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15화 (115/255)

우리 동네 야구팀-115화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난 공은 평상시보다 더욱더 빠르고 위력있게 뻗어갔다. 그리고 타자의 배트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자의 예상은 변화구, 그에 따라 스윙 궤적이 빗나갔다.

그러면서 급하게 커트해내려는 타자, 그 결과 공은 배트목에 빚맞고는 한번더 공중으로 붕 떠버렸다.

"으익!"

타자는 공이 잘못맞은 느낌이 손에 전해지자 최대한 끝까지 밀어버렸다. 그리고 팔이 다 뻗어진 순간 배트를 그대로 놓아버리고는 1루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사이 타구는 공중에 붕 떠서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야를 지나서 외야쪽으로 날아갔다.

'어, 이거 뭔가 불길한데...?'

수혁은 날아가는 타구를 보면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지금 타구의 위치는 유격수 호진과 중견수 운선의 사이, 멀리서 본다면 텍사스 안타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리고 주자도 그걸 눈치챘는지 지금 뒤늦게 3루로 달리는 중이었다.

"으아앗!"

그렇게 수혁이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와중, 운선이 몸을 던지면서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다.

촤아악-

하지만 그런 운선의 글러브를 비켜나가는 타구, 그리고 바닥에서 한번 크게 튀었다.

"흐앗!"

터업-

다행히 호진이 재빨리 타구를 캐치하면서 더이상의 진루는 막을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무사에 주자는 1, 3루. 상황은 더욱더 심각해져 버렸다.

"하..."

수혁은 한숨은 내쉬면서 주자들을 한번씩 쳐다봤다. 그러나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고는 다음 타자를 쳐다봤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지금 상황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 일단 지금 상황은 최악, 매우 최악이다. 그리고 지금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낼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병살, 무조건 병살이 나와야만 한다'

'하지만 상대쪽에서 스퀴즈가 나온다면 어쩔수 없고... 아씨, 그럼 그 상황에서 그 타자를 상대하기는 싫은데...'

수혁은 작게 욕을 내뱉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수만도, 이대로 포기할수만도 없는법, 수혁은 어떻게든 막는다는 마음을 굳게 먹고는 타자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만든 팀인데, 여기서 이렇게 무너질수는 없지... 막자. 힘들겠지만'

수혁은 의지가 가득한 눈을 한채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포수가 보내는 사인을 확인했다.

이번 사인은 몸쪽 직구, 수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최대한 힘을 주면서 전력으로 공을 던졌다.

슈욱-

수혁의 손에서 공이 떠나가는 순간, 타자의 배트가 간결한 스윙을 이루면서 재빠르게 나왔다. 그리고 배트에 맞는순간

타앙-

공이 탁한 소리를 내면서 유격수에게 머리높이 정도로 날아갔다.

공이 오자 호진이 앞으로 달려나왔다. 그리고 가볍게 글러브로 캐치했다. 그리고 혹시 주자들이 뛰지 않을까 눈빛으로 견제했다.

주자들은 둘다 실책을 대비해서 살짝 거리를 벌렸다가 호진이 공을 잡자 다시 베이스로 돌아왔다.

호진은 주자들이 확실히 뛸 의사가 없어보이자 글러브 안에 들어간 공을 꺼내고는 수혁에게 던져줬다.

"오케이, 이렇게 하나하나씩 잡아가자!"

그렇게 아웃이 나오자 종빈이 일어나서 모두를 격려했다. 그리고 아까보다는 한결 나아진 수혁의 표정, 하지만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자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하... 이건 진짜... 막막한데...'

수혁은 타자를 쳐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오른손은 글러브 안에서 공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어떤 공을 던져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수혁만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모를까, 지금 종빈도 어떤 공을 던져야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일단 상대의 커트능력은 매우 뛰어난거는 이미 전타석에서 직접 경험했다. 그렇다고 변화구만 썼다간 나중에 변화구에 눈이 익어서 더 위험해질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만루 작전으로 가기에는 다음 타자서부터 클린업, 진퇴양난이었다. 승부수를 무조건 둬야만 했고, 그럴수밖에 없었다.

"하..."

수혁은 막막한지 잠시 투구판에서 발을 떼어냈다. 그리고 모자를 잠시 벗은뒤 땀을 닦고서 다시 푹 눌러썼다.

'변화구로 팍팍 유도하자. 안되면 볼넷 주는게 차라리 나을거야'

수혁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타시 투구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타자를 쳐다봤다.

타자는 배트를 꽉 쥔채로 수혁을 열심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 아니 그 자체에서 어떻게든 주자를 불러들인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고 있었다.

'여기선 컨텍 위주의 스윙을 해서 병살을 당하느니, 크게크게 스윙하다 삼진을 당하는게 더 나아. 한방을 노린다!'

타자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욱 격렬히 수혁를 노려봤다.

수혁은 그런 타자를 감정의 동요없이, 그저 멍하니 쳐다보듯이 쳐다봤다. 그리고 종빈에게 사인을 보냈다.

'커브, 지금 느낌으로 봐선 분명히 헛스윙 뜬다'

'음... 오케이, 지금 상황을 봐도 그게 딱인듯'

종빈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미트를 조심스럽게 밑으로 내렸다.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왼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최대한 변화에 신경을 쓰면서 미트를 향해 공을 던졌다.

슈욱-

공은 살짝 붕 뜬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타자는 거칠게, 그리고 빠르게 배트를 내밀었다.

'어...?'

하지만 배트의 위치는 공의 위치와 한참이나 거리차이가 나고 있었다. 너무 한방을 노린 나머지, 극단적이 어퍼스윙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타자는 뒤늦게 배트를 올려보려고 했으나 이미 늦은상황, 그러면서 배트는 원래 궤적 그대로 나아갔다.

하지만 수혁이 선택한 구질은 커브, 그리고 타자의 배트가 어느정도 나왔을때, 수혁의 공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까앙-

그러면서 맑은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공은 공중에 붕 뜬채로 순식간에 내야를 거쳐서, 외야로 날아갔다.

"어, 어...?"

'서, 설마...'

수혁은 눈이 갑자기 커지더니 고개를 돌려서 뒤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건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 단지 중견수 운선만이 타구를 잡아보려고 죽어라 뛰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외야수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타구가 매우 멀리 뻗어가고 있었고, 그 모습이 모두에게 홈런이라는 예상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그리고 타자도 설마 홈런인가 하면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시선은 타구를 따라가면서 몸은 1루로 천천히 뛰고 있었다.

타앙-

하지만 모두의 예상은 타구가 펜스 상단을 맞으면서 그대로 빚나가버렸다. 그러면서 여유롭게 뛰던 타자와 주자들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운선은 펜스 앞에서 튕겨져나온 공을 받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중계플레이를 나온 호진에게 공을 보냈다. 호진은 공을 잡고는 2루에 들어가있는 성빈에게 곧바로 공을 던졌다.

촤아악-

"세이프!"

그러는 사이에 두명의 주자는 이미 득점 완료, 그러면서 이제 스코어는 1대 2.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레드 타이거즈가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었다.

"오케이, 나이스샷!"

"역전이닷!"

"이대로 발라버리자!"

역시 역전을 해서 그런건지 레드 타이거즈의 덕아웃은 분위기가 순식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반면에 마운드 위에 서있는 수혁은 떨리는 숨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지난번 경기처럼 다시 온몸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아니, 난 분염히 배트가 막 나올거라는걸 알고 커브를 집어넣었고 잘 떨어졌어. 근데... 근데 왜...?'

수혁은 잘 이해가 안간다는듯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떻게든 잡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담아서, 상대를 분석해서, 공에 최대한 변화를 주면서 전력을 다해 던졌는데 그대로 맞아버렸다.

그러면서 수혁의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타자를

퍽-

"으악!"

데드볼을 내주면서 또다시 아까 전과 같은 상태가 만들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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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D.라이더즈 VS 레드 타이거즈(10)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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