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11화
던지는 쪽으로 결정이 나자 아까까지만 해도 복잡했던 머릿속이 서서히 비워졌다. 그러면서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몸쪽 투심으로 가자'
나는 종빈이에게 투심 사인을 보냈다. 종빈이는 내 생각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몸쪽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나는 미트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숨을 길게 내쉬면서 타자를 쳐다봤다.
'자, 그럼 어디 이것도 한번 쳐봐'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왼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앞으로 쭉 뻗으면서 힘차게 팔을 휘둘렀다.
"흐앗!"
공이 손에서 떠나가는 순간 자동적으로 입에서 기합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공은 앞으로 쭉 뻗어나갔다.
부웅-
공이 손에서 떠날때, 이번에도 타자의 배트가 같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확실실히 스윙의 크기가 줄어있었다.
공은 미트를 향해서 올곧게 쭉 뻗어나갔다. 그러다가 거의 다 왔을 즈음, 타자의 몸쪽으로 공 두세개 크기정도로 휘어버렸다.
티잉-
"2루!"
그러면서 배트에 빚맞아버린 공. 그 순간 성빈이가 재빠르게 앞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구를 잡은 다음에 1루로 가볍게 송구했다.
파앙-
"아웃!"
그러면서 가볍게 아웃, 타자는 당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덕아웃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그런 타자를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
"..."
레드 타이거즈의 덕아웃, 감독으로, 그리고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그라운드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비록 선글라스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의 전체적인 모습에서 그가 뭔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었다.
'저 투수... 뭔가 심상치 않아...'
지금 감독은 수혁을 매우 집중적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펜을 들고서 뭔가를 열심히 적어나가고 있었다.
'저 투수... 뭔가 만만치가 않아... 동네야구 수준인데 거의 대각선으로 크게 휘는 커브라... 보통이 아냐'
감독은 혼자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용식에게로 돌아갔다.
'지금 저쪽의 감독은 유용식. 선수로서 3년뿐이지만, 엄청난 임펙트를 준적도 있었고, 무엇보다 그 막장이던 경종고를 맡아서 1년차에 전국대회 우승을 시켰던 인물이다. 절대로 방심할수는 없어'
감독은 그리고는 다시 투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방금 저 투수가 던진 구질 투심이었지? 휘는 각이 유용식 못지않게 엄청 휘어져 들어갔었지. 아무래도 유용식 감독이 키워낸 녀석같은데... 저 감독의 특성상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위험해지고 힘들어진다. 무조건 이겨야돼'
감독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쓰던 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타석에 막 들어서는 타자에게 사인을 보냈다.
'번트, 이번 이닝은 최대한 상대를 파악하는 방향으로 간다'
*
'흠... 저쪽에서 작전이 나오는거 같은데...'
나는 마운드 위에서 사인을 확인하는 타자를 슬쩍 쳐다봤다.
'음, 뭐지?'
그러다가 사인이 이해가 가지 않은건지 타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수용한건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타석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뭔가 일반적인 작전을 내지는 않은거 같은데...'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자 나는 상대편 덕아웃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봤다. 그리고 감독으로 보이는 사람을 쳐다봤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작전을 내고 있길래 타자가 대놓고 놀라는거야? 생긴건 멀쩡해 보이는구만'
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면서 다시 타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종빈이가 가랑이 사이로 손을 내밀고서 사인을 보내왔다.
'일단은 낮은 직구로'
'오케이'
나는 종빈이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리자 타자는 아예 번트 자세로 내가 공을 던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거야...?'
현재 주자도 없는 상황, 나는 도대체 무슨 작전이지 추측이 되지 않고 있었다. 혹시 우리 내야를 무시하는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것 같았다. 그럼 번트보다 강공이 더 살 확률이 높겠지.
'그럼, 무슨 작전인지 한번 알아나 볼까?'
나는 그러면서 모자를 고쳐썼다. 그리고 미트를 향해서 구속 위주로, 최대한 강하게 던졌다.
슈욱-
공이 내 손에서 떠나가는 순간에도 타자는 배트를 존 안에 내민채로 그대로 있었다. 그러다가 공이 거의다 왔을즈음, 배트를 조금 움직이면서 공에 정확히 갖다대었다.
티잉-
배트는 맑은 소리를 매면서 공과 부딪혔다. 그 순간 타자는 배트를 거의 던지다시피 놓고는 1루로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사이 타구는 1루쪽으로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구로 빠르게 달려가는 산욱이, 그사이 나는 1루를 백업하기 위해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받아!"
내가 열심히 달려가는 사이, 산욱이가 타구를 잡았는지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까 어느새 던지건지 나에게 공이 나아오고 있었다.
"으헛!"
나는 공을 글러브로 가볍게 잡아낸다음 얼마 남지않은 1루를 향해서 달려갔다.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먼저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아웃!"
타자가 베이스를 밟자 심판이 크게 소리치면서 아웃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면서 쓰리아웃. 나는 짧게 숨을 내쉬면서 덕아웃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
'저쪽... 뭔가 이상해'
한편,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용식, 그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 상대편 감독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에게 보이는건 선글라스를 쓰고있는 상대편 감독의 얼굴뿐, 그의 표정을 볼수도, 생각을 읽어낼수도 없었다.
'으아... 분명히 뭔가 생각이 있는것 같긴 한데... 저 사람이 누군지 아예 모르니까 예측을 해볼수도 없고...'
용식은 지금 이 상황이 답답한지 한숨만 연거푸 내쉬기 시작했다.
"하아... 분명히 뭔가 꿍꿍이가 있는거 같은데..."
그렇게 한참을 중얼거리던 용식, 그러다가 뭔가 문득 떠올랐는지 갑자기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흠... 저쪽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자...'
용식은 벤치에 앉아서 오른손으로 이마를 감싼채로 천천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우선... 저쪽은 계속해서 번트를 시도하고 있어. 바보가 아니라면 우리가 실책해주기를 바라는건 아닐테고, 우리의 내야의 수준을 알아보려는 생각인거 같은데...'
그러다가 용식은 이마를 감싼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그렇다면... 나도 다 생각이 있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막 이닝이 교체되는 그라운드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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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D.라이더즈 VS 레드 타이거즈(6)201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