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09화 (109/255)

우리 동네 야구팀-109화

"으아..."

처음엔 괜찮았던 결과, 하지만 실책이 발생하면서 더욱더 악화된 결과.

투수는 백업을 간 1루에서 입을 떡 벌린채로 멍하니 2루와 3루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씨, 완벽했는데...'

포수는 고개를 숙인채로 아쉬워하면서 한편으로는 투수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녀석... 진짜 멘탈만 잡히면 제구는 완전 최고급인데, 그 멘탈이 약한데다가 초반부터 이렇게 털리니까... 하...'

포수는 한숨을 길게 푹 내쉬었다. 지금 그의 갑갑함이 보여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럴수만은 없는법, 그는 투수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마운드 위로 돌아온 투수에게로 걸어갔다.

현재 투수는 여전히 붕괴된 멘탈이 회복되지 않았는지 모자를 벗은채 소매로 연신 이마만 닦고 있었다. 포수는 그런 투수에게 다가가서 어깨위에 손을 얹었다.

"아까 그 조합은... 미안했다. 이렇게 될줄을 몰랐어"

"아, 아냐. 동네 야구에서 실책은 어쩔수 없는 거니까... 괜찮아"

포수의 사과에 투수는 오히려 웃어보였다. 그러자 포수도 투수를 따라서 괜스레 웃어보였다.

"그럼... 일단 1점 준다고 생각하자. 지금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가려다가 오히려 더 큰 점수를 내줄수가 있어"

"근데 그래도 괜찮은거야...? 감독님이 저쪽 투수가 뭔가 심상치 않다고 하셨는데..."

포수의 말에 투수는 조금 걱정된다는듯이 말했다. 하지만 포수는 외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반박했다.

"야, 저쪽이 아무리 잘 던져도 우리가 1점도 못낼거 같아보여? 우릴 믿고 던져"

"...알겠어"

포수의 말에 투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포수도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홈으로 돌아왔다.

이번 타자는 4번타자 김산욱, 포수가 홈에 돌아오자 그는 이미 타석에서 배트를 휘둘러 보고 있었다.

부웅- 부웅-

포수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 타자를 슬쩍 쳐다봤다.

'뭔가 날카로운 눈매에, 엄청난 스윙 소리까지... 대박인데?'

포수는 속으로 감탄하면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올려두었던 마스크를 다시 내렸다

*

부웅- 부웅-

'무조건 내가 불러들인다'

내 머릿속엔 지금 딱 한가지 단순한 생각, 무조건 불러들인다는 그 생각 뿐이었다.

감독님이 딱히 내리신 작전도 없는 상황. 그렇다면 4번타자인 내가 할 역할은 단순했다.

필요할때 점수를 내는것, 그래서 지금 그것만을 생각하고서 배트를 휘두르면서 몸을 풀었다.

그렇게 몇번 휘두르니까 상대 포수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이제 들어오라는 심판의 제스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타석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타석에 들어가서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올테면 와보라는 생각으로 투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후욱-

'자, 올테면 와봐! 무조건 넘겨버린다!'

*

산욱이 그렇게 째려보자 투수는 잠시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조금 겁을 먹은건지 자꾸만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으아... 이녀석 잘못 걸리면 무조건 넘어갈거 같은데...'

투수는 산욱을 살펴보면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수는 없는거고... 마음 편하게, 편하게 먹자. 어차피 1점은 주기로 했으니까, 사인대로 바깥쪽으로...'

투수는 눈을 감고는 자기 자신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다 조금 나아진듯 하자 눈을 뜨고는 타자를 똑바로 쳐다봤다.

'쫄지... 말자!'

그리고 곧바로 공을 던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금이닷!'

산욱이 속으로 외치면서 그의 배트가 빠르게 나오기 시작했다.

까앙-

공이 배트에 제대로 걸렸는지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홈런임을 직감하는지 배트를 가볍게 휙 던지는 산욱, 그리고 1루로 천천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지금 타구의 높이는 담장을 넘기기 충분한 높이, 그리고 타구가 날아가는 속도를 봐서는 넘어갈 확률이 거의 100퍼센트였다.

그리고 그건 주자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다들 천천히 홈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뭐든지 예상대로 되지는 않는법, 그렇게 잘 뻗어가던 타구는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

그렇게 타구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밑으로 쭉쭉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터업-

"아웃!"

좌익수가 뒤로 한참이나 이동해서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해버렸다.

하지만 그사이 눈치껏 파악한 주자들이 태그업을 하면서 점수는 1대 0. D.라이더즈가 선취점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아오, 거기서 갑자기 왜..."

이미 점수를 뽑아내는데는 성공한 산욱, 하지만 그는 어이가 없었는지 혼자 중얼거리며 던진 배트를 집어들고는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휴우... 다행이다"

반면에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산욱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 표정은 이내 놀라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근데... 방금 나 바깥쪽에 걸치는 공 던졌는데, 그걸 당겨쳤어?'

그 사실을 인지하자 투수는 머리를 뭔가 망치에 맞은거처럼 멍하니 허공을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정신이 돌아오자 D.라이더즈의 덕아웃을 쳐다봤다.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

*

슈욱- 파앙-

"아웃!"

그뒤로 5번타자 성빈이가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 그렇게 1회초가 끝나버렸다.

그리고 지금 마운드 위에는 내가 가볍게 피칭을 해보면서 어깨를 풀고 있었다.

파앙-

"오케, 나이스볼! 오늘 공 좋다!"

종빈이는 내 볼이 좋은지 크게 소리치면서 나를 격려해줬다.

단지 그냥 격려하려는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내가 느끼기에도 오늘은 공이 좋았다.

평상시보다 이기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서 그런지 공에 힘이 더욱더 실리는것 같았다.

그렇게 몇번 던지고 나니까 심판이 종빈이의 뒤로 오면서 타자도 타석안에 들어왔다. 나는 공을 받고는 모자를 다시 고쳐썼다.

"후우..."

나는 공을 받고는 잠시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고 단 한마디만을 중얼거렸다.

'오늘, 무조건 이긴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심판이 경기를 재개하자 종빈이가 사인을 보내왔다.

'초구는... 바깥쪽 직구... 오케이'

나는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타자를 슬쩍 쳐다봤다. 타자는 어떻게든 나가려는건지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러면서 뭔가 존으로 쏠려있는듯한 상체, 그리고 앞에 있는 발이 1루쪽으로 치우쳐져 있었다.

'번트라... 우리 내야수준을 보려는건가...?'

나는 상대편 덕아웃을 잠시 쳐다봤다. 그리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작전이 있다면...'

그러면서 천천히 왼다리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한번 시도해봐!'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공은 미트 안으로 박히듯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 옆에는 타자가 번트모션을 취한채로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역시, 맞았네'

내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 이젠 완전히 파악된 작전. 더이상 살펴볼게 없었다.

나는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타자가 잠시 생각할 틈도 업시 곧바로 두번쨰 공을 던졌다.

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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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D.라이더즈 VS 레드 타이거즈(4)201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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