감독님,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다시 표정이 밝아지셨다.
"대신, 내가 이번에 영입할 전력분석요원은 진짜 예뻐! 조만간 보여줄테니까 다들 기운좀 차려봐."
"진짜요?"
"사진 있어요?"
"그냥 걔를 매니저로 하면 안되요?"
"아오 진짜..."
감독님의 말씀에 그렇게 절망하던 애들이 갑자기 정신이 돌아오면서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왠지 웅철이가 불쌍해보이네.
나는 애들의 반응에 피식 웃었다. 남자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만 바라볼줄 알아야지. 뭘 저런거에 열광하고 그러는지.
"자,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웅철아."
"네."
감독님은 애들을 조용히 시키고는 웅철이를 쳐다봤다. 그러자 웅철이가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종이가방을 바닥에서 탁상 위로 올려놓더니 몇몇 종이들을 건네서 우리들에게 나눠줬다.
애들은 종이를 받고는 이게 뭔가 하고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나도 종이를 받고서 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일단 그 종이에 있는 내용은 앞으로 우리가 예선전에서 상대할 팀들의 자료였다.
우선 우리랑 경기를 해본 골드스타즈와 경기를 해보지 못한 레드 타이거즈까지. 대략적인 정보였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매우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이었다.
"자, 지금 이 종이에 적힌 정보들은 골드스타즈와 레드 타이거즈의 대략적인 정보들이고, 틈틈히 보면서 적어도 대략적인 내용까지는 인지하면 될거야."
"넵."
감독님의 당부에 우리는 각자 반응을 보이면서 정보들을 간단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뒤, 호진이가 손을 들었다.
"감독님."
"뭐."
"그 전력분석원 분이 만드신 자료에요?"
"맞아. 그게 아니면 내가 어디서 구해오겠냐."
"음... 어떻게 믿죠?"
호진이는 조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감독님을 쳐다봤다. 하지만 감독님은 별로 기분 나빠하는 기색없이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정보의 품질은 내가 보장할게. 고교야구 몇몇군데랑 협업 맺고서 매년 돈받으면서 데이터 보내주는 사람이야. 믿을만해."
"음..."
감독님의 대답에 호진이는 그제서야 믿음이 가는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료들을 이어서 훑어보기 시작했다.
나도 다시 자료로 고개를 돌리고는 찬찬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의 인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잠시만, 지난번에 비슷한 소리를 어디서 들었던거 같은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지난번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얼마나 데이터가 좋으면 몇몇 고등학교에서 자료를 구입해가겠어. 아마 그 바닥에서는 꽤나 유명하다고 자기 입으로 그러는데]
[하... 사실, 예선전 끝나고 나면 온갖 자료를 다 긁어모아서 너한테 주려고 했었어]
'그때 그애 친구들... 그리고 직접 자기 입으로도 말했었고...'
그러면서 머릿속에서 뭐가 따로따로 놀던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 그애, 아니 유예영이 자료 분석하는데는 나름 전문가고, 감독님은 그애를 사적으로 알고 있다는거야...?'
그렇게 퍼즐조각이 맞춰지자 내 얼굴은 미세하기 인상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그애에게 감탄아닌 감탄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제 또래 애들이 아닌 어른까지 노리는건가... 진짜 대단하네. 시대의 꽃뱀이야... 아주...'
아니, 솔직히 자기랑 나이가 같거나 또래의 남자애들에게 다리를 걸치는 거라면 뭐 그런애들도 있겠거나 싶어서 그냥 무시하고 살면 됐었다.
하지만 그런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자신이랑 나이차도 심각하게 나는 어른이랑 원조교제... 거기다가 그것도 다리중 일부... 진짜 어이가 없었고,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뭐, 물론 그런 사이가 아닌, 진짜로 그냥 아는 사이일수도 있었지만, 그애가 여태까지 나에게 한 행동을 봐서는 그런건 아닌것 같았다.
'지금 나도 좋아한다면서 별 행동들을 하고 있으니까. 그러다 해도해도 안되니까 이젠 옛날 친구까지 동원하고... 지금 생각해보니까 진짜 대단하다...'
나는 그런 그애의 치밀함과 끈질김에 자연스럽게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작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나 진짜 걔 어떻게 떼어내야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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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골드스타즈 VS D.라이더즈(1)201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