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12화
그렇게 종료된 1회, 수혁은 덕아웃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그리고 벤치에 엉덩이를 붙이고는 물병을 집어서 가볍게 한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이어서 들어오는 다른 선수들. 선두타자인 종빈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앉아서 서로 물을 나눠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러면서 아까까지만 해도 조용했던 덕아웃에서 약간 이야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용식은 1회때와 다른점도 없이 마운드 위로 올라가는 투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수혁아"
용식은 그라운드를 쳐다보다가 나지막히 수혁을 불렀다. 그리고 수혁이 대답하자 수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 저 투수 보이지?"
"네"
"우린 오늘 무조건 저 투수를 공략해야 한다. 안그러면 엄청 힘들어진다"
"그렇긴 하죠. 그래야 공격이 트일테니까"
용식의 말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마운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 마운드에는 투수가 잠시 식었던 어깨를 다시 풀기라도 하는건지 포수와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보통내기는 아닌것 같았어. 특히 산욱이한테 던졌던 바깥공. 산욱이가 거의 홈런을 칠뻔해서 뭍혔지만, 거의 걸치는게 가능한 제구력이라면 지금 프로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어'
수혁은 투수를 바라보면서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저 투수... 감독님 말씀대로 무조건 공략해야돼. 안그러면 우린 오늘 힘들어져. 그리고...'
수혁은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찌푸렸던 인상을 다시 폈다. 그러자 용식이 아직 할말이 있었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야, 방금 약점 찾은거 같다"
"네?"
수혁은 놀라면서 용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용식이 입꼬리가 살짝 울라간채로 그라운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뭔데요?"
"근데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일단 조금더 지켜볼려고"
"에이, 뭐에요"
시시한 대답에 수혁은 실망하면서 자신도 그라운드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번엔 그 투수가 아닌, 포수를 주의깊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포수는 그라운드의 감독과도 같은 존재, 분명히 뭔가가 있을거 같은데...'
*
"후우우..."
한편, 타석에서는 6번타자 종빈이 선두타자로서 준비를 다 끝마치고 타석 근처에 서있었다.
평상시 타격을 준비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 하지만 오늘따라 입과 머릿속 만큼은 평상시와는 다르게 빨리 돌아가고 있었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종빈은 거의 주문을 외우듯이 '이긴다' 이 한마디만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심판이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타석 안으로 들어갔다.
"..."
종빈이 타석 안으로 들어가가 포수가 말없이 그를 쳐다봤다. 종빈도 그를 슬쯕 쳐다보고는 마지막으로 스윙을 점검해 보기 시작했다.
포수는 그런 종빈을 계속해서 말없이 지켜봤다. 하지만 머릿속은 빠르게 굴러갔다.
'오늘따라 타자들이 왠지 모르게 다들 의욕이 넘치는것 같네. 하긴, 지난번에 3회 콜드패를 당했으니까 엄청 절박할만도 하지'
'하지만 배트까지 의욕적이게 되면 너네는 우리 배터리에 꽉꽉 막힐수밖에 없지'
포수는 입꼬리가 살짝 올랐다가 내려갔다. 그리고는 투수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바깥쪽에 걸치는 슬라이더, 배트가 나오면 헛스윙, 골라내도 존 안에 들어오게'
뭔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듯한 포수의 사인, 하지만 투수는 그정쯤은 숨쉬는 일인 마냥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신나하는 표정을 지었다.
'오케이, 난 이런 볼배합이 좋더라'
투수는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 그립을 바꿔쥔 다음에 최대한 가볍게, 그러면서 손목은 최대한 비틀어서 던졌다.
슈욱-
공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 종빈의 배트도 재빠르게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이 배트에 닿는 순간
티잉-
하는 희미한 소리가 나면서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유격!"
공이 떠오르자 포수가 일어나면서 크게 소리쳤다.
유격수는 뒤로 주춤주춤 이동하더니 이내 위치를 잡고서 안전하게 타구를 잡아냈다.
"아..."
타구가 잡히자 1루에 이미 도착해있던 종빈이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덕아웃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배트가 너무 의욕적이면 우리 배터리에겐 그냥 잘 차려진 밥상이나 마찬가지지 뭐'
포수는 그런 종빈을 쳐다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덕아웃으로 고개를 돌려서 감독을 쳐다봤다.
덕아웃 에서는 감독이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포수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지금 들어오는 다음 타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
"야... 이거 큰일났는데?"
한편, D.라이더즈의 덕아웃. 용식이 허탈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요?"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영훈이 감독에게 다가왔다.
"지금 저 투수 제구력이 너무 뛰어나. 제구력만 따지면 프로에서도 상위급에 들어갈만한 수준이야"
"네?"
영훈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쳐다봤다. 그리고 용식이 하던 말을 이어붙였다.
"게다가 방금 그 슬라이더, 수혁이의 커브 만큼이나 위력적으로 보여"
"네, 진짜 그래요. 그냥 존을 반으로 가르는 듯한 느낌. 수혁이 커브랑 각도만 다른것 같아요"
이번엔 방금 막 타석에서 돌아온 종빈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 말에 용식은 큰일났다는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뭔가 해답을 찾기라도 한건지 용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
"방법은 있어보이네요"
조금 전부터 포수를 유심히 지켜보던 수혁이 입을 열었다.
"너도 발견했냐?"
용식이 수혁에게로 고개를 돌리면서 물어봤다. 수혁은 그쯤이야 하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딱 봐도 티나지 않아요?"
"글쎄, 여기 눈치 못챈 애들이 수두룩해 보이는데?"
용식은 수혁의 말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은 아직 잘 눈치채지 못한건지 멍한 표정으로 수혁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수혁이랑 내 말은, 지금 저쪽 배터리는 포수가 리드하고 있다는거지. 우리처럼 투, 포수가 잘 조화된게 아니라"
"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용식의 말에 다른 사람들이 이해가 잘 안간다는 표정, 아니면 왜 그런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용식을 쳐다봤다.
용식은 수혁을 힐끔 쳐다봤다. 그러자 수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음... 그건 제가 얘기할게요"
수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마운드 위로 올라가는 포수를 쳐다봤다.
"다들 방금 종빈이가 뜬공 쳤을때 기억하지?"
"어, 기억하지"
수혁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수혁이 하던 말을 이어붙였다.
"그떄 포수가 일어나서 '유격!' 이라고 크게 외쳤잖아. 그게 바로 증거야"
"야, 그건 포수면 보통 다 그렇지 않아?"
수혁의 말에 종빈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어봤다. 하지만 수혁은 고개를 좌우로 살짝 저으면서 하던 말을 계속했다.
"야, 여긴 프로나 고교야구가 아냐. 그냥 동네야구라고. 포수가 그렇게까는 하는 경우는 드물어.
게다가 지금 포수가 투수에게 무슨 말을 하고있지? 어깨에 손까지 얹고. 그리고 투수는 가만히 대답만 하고 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어"
수혁은 이쯤이면 이해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입을 닫았다. 하지만 영훈이 잘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물어봤다.
"근데 그게 뭐가?"
"그러니까 이런 모습으로 봐서 투수는 소심한 성격, 포수가 대범한 성격이고 포수가 리드할거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수가 있지"
수혁은 대답을 해주고는 옆에 있던 묵로 목을 살짝 축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제서야 이해가 된건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얘들아. 그럼 이제부터 작전 나간다"
애들이 이해하지 용식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하게 변했다.
"우리의 작전은... 무조건 타구를 2루쪽으로 보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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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화-D.라이더즈 VS 레드 타이거즈(7)201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