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03화
"하아..."
감독님이 다시 돌아간뒤, 나는 마운드에서 진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 쫄지 말자. 아직 아무일도 안일어났잖아, 그러니까 쫄지 말자. 제발 쫄지 말자'
아까 감독님의 하신 말씀에 효과가 있었는지 다행히도 내 몸은 조금씩 진정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정도 진정이 되고 나니까 심판이 경기를 재개했다. 그리고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종빈이가 사인을 보냈다.
'아래쪽 직구'
'오케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텀을 두었다. 그리고는 제구보단 구속에 초점을 맞춰서 최대한 세게 던졌다.
슈욱-
공은 내 손을 떠나서 미트로 쭉 뻗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타자의 허리가 조금 굽혀지더니 이내 오른손이 배트의 중심을 잡고는 존 안으로 쓱 내밀었다.
티잉-
'으앗!'
나는 순간 속으로 놀라면서 앞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공은 앞으로 굴러오지 않고, 공중에 붕 띄워졌다.
"마이볼!"
종빈이는 달려오는 나에게 콜을 외치고는 낙구 지점을 찾으면서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떨어지는 공을 가볍게 잡아냈다.
"아웃!"
공을 잡자 심판이 커다란 목소리로 아웃을 외쳤다. 타자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하늘로 치켜세운채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우선 한명 잡았고... 이제 두명 남았다..."
나는 타자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떨리는 삼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계속 심호흡을 했다. 지금 심호흡이라도 안하면 내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간신히 안정된 멘탈 덕분에
티잉-
"유격!"
터업- 슉-
"아웃!"
슈욱- 파앙-
"아웃!"
간신히 병살타로 이닝을 끝낼수가 있었다.
*
간신히 이닝을 종료한뒤 3회초, 나는 또다시 마운드 위에 서있었다.
우리팀의 2회말 공격은 순식간에 세 타자가 아웃이 되면서 매우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마운드 위에 올라와있는 상황, 그래도 2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덕분인지 아까보다는 긴장이 덜한 느낌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는 긴장감이 조금은 익숙해진 기분이 들었다.
"야, 이번에도 또 멘탈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잘 막자. 알겠지?"
"오케이"
종빈이는 내가 조금 불안한건지 마운드 위로 올라와서 나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다시 자기자리로 돌아가니까 들어오는 타자. 그러자 심판이 경기를 재개했다.
경기가 재개되자 타자는 자세를 잡고는 나를 한껏 노려보기 시작했다. 나는 차분하게 종빈이의 사인을 확인하고는 종빈이가 말한 곳으로 공을 찔러넣었다.
티잉-
타자는 초구를 노렸는지 배트가 매우 빠르게 튀어나왔다. 하지만 빚맞으면서 유격수 정면으로 흘러가는 안타. 호진이가 가볍게 잡고서 아웃으로 처리해버렸다.
"아웃!"
"오케이!"
아웃 콜이 들려오자 나는 자연스럽게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면서 기뻐했다. 출발이 좋았다.
나는 바닥에 로진백을 주워서 오른손으로 살살 주물렀다. 그리고 타석으로 걸어나오는 타자를 한번 쳐다봤다.
'이제 타선이 한바퀴가 다 돌았어. 그렇다는건 이제 내 공을 직접 보고, 간접적으로 보면서 눈에 어느정도 익었을 거라는거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로진백을 다시 바닥에 툭 던졌다.
'동네야구 수준이라면 그런일은 없지만, 내가 본 이녀석들은 동네수준이 아니야. 이미 돈으로 덕지덕지 칠해서 선수 못지않은 실력들이야. 충분히 재능도 있어보이고. 그러니까 이제 슬슬 투심을 꺼내야 될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금부터 결정구로 투심을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아마 종빈이도 이건 허락할듯 싶었다.
'일단은 종빈이 리드대로 던지고, 결정구의 절반 정도는 내가 정하자'
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잠시 타자를 쳐다봤다.
타자는 무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표정도 아닌, 안타를 치겠다는 표정도 아닌, 그저 얼음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포커페이스...'
나는 속으로 그 한 단어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종빈이가 보내는 사인을 확인했다.
'초구는 커브, 뚝 떨어트려'
'오케이'
나는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변화에 초점을 맞춰서 최대한 뚝 떨어지도록 던졌다.
슈욱-
공은 내 손을 떠나서 쭉 뻗어갔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에 잠깐 멈추는 느낌이 들더니 대각선으로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케이, 됐다!'
나는 속으로 됐다고 외치면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타자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무표정 그대로 배트를 가볍게 휘둘렀다.
티잉-
'어?'
그러면서 들려온 작은 소리, 하지만 공은 우측으로 날아가더 이내 우익수 앞에 뚝 떨어져버렸다.
'뭐, 뭐야? 그걸 맞췄어?'
나는 뒤를 돌아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의 바닥에 떨어지는 공을 배트컨트롤로 안타를 만들어낸 타자가 프로에 몇이나 있을까? 거의 없을거다. 거기다 그 타자들도 가끔씩 그러는 수준일테고.
그렇다면 동네야구에서 이럴수 있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아예 없다. 없을걸이 아니라 아예 없다.
솔직히 배트가 무거워서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떻게 배트컨트롤로 거의 바닥에 있는 공을 안타로 만들수 있겠냐고.
"하하... 미친... 저걸 어떻게 안타로 만들어내냐..."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는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와... 역시 장난 아니구나'
그래도 가만히 앉아서 맞아줄수는 없는법, 나는 고개를 돌려서 종빈이를 쳐다봤다.
종빈이도 어이가 없었는지 멍한 표정으로 1루주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부르자 그제서야 나를 쳐다보면서 사인을 보냈다.
'이번 공은 낮은 직구'
'오케이'
나는 이번 사인에도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결정구를 제외하면 그냥 종빈이의 리드대로 따라가기로 했으니까.
하지만 종빈이의 사인대로 공을 던진 순간
까앙-
하는 소리가 나면서 공이 내 뒤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뭐, 뭐지...?'
나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잠시동안 멍하니 앞만 쳐다봤다. 그러다가 뒤를 쳐다보니까 이내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타구, 그 사이에 1루자는 3루까지 진루해있었다.
'뭐, 뭐야...'
나는 어벙벙한 표정으로 뒤쪽만 쳐다봤다. 그러면서 지금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고 있었다.
분명히 내가 던진 공은 나쁘지 않았었다. 그리고 제구도 잘 되었었다. 그런데 상대는 그걸 가볍게 받아쳐서 안타로 만들었다.
분명히 지난번 경기, 아니 지난번 타석까지만 해도 나한테 당하기만 하던 타자들이 무표정으로, 그 잠깐 사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난건지 둘다 내 초구를 가볍게 쳐서 안타를 만들었다. 그것도 잘 들어간 공들을 그렇게 쳐버렸다.
'갑자기 왜 그러지...'
그러면서 갑자기 뭔가 실점할것만 같은 불안감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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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골드스타즈 VS D.라이더즈(6)201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