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08화
티잉-
공이 배트에 맞으면서 1루수와 3루수가 앞으로 달려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은 3루수의 앞으로 천천히 굴러갔다.
다다다다- 터업-
3루수는 천천히 굴러오는 타구를 맨손으로 잡아냈다. 그러자 투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1루!"
투수의 말대로 3루수는 1루쪽을 쳐다봤다.
현재 선민은 1루에서 약간 거리가 있는 상황, 3루수는 곧바로 1루로 공을 강하게 던졌다. 그리고 선민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게속해서 전력으로 질주했다.
슈욱- 파앙-
"아웃!"
공이 먼저 1루수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깐의 차이로 뒤늦게 베이스를 밟은 발. 심판은 크게 외치면서 아웃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2루에 안전하게 들어간 주자. 그러면서 1사에 주자 2루. 득점권에 주자가 출루하게 되었다.
'오케이, 깔끔하네'
선민은 덕아웃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2루를 쳐다봤다. 그리고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수혁이 반기면서 오른쪽 손을 내밀었다.
"나이스 플레이"
"이정도야 뭐, 껌이지"
선민은 배트를 벽에 기대면서 손에 손을 마주쳤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타석에는 3번타자 호진이 가볍게 배트를 휘둘러 보고 있었다. 그리고 투수는 허리를 약간 숙인채로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있었다.
호진은 배트를 휘두르면서 투수를 슬쩍 쳐다봤다. 그리고 아까 용식이 말했던 작전을 떠올렸다.
[기다려. 지금 투수는 뒤에 주자가 있어서 제구가 흔들릴수가 있어. 최대한 기다렸다가 출루하는거야]
'기다리자.. 천천히 기다리자...'
호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투수를 노려봤다. 그리고 잠시뒤, 사인이 맞았는지 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공을 꽂아넣었다.
슈욱- 파앙-
공은 기세좋게 날아가서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제구가 잘 되지 않았는지 밖으로 확 빠지면서 볼이 되어버렸다.
호진은 포수미트에 박힌 공을 쳐다봤다. 공은 확실히 존 밖으로 빠져있었다. 그리고 급하게 팔은 뻗은건지 팔만 저 멀리 향해있는 포수, 확실히 제구가 되지 않고 있는게 확실했다.
'감독님의 말씀이 진짜로 맞았네'
호진은 약간 놀란 기색을 보이면서 덕아웃에 있는 용식을 쳐다봤다. 용식은 호진이랑 시선이 마주쳤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끄덕-
호진도 같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투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시 투수를 쳐다보니까 투수는 뒤쪽을 힐끔힐끔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뭔가 불안하기라도 한건지 계속해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야, 진정해! 너 오늘 공 좋아!"
오죽하면 포수가 아예 대놓고 말할 정도일까. 호진은 그런 포수를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아니, 이런걸 아예 대놓고 말해도 되는거야?'
호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투수를 쳐다봤다.
지금 투수의 표정은 뭔가 툭 건드리면 울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꾸만 힐끔힐끔 쳐다보는 2루주자. 아마도 투수치고는 베짱이 부족하거나, 아예 성격이 소심한 편인건 같았다.
'하... 투수 하기에는 좀 힘든 성격이네'
호진은 투수를 보면서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그리고 그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어, 잠시만. 그럼 이런거도 먹히려나?'
호진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투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확신이 생겼는지최대한 배트를 크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부웅- 부웅-
'이런 허접한 위협에도 넘어오려나?'
호진은 배트를 휘두르면서 투수를 슬쩍 쳐다봤다. 그러자 실제로 아까보다 더 불안해진 투수, 이제는 아예 투구판에서 발을 빼놓고서 허리를 숙인채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어, 진짜로 효과가 있나본데?'
생각보다 좋은 효과에 호진은 살짝 놀랐다. 그리고 더욱더 위협을 주기 위해서 배트를 더 크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
한편, D.라이더즈의 덕아웃에선 수혁과 용식이 호진의 행동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용식이 수혁에게 한마디 건넸다.
"수혁아, 쟤 왜저러는지 알거 같냐?"
"흠... 위협 아니에요? 보니까 상대 투수가 베짱이 조금 부족해 보이고, 호진이는 그 점을 발견하고 일부러 저런짓을 하는것 같은데요"
그 질문에 수혁은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용식과 일치했다.
"역시, 너도냐"
용식은 여전히 호진에게 시선을 유지한채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
다시, 그라운드.
호진은 몇번 더 배트를 휘두르고는 다시 타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뒤이어서 돌아오는 투수. 하지만 호진이 처음 타석에 섰을때와는 다르게 표정이 훨씬 더 경직되어 있었다.
'이자식들... 공 몇번만에 이렇게까지 파악이 될줄은...'
포수는 그런 호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대단하다는 느낌과 동시에 약점을 제대로 건드린것처럼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포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일어나서 오른손에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미트와 서로 팡팡 부딪히면서 크게 소리쳤다.
"떨지 말고! 이번부터 잡고 마무리하자!"
"아자!"
"아자!"
포수의 외침에 야수들이 다들 기합으로 호응했다. 그러면서 그런 야수들을 돌아보는 투수.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렸을때는 그나마 조금 안심이 된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너네가 위협을 하면 우리는 격려를 해주면 그만이지'
포수는 호진을 쳐다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허를 찌르는 한수까지. 확실하게 잡아줄게'
그리고는 미트를 존 한가운데로 내밀었다.
'야, 장난해?'
투수는 미트 위치를 보고는 곧바로 격렬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성격부터가 그런 승부를 할만한 성격은 아니었다.
'아냐, 괜찮아. 괜찮다니까? 나를 한번 믿어봐!'
하지만 포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완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다가 결국 투수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아... 아무래도 맞을것 같은데...'
하지만 고개를 끄덕인 뒤로도 투수는 뭔가 찝찝한건지 연신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지만 이미 정했으니까... 일단 믿고 던져보자!'
그리고는 잠시 텀을 두었다가 요구한 곳으로 최대한 정확하게 찔러넣었다.
타앙-
그리고 그 예상은 타구가 빚맞으면서 정확히 들어맞았다.
"으앗!"
호진은 배트를 바닥에 던지듯이 내려놓고는 1루를 향해서 전력으로 질주했다.
그리고 2루에서 조금 떨어진 상태로 눈치를 보고있는 운선. 공은 현재 유격수가 막 잡은 상태였다.
"흐아앗!"
유격수는 글러브에서 공을 빼냈다. 그리고 자신이 던질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던졌다.
슈우욱-
공은 유격수의 손을 떠나서 호진을 여유롭게 아웃시킬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유롭게 잡을수 있는것을 너무 무리해서 잡으면 전력낭비. 그리고 그 낭비는 그대로 손해가 되어버리기 마련.
지금 상황이 딱 그랬다.
유격수가 송구한 공은 1루수의 시선에서 오른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으악!"
1루수가 뒤늦게 몰린쪽을 향해서 뛰어갔지만 공이 이미 옆으로 빠져버린 상황. 다행히 1루수가 온몸을 날리면서 글러브를 맞고 옆으로 빠져버렸다.
"뛰어!"
공이 뒤로 빠지자 D.라이더즈 측의 덕아웃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주자들은 전력을 다해서 뛰기 시작했다.
"으익!"
그리고 1루수가 다시 공을 집어들었을 때는
"세이프!"
주자 1, 3루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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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D.라이더즈 VS 레드 타이거즈(3)201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