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13화 (113/255)

우리 동네 야구팀-113화

"우리의 작전은... 무조건 타구를 2루쪽으로 보내는거다"

"네?"

용식의 말에 영훈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어봤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감독을 쳐다봤다.

용식은 그제서야 뭐가 문젠지 깨달았다. 그리고 보충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2루쪽에 타구를 보내면 포수가 1루쪽으로 백업을 가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든 최대한 2루쪽으로 타구를 보내라는거야"

"아..."

용식의 말에 못알아들었던 다른 사람들도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모두들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려서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

한편, 타석에는 7번타자 상민이 서있었다. 그리고 방금 박 작전을 받은 상태, 그리고 왼발을 1루쪽으로 살짝 옮겼다.

'클로즈 스탠스라... 작전을 받고 바꾼걸 봐선 뭔가 있긴 있는거 같은데...'

포수는 상민을 잠시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몸쪽 꽉 붙는 직구, 살짝 위협좀 주자'

'혹시라도 맞으면 아플텐데... 괜찮을까...?'

투수는 사인을 보더니 살짝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야구를 하는지라 투구에 맞느면 아픈것쯤은 알고있기에 그런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아냐, 괜찮아. 네 제구력은 내가 잘 안다. 그냥 평상시대로 던져'

포수는 그런 투수에게 괜찮을 거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투수도 조금은 풀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2루, 2루, 무조껀 2루 쪽으로!'

한편, 상민은 배트를 꽉 쥐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눈은 투수를 노려봤다.

투수는 그런 상민을 말없이 가만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천천히 왼다리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내 앞으로 쭉 뻗어지면서 팔이 휘둘러졌다.

슈욱-

그리고 손에서 떠나간 공. 공은 공기를 가르면서 쭉 날아가다가 포수가 요구한 곳으로 정확히 들어갔다.

"으헉!"

공이 들어가는 순간, 상민이 몸을 비틀면서 뒤로 돌렸다. 하지만 공은 상민의 근처를 지나서 포수가 요구한곳으로 잘만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에엑!?"

이이서 심판이 커다란 목소리로 콜을 외쳤다. 이에 상민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심판을 쳐다봤다.

"왜, 불만있나?"

"아뇨, 아뇨"

심판은 아니꼬운 표정으로 상민을 쳐다봤다. 상민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다시 투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을 머릿속에서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클로즈 스탠스로 바꾸고, 아무래도 포수는 그점을 봐서 치게 어려운 몸쪽 공을 준거 같은데,, 너무 붙인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는건...'

정리를 하던 도중, 상민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리고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날 위협했다 이거야...? 지금 날 위협했다 이거...?'

상민은 자신이 쫄았다는 결론에 화가 났는지 투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투수는 상민의 눈빛이 부담스러운지 살짝 난처한 표정을 하면서 포수만 애타게 쳐다봤다.

하지만 포수는 별로 당환한 기색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씨익 웃으면서 투수에게 아까랑 똑같은 사인을 보내왔다.

'화가 난 이상 배트는 자연스럽게 따라나온다. 자, 한번더 같은 구질, 같은 코스로!'

하지만 투수는 이번에도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번엔 난처함에 더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미 이렇게 화가 났는데...'

'아니, 괜찮아. 괜찮아. 날 믿어!'

투수가 망설여하자 포수는 투수에게 괜찮다고 기상천외한 손짓을 하면서 투수를 안심키려 노력했다.

'... 알겠어'

그러자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투수, 포수는 그제서야 안심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상민은 아까보다 배트를 더욱더 세게 쥐고는 이를 꽉 물었다. 그리고 눈으로는 투수를 강렬히 쳐다봤다.

평상시에 다른 사람에게 농락 당하거나 놀림을 받은적이 거의 없는 편이었던 그였다.

오히려 놀리고 농락을 하는 편이었다. 그런 그가 상대의 위협구에 완전히 쫄았으니, 농락당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머릿속에는 아까처럼 2루로 보낸다는 작전 따위는 이미 머릿속에서 잊은지 오래였다. 지금 그에게는 무조건 친다는 생각만 하고있었다.

'이번에 배트는 분명히 따라나온다. 그러면 우리는 가볍게 잡으면 끝. 알루미늄 배트라서 배트가 부러질 확률이 없는게 아쉽네'

포수는 화난 상민을 보면서 잠시 뒤를 예측했다. 그리고 다시 투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후우...'

투수는 포수가 시선을 돌리자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아까보다 제구에 더 신경을 쓰면서 똑같은 곳으로 공을 던졌다.

슈욱-

공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 포수의 예상대로 상민의 배트가 거칠게 튀어나왔다. 그리고 공이 거의다 온 순간

티잉-

희미한 소리가 들리면서 공이 앞으로, 아니 정확히는 1루측 바닥에 맞고는 크게 튀어올랐다.

"1루!"

포수는 공이 맞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1루수가 앞으로 달려나오기 시작했다.

그사이 상민은 배트를 거의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그리고 사냥하는 맹수처럼 미친듯이 1루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으익!"

상민이 1루에 거의다 왔을즈음, 1루수가 점프하면서 다시 떨어지는 타구를 글러브로 잡아냈다. 그리고 글러브에서 꺼낸 다음에 1루를 향해서 전력으로 던졌다.

터억-

하지만 먼저 1루 베이스를 밟은 상민의 발, 그리고 곧바로 공이 1루로 백업온 투수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세이프!"

"후아아..."

상민은 자신이 산걸 인지하자 그동안 참아왔던 숨을 터트리듯이 내뱉었다. 그리고 허리를 숙인채로 거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반면 포수는 살짝 갸웃거리면서 오묘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오케이, 작전 파악 완료'

하지만 그러면서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근데 여기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건... 많이 힘들겠는데...'

*

'음... 저 포수 장난 아닌데? 머리 굴러가는게 보통이 아니야'

한편, D.라이더즈의 덕아웃. 수혁은 상대편 포수를 말없이 주시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의 행동으로 보면서 그를 최대한 분석하고 있었다.

'저 포수, 상황판단 능력이 뛰어나. 그리고 상대의 작은 행동을 보고는 곧바로 무슨 작전인지 간파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마치 삼국지의 가후와 같은 느낌이랄까나...?'

수혁의 말대로 확실히 그 포수는 상환판단 능력이 뛰어났다. 매 타구마다 어느 수비수가 달려올지 순간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은 또 정확했다.

동네야구에서는 흔히 보이는 야수끼리의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었다. 훌륭한 대비책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뛰어난건 상대의 행동으로 의도를 간파하는 능력, 방금 상민의 타석에서만 봐도 클로즈 스탠스로 바꾸자 곧바로 몸쪽 위협구를 던져서 타자를 제압했다.

비록 그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실제로 한 타자만에 상대편의 작전을 파악할 정도로 상대를 잘 간파하고, 머리가 잘 굴러갔다.

그리고 지금 그걸 간파한 수혁, 그러면서 그의 미간이 좁혀졌다.

'하... 저쪽에 저런 브레인이 있으면 힘들어질텐데...'

그러면서 수혁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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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D.라이더즈 VS 레드 타이거즈(8)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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