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10화 (110/255)

우리 동네 야구팀-110화

슈욱-

내 손에서 떠나간 공은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공은 구질은 몸쪽 높은 직구, 지금 타자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더 몰아붙이자는 생각이었다.

공은 그렇게 막힙없이 쭉쭉 뻗어갔다. 그리고

파앙-

기분좋은 소리를 내면서 미트 안으로 깔끔하게 들었다. 그리고 심판의 우렁찬 콜을 이끌어낼수 있었다.

"스트라이크 투!"

'오케이, 완전히 제압했다'

심판의 판정에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시선을 돌리자 타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완전히 말려들었다.

나는 종빈이가 던져주는 공을 다시 받았다. 그리고 이번엔 내가 사인을 보내왔다.

'이번 사인은 존에 걸치는 커브로'

'오케이'

종빈이는 내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트를 존에 걸치는 정도로 내밀었다.

나는 종빈이가 내민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시선을 타자에게로 살짝 옮겼다.

타자는 카운트가 몰린것 때문인지 조급해 하는것 같았다. 지금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가있었다.

'흠... 내가 이번에도 빠르게 던질거라고 생각하는건가?'

나는 그런 타자를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왜 내가 굳이 빠른 템포로 던질거라고 생각하는건지. 어차피 난 오늘 9이닝을 책임져야 하는데, 오히려 느리게 던지는게 더 좋을텐데. 어쨰서 지금 이렇게 서두르는건지.

우리 배터리에 완전히 말려들어서 이런 간단한 사실조차 구별하지 못하다니. 그러면 나야 고맙긴 하지만.

"타임"

결국 기다리다가 지친건지 타자가 먼저 타임을 외치고는 타석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배트를 휘둘러보기 시작했다.

"..."

나는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간견하면서 짧은 스윙, 어떻게든 출루를 하려는 1번타자의 본 역할을 수행해내려는 것과 동시에, 지금 나에게 말린 상황에서 가장 나은 스윙을 택하는것 같았다.

'음... 역시 이 상황에서 가장 나은 선택인것 같네'

나는 타자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타자가 타시 타석에 돌아오자

'야, 확 떨어트린다'

곧바로 사인을 변경했다.

나는 사인을 변경하고나서 미트 위치를 확인했다.

확실히 아까보다는 훨씬 떨어진 미트의 위치, 나는 커브 그립으로 바꿔쥐고는 최대한 변화에 신경을 쓰면서 가볍게 던졌다.

슈욱-

공은 처음엔 직구와 별 차이없이 쭉 뻗어갔다. 그리고 타자의 배트가 빠르게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공이 타자의 앞에 거의 다 왔을 즈음, 공이 대각선으로 휙 휘면서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심판이 아웃 제스처를 취하면서 크게 소리쳤다. 나는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작게 환호했다.

타자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아마 변화구의 각에 놀란것 같았다.

'확실히 내 커브 각이 특이하고, 좋긴 하지'

나는 돌아가는 타자를 보면서 살짝 자랑하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로진백을 주워들어서 손으로 살짝 주무르고는 다시 바닥에 내려놨다.

잠시뒤, 다음 타자가 대기타석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리고 타석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배트를 휘둘러 보고는 오른쪽 타석 안으로 발을 들였다.

"..."

나는 방금 막 들어온 타자를 슬쩍 쳐다봤다. 그러자 지난번에 본 데이터 내용이 떠올랐다.

'아, 저선수... 하도 덩치가 커서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선수네'

나는 그러면서 지난번에 봐두었던 데이터들을 떠올렸다.

내 기억으로 저 타자는 덩치가 큰만큼 힘이 세다고 들었었다.

아직 데이터가 적긴 하지만, 예선 경기마다 홈런 두개 이상은 쏘아올렸다고 하니까 확실히 거포는 거포였다.

그리고 2루에서 단타에 들어온 경우가 한번 있었다. 발도 그렇게까지 느리다고는 할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가장 대단한건 컨텍 능력, 예선전에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삼진이 없었다.

뛰어난 선구안으로 바깥으로 빠지면 걸러내고, 살짝 걸쳐오면 건드려서 파울, 그러다가 안에 하나 걸려 들어오면 제대로 넘겨버린다고 이건 그때 감독님께서 한마디 해주셨다.

'하하... 생각해 보니까 장난 아닌 타자였네...'

데이터를 떠올려본 나는 그만 헛웃음을 지어버렸다.

'뭐, 이건 고의사구로 내보내줘도 어쩔수 없을거 같은데...'

나는 모자를 고쳐쓰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저 타자는 무서운 타자다. 그리고 그런 타자를 고의사구를 내보내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물러날수도 없는법, 승부 해야지'

그러나 피하기만 하다보녀 언젠가는 걸리게 되는법, 초장부터 상대의 기를 팍 죽일 필요는 있었다. 그래야 앞으로도 충분히 상대할수가 있었다.

나는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는 종빈이를 쳐다봤다. 그리고 오른손은 글러브 안으로 집어넣어서 공을 요리조리 돌리기 시작했다.

'일단 초구는 몸쪽 높은 공으로'

'오케이'

종빈이는 가랑이 사이에서 손가락으로 사인을 보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래, 어차피 한번 정도는 꽂아줘 하니까'

그리고 나는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왼다리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안타를 내주기는 싫고'

그다음 왼다리가 다 올라가자 앞으로 뻗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여기서부터 힘을 팍팍 쓸수는 없지!'

이어서 접혔던 팔이 펴지면서 미트를 향해서 공을 뿌렸다.

슈욱-

공은 미트로 정확히 뻗어갔다. 그리고 그에 맞서듯이 타자의 배트가 매섭게 튀어나왔다.

티잉-

공은 타자의 배트에 살짝 빚맞고는 공중으로 붕 떠버렸다.

종빈이가 일어나서 잡아보려고 했지만 공은 이미 뒤로 넘어가서 그물에 맞아버렸다. 파울이 되었다.

"후우..."

나는 타자를 보면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타자를 쳐다봤다.

'아까 보기엔 궤적이 꽤나 차이났던거 같았는데...'

잠깐이라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타자의 배트는 내 공과는 거리가 조금 다르게 나가고 있었다. 여기서 눈에 보일 정도면 아마도 꽤나 차이나는 거겠지.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에 타자는 궤적을 바꾸었다. 그리고 헛스윙 없이 파울을 만들어냈다.

'저거... 동네 수준 맞는거겠지?'

나는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된다면 이 타자를 아웃시키는 방법은 단 하나다. 우런 카운트를 몰아간 다음, 배트로 건드리는 공이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오게 유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아..."

나는 고개를 위로 들어올리면서 작게 탄식했다. 잡으려고는 했는데 좋은 수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내 오른손만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잠시만...'

그러다가 우연히 잡힌 투심그립,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이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왠만하면 본선 전까지는 꺼내지 않으려고 했던 숨겨진 무기,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직 꺼낼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 이 경기를 진다면 이제 우리팀은 끝이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이 타자를 제압하지 못하면 오늘 경기가 힘들어질것 같았다.

'썅... 던저, 말아?'

그러면서 '던지자', '말자' 이 두가지 생각이 함꼐 어우러저 격렬히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은

'던지자'

던지는 쪽으로 결정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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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D.라이더즈 VS 레드 타이거즈(5)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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