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14화 (114/255)

우리 동네 야구팀-114화

그뒤로 D.라이더즈가 허무하게 연속 삼진을 당하면서 2회 초가 종료되었다.

그뒤로 경기는 별일없이 쭉 흘러서 3회말, 수혁이 마운드 위에서 캐치볼로 어깨를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지금까지 상대한 타자들을 기반으로 해서 타선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저쪽의 타선은 엄청나게 강하지는 않지만, 다들 어느정도는 하는것 같았어'

'그리고 투수가 제구력이 매우 좋고, 거기에다 단점일수 있는 새가슴을 잘 메꿔주고 리드해주는 포수까지. 팀의 짜임새가 매우 좋아'

생각을 정리한 수혁은 종빈이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그리고 종빈이 쪼그려 앉자 자신도 가볍게 투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아직까지 큰 점수는 나지 않고 있는것 같아. 조그만 틈, 그 조금만 틈만 보이면 충분할거 같은데...'

"야! 공!"

수혁이 잠시 생각을 하는 사이, 종빈이 다급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수혁이 고개를 들어서 확인해보니까 언제 던진건지 자신의 정면으로 향해 날아오는 공. 수혁은 재빠른 반사신경으로 공을 낚아채듯이 잡아냈다.

"후아..."

"야, 갑자기 왜그래?"

수혁이 간신히 잡아내자 종빈이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수혁은 괜찮다고 하면서 다시 종빈을 돌려보냈다.

"흐아... 집중하자, 집중!"

종빈이 돌아가자 수혁은 오른손에 주먹을 쥐고 글러브를 팡팡 쳐댔다. 그리고 다시 종빈이 돌아가자 다시 가볍게 던져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번정도 던지고 나자 타자가 준비를 다 끝마치고 타석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심판도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경기가 재개되었다.

'바깥쪽 커브'

종빈이 가랑이 사이에 손가락을 내밀면서 사인을 보냈다.

'오케이'

수혁은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인대로 그립을 고쳐잡고는 변화에 신경을 쓰면서 던졌다.

슈욱-

수혁의 손에서 떠난 공은 조금 붕 뜬듯한 느낌을 주면서 쭉 뻗어갔다. 그러다가 타자의 앞에서 휙 하고 떨어졌다.

"으앗!"

티잉-

타자는 갑자기 휘는 공에 당황하면서 나오던 배트의 궤적을 급하게 바꿨다. 그러면서 배트 끝부분에 맞은 공. 그리고 공중에 붕 뜬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타구는 우익수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위치를 천천히 잡기 시작하는 우익수 영훈, 그리고 위치가 잡힌듯 하자 가만히 서서 공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공이 떨어지는 순간, 글러브를 쫙 벌리면서 공을...

툭-

"어...?"

그대로 놓쳐버렸다.

"야!!!"

영훈이 공을 놓치자 곧바로 평상시처럼 성빈이 그대로 소리를 질러버렸다.

영훈은 그제서야 자신이 공을 놓쳤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허둥대면서 공을 집어서 던졌다.

그사이 주자는 2루까지 진루, 실책 하나로 주자가 득점권까지 진출했다.

"하아..."

수혁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자겍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실책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하는 수혁이었지만, 지금 이 경기는 매우 중요한 경기인지라 그도 모르는새에 자동적으로 한숨이 나오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영훈을 다독이기 시작했다. 영훈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더욱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후우... 정신 차리자. 이제 주자가 나갔다... 오늘 지면 끝이야... 끝이라고...'

수혁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기 시작했다.

지금 여기서 떨려서 실투라도 나온다면 그대로 점수를 내주는 꼴이 된다. 지금 상황에서 많이 줘봐야 2점이겠지만, 분위기가 넘어가버릴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야구는 분위기의 스포츠, 분위기가 한번 넘어가버리면 끝이 나버린다. 지금 수혁은 그걸 알기에 최대한 자신을 컨트롤 중이었다.

한편, 타석에는 9번타자가 오른쪽 타석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타자는 배트를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간결하게 휘둘러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혁이 고개를 들자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어, 저 타자는... 아까 그 포수아냐?'

수혁은 타자를 보더니 살짝 놀라면서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수비때는 마스크에 가려져서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뒤에 있는 전광판에 포수라고 나와있었다.

'아씨, 하필 이럴때 저녀석이냐...'

수혁은 숨을 길게 내쉬면서 타자를 노려봤다. 그리고 종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 낮은 직구로 간좀 보자'

종빈은 잠시 고민하다가 가까스로 결정하고는 사인을 내보냈다. 하지만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그에게 커브 사인을 내보냈다.

'음... 좋아. 그걸로 가보자'

종빈은 어차피 자신의 사인에 확신이 없었던지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트로 땅을 툭툭 치면서 최대한 낮게 던지라고 신호를 보냈다.

끄덕-

'오케, 일단 어떤 타자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커브 그립으로 바꿔쥐었다. 그다음 타자를 슬쩍 쳐다보고는 종빈이 요구한 곳으로, 최대한 변화에 신경쓰면서 던졌다.

슈욱-

공은 그대로 쭉 벋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자의 앞에서 평상시처럼 대각선으로 쭉 떨어졌다.

"읏!"

티잉- 철컹-

타자는 짧은 기합을 넣으면서 배트로 공을 커트해냈다. 그리고 공은 뒤로 쭉 날아가더니 뒤쪽 철조망에 부딪히면서 소리를 냈다.

'후우, 일단 커트 능력은 좋은거 같고'

수혁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로진백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오른속으로 주물럭 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선구안을 한번 살펴보자'

수혁은 그러면서 종빈이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그다음 로진백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자기가 직접 사인을 보냈다.

'투심, 바깥쪽 아슬한걸로'

'음... 오케이'

종빈은 수혁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깥쪽으로 미트를 내밀었다.

수혁은 종빈이 미트를 내민곳을 잠시 쳐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왼다리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슈욱-

공은 수혁의 손을 떠나서 쭉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거의 끝까지 쭉 뻗어가다가 막판에 타자의 몸쪽으로 공 한두개 정도의 폭으로 살짝 움직였다.

파앙-

공은 미트 안에 들어가면서 커다란 소리를 냈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심판의 콜, 약간 빠진 볼이었다.

"흐아... 이걸 골라내네..."

수혁은 놀라는 기색을 보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반면에 타자는 미소를 씨익 지으면서 잠시 타석 밖으로 발을 빼냈다.

'뭐... 제구는 좋은편 같은데, 이정도 제구면 내가 충분히 골라낼수 있을거 같은데?'

타자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채로 수혁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대로 한방 날리겠다는 각오로 배트를 휘둘렀다.

'게다가 커브랑 투심도 휘는 각이 좋은것 같고. 1회부터 본 바로는 기교파에 가까운것 같네.

그리고 지금은 카운트가 밀리지도 않으니까 아마 변화구로 한번더 들어올테고. 만약 직구가 온다면 커트해내면 문제없어'

한편, 타자가 잠시 타임을 외친사이, 수혁은 모자를 고쳐쓰면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흠... 이건 어쩔수없네. 내가 원래 이런 스타일은 아니지만... 직구로 한번 가볼까...?'

지금 수혁의 머릿속은 꽤나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원체 상대의 머리가 좋다보니까 무슨 생각인지, 그리고 어떤 공을 노리는지 쉽게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게다가 수준급의 커트능력과 선구안, 빠지면 걷어내고, 아슬한건 골라내니까 변화구로 살살 꼬드겨서 잡기는 어려웠다.

그렇다면 남은건 힘으로 제압하는 방법, 문제라면 수혁이 힘으로 제압하는 정통파 투수가 아닌, 제구력과 변화구로 승부하는 기교파 투수에 가까웠다는 점이었다.

'그래, 까짓거 한번 해보지 뭐. 아직 몸쪽도 안썻겠다'

결국 수혁이 선택한건 몸쪽 직구승부.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는 종빈에게 사인을 보냈다. 종빈도 그 사인이 괜찮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이 받아들여지자 수혁은 직구 그립을 쥐었다. 그리고 타자가 다시 들어오자 세게 던지는데 신경쓰면서 거의 전력으로 던졌다.

슈욱-

────────────────────────────────────

115화-D.라이더즈 VS 레드 타이거즈(9)2015.09.0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