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99화
"지금 대회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 뭔가 부각시킬만한 실력을 가진 녀석들은 많나?"
어느 한 고층 건물의 어느 방 안. 한 남자가 크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자에 앉은채로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선 서울권 3조에 구속이 130을 넘어가는 선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남자는 그런 남자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읽어나갔다. 그리고 그가 자료를 읽어나가면 읽어나갈수록 다른 남자의 입꼬리는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일단 지금은 이정도가 있습니다."
"음... 앞으로 그 선수들을 주시하고, 혹시나 다른 선수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 더 찾아보게. 본선만 진출한다면 팍팍 밀어줄테니까."
설명이 다 끝나자 앉아있는 남자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서있던 남자가 나가자 잠시 화면을 꺼두었던 컴퓨터를 켜고 그 안에 화면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기 이팀... 뭔가 수상해보이는데..."
*
'자, 얘들아. 오늘 상대는 골드 스타즈다. 지난번에 본 정보, 그리고 우리가 붙어본 경험까지 합치면 우리가 충분히 상대할수 있는 팀이다. 그럼 오늘도 이기자!"
"파이팅!"
시간이 지나서 두번째 시합날, 우리들은 덕아웃 앞에서 파이팅을 하면서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번 상대는 지난번에 붙어본 골드 스타즈, 지난번에 구속이 130을 넘어가는 선수가 있는 팀이었다. 그리고 강남에 부자애들이 뭉친 팀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지난번 경기와는 다르게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조금 달라진것 같았다.
지난번 경기에서는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고 부담없이 던졌다면, 이번에는 조금 긴장하고서 그 투수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강남 부자애들에다 나보다 실력이 더 뛰어난, 아니 보통 고교야구 선수 못지않은 구속까지. 확실히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무작정 질투만 하는게 아닌, 그에 못지않게 어떻게든 성과를 내겠다는 의욕이 더욱더 강한것 같았다.
"자, 양팀 선수들 모두 올라와 주세요!"
그라운드에서 심판이 우리들을 불렀다. 우리는 각자 자기 모자를 챙겨쓰고서 그라운드로 나갔다. 그리고 홈플레이트 옆에서 일렬로 줄을 맞춰섰다. 그리고 상대편도 이어서 일렬로 줄을 맞춰섰다.
"그럼, 상호간의 경례!"
잠시뒤, 양팀 선수들이 모두 모이자 심판이 크게 외쳤다. 그리고 양팀 모든 선수가 서로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이면서 인사하고서 가볍게 악수를 했다.
"자, 그럼 골드스타즈 선수들은 공격 준비 해주시고, D.라이더즈 선수들은 수비 준비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심판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시들끼리 모여서 뭔가 얘기를 하고는 각자 위치로 뛰어갔다. 그리고 상대팀은 모두들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1번타자로 예상되는 사람만 배트를 들고 나왔다.
우리팀은 모두들 덕아웃으로 돌아가서 각자 글러브를 챙긴 다음에 자신의 수비위치로 달려나갔다. 나는 마운드 위로 올라가서 종빈이랑 가볍게 공을 주고받으면서 어깨를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정도 주고 받으니까 타자가 타석 근처까지 오더니 연습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종빈이는 타자를 힐끔 보더니 자리에 앉아서 직구 사인을 보냈다. 슬슬 연습구를 던지라는 의미였다.
'오케이.'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다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앞으로 쭉 뻗으면서 가볍게 팔을 휘둘렀다.
슈욱- 퍼엉-
"오케이, 오늘 공 좋다!"
다행히 오늘 내 컨디션이 괜찮은지 종빈이는 힘껏 소리쳤다. 확실히 내가 느끼기에도 오늘 몸상태는 좋은편인것 같았다. 웅철이가 매니저로 들어오고나서 몸관리가 확실히 더욱 체계적이 되었으니까.
'그때 이후로 10시 수면, 이미지 메이킹, 그리고 부족한 부분 집중훈련... 밤에 잠이 안와서 죽는줄 알았지...'
최근 며칠동안 그렇게 컨디션을 관리했는데 몸이 이상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니까. 그러는게 당연했다.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다시 종빈이가 보여주는 사인을 보면서 몇번 더 연습구를 던졌다.
퍼엉-
"나이스볼!"
내가 공을 던질때마다 종빈이는 좋다고 외치면서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럴수록 너무 들뜨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내 기분은 점점 더 좋아졌다.
그렇게 몇번더 공을 던지고 나니까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심판이 자기자리로 들어왔다. 그리고 타자에게 손을 까딱거리면서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타자는 심판의 손짓을 보고는 타석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에게 헬멧을 벗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어정쩡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자 심판이 콜을 외치면서 경기기 시작되었다.
"플레이볼!"
경기가 시작하자 타자가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종빈이의 가랑이 사이로 보이는 사인, 초구는 정직하게 가자는 건지 직구 사인이었다.
'오케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제구에 신경쓰면서 초구를 던졌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공은 다행히 존 안에 잘만 들어갔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 전광판을 쳐다보니까 101 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확실히 오늘 컨디션이 좋긴 하나보네.'
나는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훈련한 결과 덕분인지 처음보다는 구속이 많이 올랐었다. 이제는 제구에 신경써서 던져도 100을 넘기는 정도니까. 엄청난 발전이었다.
"받아!"
그렇게 혼자 생각에 빠져있을 즈음, 저 멀리서 종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천천히 날아오는 공. 나는 정신을 차리고는 가볍게 받았다.
종빈이는 내가 공을 받자 다시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가랑이 사이로 손가락을 내밀면서 사인을 보냈다. 이번 사인은 커브, 그리고 미트게 낮게 있는걸 봐선 헛스윙이나 땅볼을 유도하는것 같았다.
'낮게? 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구보다는 최대한 변화에 신경을 쓰면서 공을 던졌다.
부웅- 파앙-
"스트라이크 투!"
심판의 콜이 들려왔다. 그러면서 나에게 유리해진 카운트, 하지만 타자는 무슨 의미인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만 있었다.
'뭔가 생각한 거라도 있는건가?'
타자의 반응에 나는 살짝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타자가 뭔가 자신감이 가득 차있는것 같이 보였다.
'지금 하는걸 보면 분명히 뭔가 있는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알수 있는 방법이 있는건 아니었다. 지금은 단지 열심히 타자들을 잡으면서 아웃카운트를 늘려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던지다 보면 무슨 속셈인지는 알수 있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복잡해질뻔한 머릿속을 정리해버렸다. 그리고 숨을 길게 내쉬면서 종빈이를 쳐다봤다.
내가 쳐다보자 종빈이는 사인을 보냈다. 사인 내용은 아까랑 똑같이 낮게 떨어트리는 커브. 헛스윙을 유도해서 삼진으로 만들겠다는 속셈인듯 했다.
'오케이, 안그래도 뭔가 찝찝한데, 삼진으로 확실하게 잡아버리는게 낫지.'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리고 타자를 한번 쳐다보고는 곧바로 공을 꽃아넣었다.
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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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골드스타즈 VS D.라이더즈(2)201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