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16화
"허억... 허억..."
지금 수혁은 타자에게 데드볼을 내주고서 매우 거친숨을 내쉬고 있었다.
자신이 무너지면 모든게 끝이라는 부담감 떄문인지, 아니면 지난경기의 악몽이 떠올라서 인지는 몰라도 그는 아직 많은 공을 던진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우 지친사람처럼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정신차려, 여기서 무너질수는 없어.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된다고...'
속으로 아무리 외쳐봤지만 그래도 몸의 상태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속으로 외친말 때문인지 더더욱 상태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제발... 제발... 제발 좀! 정신차려!'
*
한편 D.라이더즈의 덕아웃, 혼자 남아있는 용식이 살짝 굳은 표정으로 마운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마운드에는 수혁이 허리를 숙인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완전히 무너졌다는 증거였다.
누가 봐도 감독이 올라가봐야 되는 상황,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올라가야되나 말아야되나 갈팔질팡,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지금 내가 올라가야될 타이밍은 확실해. 문제는 수혁이를 바꿀건지 말건진데...'
용식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 우익수 자리, 그러니까 영훈을 쳐다봤다.
'하지만 아직 영훈이는 미완성 상태, 비록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아직 제구, 구속 둘다 조금 부족하고 무엇보다 영훈이에게 지금 이런 상황은 너무 커다란 부담이야. 도박처럼 확률이 매우 낮아. 어떡하지....'
용식은 눈을 지그시 감고는 코로 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타임을 외치고는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마운드 위로 올라가자 거칠게, 그리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수혁이 보였다.
"야... 괜찮냐?"
용식은 약간 걱정되는 표정으로 수혁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수혁은 여전히 거친 숨만 몰아쉴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런 수혁의 모습을 보는 용식, 그리고 지난번 경기가 떠올랐다.
'지난번 경기... 그리고 팀 사정...'
그 생각이 들자 그는 수혁의 입장이 어떨지 조금 예상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 마음만 같아서는 내려가고 싶지만, 팀 사정상 자신이 마운드 위에 설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니까 하기 싫은데 팀의 사정 때문에 어쩔수없이 자신이 해야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용식의 마음속에서 뭔가 뜨거운게 올라오는것 같았다. 그리고 수혁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수혁아"
용식은 나지막히 수혁을 불렀다. 그러자 수혁이 간신히 고개를 들어서 그를 쳐다봤다.
"난 지금 너에게 딱 두가지만 요구할게"
"네...?"
감독의 갑작스런 요구에 수혁의 뭔가 하면서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우선 첫번째, 주자는 신경쓰지 말것. 둘다 들어와도 3점차야. 그리고 그정도면 나도 어떻게든 해볼수가 있어"
"네...? 저기 배터리가 만만치 않은..."
"듣기나해"
용식은 수혁의 말을 잘라버리고는 하던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두번째, 네 뒤에 서있는 야수들과 앞에 앉아있는 종빈이를 믿어. 그리고 이번 이닝까지는 사인은 무조건 종빈이가 던지는대로 가는거야"
용식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수혁을 쳐다봤다. 수혁은 어느새 거친 숨이 어느정도 멎은건지 허리를 편채로 그를 보고 있었다.
용식은 그제서야 안심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렸다. 그리고 수혁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괜히 지난번 경기 떠올려서 쫄지 말고, 아까 보니까 저쪽에서 9번이랑 2번을 제외하면 네가 충분히 다룰수 있을거야. 그럼, 난 슬슬 내려간다"
그러고 용식은 천천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자 종빈도 말없이 잠시 수혁을 쳐다보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모두들 돌아가자 수혁은 바닥에 있던 로진백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주무르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애들을 믿자, 애들을 믿자, 애들을 믿자...'
수혁은 속으로 그 한마디만 중얼거리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서 종빈을 쳐다봤다.
'직구, 어차피 지금 너 별로 여유도 없잖아'
'오케이'
수혁은 아무말없이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왼다리를 천천히 올렸다가 앞으로 쭉 뻗었다.
슈욱-
방금과 달리 수혁의 팔은 망설임없이 앞으로 쭉 뻗어졌다. 그리고 손에서 떠난 공은 앞으로 쭉 뻗어갔다.
'초구를 노린다!'
타자는 아직도 수혁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건지 자신있게 배트를 내밀었다.
하지만 타자의 예상보다 공이 빨리 오면서 배트가 미처 다 나오기도 전에 공이 맞아버렸다.
타앙-
그러면서 공은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2루수 성빈에게 빠르게 굴러갔다.
성빈은 가볍게 타구를 잡아낸 다음에 2루에 먼저 던졌다. 그리고 그 공은 유격수 호진이 받으면서 가뿐하게 원아웃을 만들었다.
이어서 1루에 송구, 산욱이 안전하게 잡아냈지만 발이 빠른 타자였던건지 간발의 차로 1루 베이스를 먼저 밟고 지나갔다.
"세이프!"
심판이 우렁차게 외쳤다. 그러자 성빈이 아깝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주먹으로 글러브를 팡팡 쳐댔다.
그리고 아쉬운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 특히 수혁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가장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지금 모자를 벗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 이닝 한번 끝내기 더럽게 힘드네...'
하지만 이내 다시 모자를 쓰고는 다시 앞을 쳐다봤다. 그러자 타석에 4번타자가 들어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종빈은 그런 타자를 슬쩍 쳐다봤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서 수혁에게 사인을 보냈다.
'몸쪽 직구'
끄덕-
수혁읜 용식의 지시대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텀을 두었다가 제구에 신경을 써서 공을 던졌다.
슈욱-
수혁의 손에서 떠난 공은 빠르게 뻗어가기 시작했다. 이번 타자도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건지 초구부터 자신있게 배트를 내밀었다.
티잉-
하지만 희미한 소리가 들리면서 붕 떠오르는 타구, 그러면서 아주 조금 앞으로 이동했다.
"마이볼!"
종빈은 마스크를 벗고서 타구를 쫒아갔다. 그리고 몇걸음 안가서 발검음을 멈추고는 안전하게 공을 잡아냈다.
"아웃!"
그러면서 3회말이 힘겹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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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D.라이더즈 VS 레드 타이거즈(11)201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