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00화
티잉-
공은 배트에 빚맞고는 힘없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루수 성빈이가 가볍게 잡아서는 1루로 송구, 아웃으로 만들었다.
"오케이, 잘했어!"
아웃을 잡자 종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리쳤다. 그리고 성빈이는 이정도야 기본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호진이에게 볼을 돌렸다.
그렇게 호진이는 선민이에게, 선민이는 산욱이에게 볼을 돌리고 나서야 나에게 돌아온 공. 나는 오른손으로 로진백을 만지면서 다음 타자를 쳐다봤다.
이번 타자는 뭔가 통통하면서 다리가 굵어 보이는게 발이 빠르지는 않은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번에 본 데이터로는 파워도 있고. 나름 발도 빠르다는 내용이 있었다.
힘도 좋고, 발도 빠른 타자라... 어떻게 보면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중 하나였다.
'후우...'
나는 일단 타자를 쳐다보면서 숨을 내쉬었다. 타자는 내가 쳐다보고 있다는걸 느꼈는지 나를 노려보는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나도 거기에 지지 않게 타자를 노려봤다.
그러다가 잠시뒤, 상대측에서 먼저 시선을 돌리면서 자기편 덕아웃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도 시선을 거두고는 사인을 확인했다.
'몸쪽 직구... 확실하게 누르고 가자는건가?'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타자가 준비를 마치자 곧바로 공을 꽂아넣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공은 종빈이가 요구한 곳으로 잘 들어갔다. 그리고 소리도 시원하게 울려퍼졌다. 이정도면 확실히 상대의 기를 누를수 있었다.
"..."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타자는 표정에서 별 반응이 없었다. 물론 포커페이스의 가능성도 있었지만, 우리는 프로가 아니다. 프로도 지키기 어려운건데 일반 학생이 그럴리는 없었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정도면 어느정도 눌린 기색이 보여야 하는데... 왜 이러는거지...?'
나는 뭔가 조금 이상하다는 눈으로 타자를 쳐다봤다.
애들이랑 야구를 할때 내 몸쪽 공은 붙는다 싶으면 다들 조금씩 움찔했었다. 그만큼 내 몸쪽 공은 확실히 위력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타자는 움찔하기보단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뭔가 이상했다.
'뭐지...? 뭔가 이상해...'
그러면서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뭔가 경기를 얼른 끝내야만 할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왠지 오래 끌었다간 실컷 두들겨 맞을것 같았다.
야구를 보다보면 종종 이 상황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올것 같다는 느낌이 들떄가 있다.
예를 들자면 경기 후반에 1점차, 주자는 2사 만루 상황인 상황에서 뭔가 타자가 안타를 칠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고 치자.
그런 생각이 든다면 진짜로 타자가 안타를 치고 역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왠지 오감 이외의 감이 발동하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경우는 종종 맞고는 한다.
게다가 그게 그럴만한 징후가 포착이 된다면 그 느낌은 더더욱 증폭되고, 그렇게 될 확률도 점점 더 높아지는것 같이 느껴진다.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랬다.
'아씨... 왜 불길하게 이딴 느낌이 들고 난리야...'
갑자기 든 불길한 느낌. 나는 그 느낌을 잊기 위해서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 일단 지금은 앞에 있는 타자에 집중하자...'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다른곳에 가있는 정신을 다시 되돌려놨다. 그리고 지금 서있는 타자를 차근차근 잡아나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인을 확인했다.
'바깥쪽 뚝 떨어지는 커브.'
'오케이.'
종빈이의 사인에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초반엔 이리저리 존을 활용하면서 던질 생각인가 보다.
나는 글러브 안에서 손을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커브 그립을 쥐었다. 그리고 최대한 변화에 신경쓰면서 공을 던졌다.
부웅- 파앙-
"스트라이크, 투!"
확실히 잘 떨어진 커브, 타자의 배트가 따라나오면서 투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이젠 확실히 유리한 카운트가 되었다. 이쯤에서 볼 하나쯤은 빼보면서 한템포 쉬는것도 문제가 없을것 같았다. 상대타자는 호타준족이니까. 무작정 잡으러 들어가다간 제대로 당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골드 스타즈는 놀부 머니즈처럼 여유있게 붙을수 있는 팀이 아니다.
'몸쪽 직구. 존 안으로.'
하지만 종빈이의 사인은 과감했다. 바로 승부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인건지 몸쪽 직구, 그것도 존 안으로 넣으라는 사인을 보냈다.
'야, 한 템포 더 쉬고...'
'아니, 과감하게 치고 들어가자.'
나는 고개를 저어봣지만 소용없었다. 종빈이가 계속해서 같은 사인을 보내는 모습이 어떻게든 밀고 나가겠다는건지 확실해보였다.
그러면서 조금전 들었던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어차피 지금 내 감도 빨리 끝내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도 드니까...'
끄덕-
그런 생각이 드니까 가로젓던 고개가 위아래로 끄덕여졌다. 그제서야 종빈이도 가로젓던 고개를 멈추고는 미트를 내밀었다.
'후우...'
종빈이가 미트를 내밀자 갑자기 뭔가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아니, 이제까지 마운드 위에서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은 없었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건지.
'안수혁. 정신차려!'
나는 속으로 긴장하고 있는 나를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나아진듯 하자 최대한 구속에 신경을 쓰면서 힘껏 던졌다.
슈욱-
공이 내 손을 떠나자 앞으로 쭉 뻗으면서 미트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나오는 타자의 배트. 그리고 거침없이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파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하지만 공이 맞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들리는 미트에 공이 박히는 소리. 이어서 심판의 콜이 들려왔다.
"후우..."
다행히 삼진으로 물러난 타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뒤롤 젖혔다.
'하... 배트 위치만 맞았다면 큰게 나올것 같았는데... 다행이네.'
보통 투수들이 삼진을 잡으면 기세나 기분같은게 좋아지기 마련이다. 적어도 나빠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 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점점 더 다운이 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폭풍전야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가 불길해. 확실히 뭔가가 불길한 느낌이 자꾸만 든단 말야...;
"안수혁!"
내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있자 종빈이가 나를 크게 불렀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면서 종빈이를 쳐다봤다. 종빈이는 내가 쳐다보자 그제서야 공을 던져주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는 종빈이가 던져주는 공을 받고는 바닥에 있는 로진백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로진백을 몇번 주물른 다음에 바닥에 툭 내려놓았다.
'그래, 일단 지금은 타자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덕아웃에 가서 생각해보자.'
나는 타자를 쳐다보면서 복잡한 생각들을 잠시 미뤄놓았다. 그리고 종빈이가 보내주는 사인을 확인했다.
이번 사인은 존 안에 들어가는 커브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글러브 안에서 커브 그립을 쥐었다.
'후우...'
그리고 왼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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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화-골드스타즈 VS D.라이더즈(3)201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