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18화
슈욱-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그대로 쭉 뻗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포수가 요구한 곳으로 정확히 들어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심판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시원하게 스트라이크를 외쳤다. 성빈은 공이 몸쪽으로 붙을줄 알았는지 이미 몸이 뒤로 빠진 상태였다.
'제구 하나는 좋네...'
성빈은 투수를 보면서 속으로 감탄했다. 그러나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되는 경기, 그는 잠시 타석 밖으로 빠졌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면서 다시 다짐을 한 다음 다시 타석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난 오늘 무조건 이겨야돼, 쳐야돼, 어려워도...'
성빈은 타석 안으로 들어와서 쳐야된다는 생각만 반복해서 되뇌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참을 되뇌이던 도중, 어느새 사인을 받은건지 투수가 두번째 공을 던졌다.
'오늘은 무조건...'
투수에게 집중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빈은 놀라지 않으면서 반사적으로 배트가 나갔다. 그리고 공의 궤적과 정확하게 들어맞으면서
까앙-
하고 맑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서 타구는 야수의 허리높이 정도로 총알같이 빠르게 날아갔다. 그러다가 내야 흙바닥을 한번 튀기고는 1-2루수 사이를 뚫고 가버렸다.
"아자!"
"나이스샷!"
"깔끔하다!"
"이번 이닝 분위기 좋고!"
성빈은 1루 베이스를 밟고는 양 주먹을 꽉 쥐면서 포효했다. 그러자 덕아웃도 덩달아서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웅철이 보호장비를 받으려고 덕아웃을 나와서 1루쪽으로 걸어나갔다.
"여, 너 이렇게 보니까 뭔가 살짝 있어보인단 말야"
"뭔소리야, 나 원래 이런놈이었다고"
둘은 가볍게 잡담을 떨면서 성빈이 보호장비를 벗어서 건네줬다. 웅철은 그걸 받고는 다시 덕아웃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그뒤로 종빈의 타석에서 행운의 안타가 나오고 상민의 희생번트로 2사에 주자는 2, 3루 상태가 되어버렸다.
"허억... 허억..."
투수는 갑자기 연속안타를 맞고, 득점권에 모이자 당황한건지 떨리는 호흡으로 연신 거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러자 포수가 잠시 타임을 외치고는 마운드 위로 달려갔다. 그리고 올라가고서 투수에게 뭐라 말하기 시작했다.
"야, 왜 또 쫄고그래. 네 제구면 충분히 구워삶을수 있다니까"
"진짜? 아닌거 같은데?"
투수는 포수의 말에 살짝 의심을 보이면서 숨을 길게 내뱉었다. 하지만 포수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서 자신이 할말을 말했다.
"적어도 이번에 나오는 타자는 네가 한가운데에 찔러넣어도 충분히 잡을수 있어. 그러니까 나만 믿고 따라와"
"뭐, 내가 언제 안따라간적이 있었냐. 알겠어"
포수가 웃어보이자 투수도 씨익 웃어보였다. 그리고 포수는 투수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포수는 돌아가서 다시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한가운데로 미트를 내밀었다.
'뭐야? 말만 그런거 아니었어...?'
투수는 살짝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포수를 쳐다봤다. 하지만 일단 포수를 믿어보기로 생각한 다음에 심호흡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그리고 마음이 안정되자 한가운데만 쳐다보면서 전력으로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공은 처음부터 빠르게 쭉 뻗어나가더니 아무런 변화도 없이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뭐, 뭐야...?"
영훈은 멍하니 미트가 있는 곳만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자신이 기회를 놓친걸 뒤늦게 깨닫고는 화난 표정으로 투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포수는 그런 영훈을 말없이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넌 앞에 두 녀석이랑은 달라. 기본기가 덜되있어. 네가 의지만으로 칠수 있는 공이 아냐'
하지만 포수가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영훈은 투수에게 시선을 집중한채로 열심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부웅- 부웅-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연속으로 헛스윙만 나오면서 그대로 이닝이 끝나버렸다.
*
그뒤로 경기는 흘러서 5회초 D.라이더즈의 공격. 타석에는 선두타자 수혁이 서있었다.
그리고 D.라이더즈 덕아웃. 용식이 살짝 긴장한건지 표정이 조금 굳어있었다.
'수혁이 이녀석이 잘 할수 있을까...'
뭔가 작전이라도 지시한건지 용식은 수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상대 타선의 핵심은 9번과 2번, 9번은 테이블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2번은 전형적인 4번타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게다가 수혁이가 좀전에 당한것도 있다보니까 여기서 최소한 동점은 만들고 가야되는데, 문제는 저쪽 투수의 제구가 너무 좋다는거지...'
그러면서 용식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벤치에 털썩 앉았다. 하지만 수혁에게 향한 시선은 여전히 떨이짖 않고 있었다.
한편, 타석. 수혁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지 타석에서 한반을 뺴놓은채로 바닥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다 끝난건지 나머지 한발도 타석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자세를 잡고 투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잠시뒤, 투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의 틈도없이 곧바로 초구를 던졌다. 그리고 그 공은 미트 안으로 깔끔하게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심판이 크게 외치면서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수혁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배트를 간결하게 휘둘어봤다.
'감이 온다. 뭔가 또 작전이 있는거 같은데?'
포수는 뭔가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수혁을 쳐다봤다. 그리고 가랑이 사이로 슬라이더 사인을 내보냈다.
'슬라이더...? 오케이'
투수는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리를 앞으로 쭉 뻗으면서 팔을 휘두르는 순간
스윽-
수혁의 상체가 숙여지면서 이내 배트가 존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공은 슬라이더, 수혁의 바깥쪽으로 휘면서 배트를 비켜가나 싶었다.
"으읏-차!"
하지만 수혁은 포기하지 않고 신음소리까지 내면서 배트를 최대한 쭉 내밀었다. 그 겨로가, 배트끝에 공이 닿을수가 있었다. 그러자 수혁은 최대한 힘을 주면서 그 상태에서 배트를 되는데까지 왼쪽으로 돌렸다.
티잉-
그러면서 그라운드를 천천히 구르기 시작하는 타구, 파울라인을 따라서 그대로 천천히 굴러갔다.
수혁은 타구가 맞는걸 확인하고는 타구의 위치도 확인하지 않은채 1루를 향해서 전력으로 질주했다. 그리고 수혁이 1루 베이스를 밟자 곧이어 뒤늦은 송구가 1루수의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세이프!"
심판이 크게 소리치면서 양팔을 좌우로 쫙 벌렸다. 그러자 수혁은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
"흐아... 살았다"
수혁은 작게 중얼거리면서 1루로 돌아왔다. 그리고 막 나온 웅철에게 보호장비를 건네줬다. 그다음 1루 베이스에 조금 떨어진채로 다리를 살짝 벌리고서 허리를 약간 숙였다.
지금 수혁의 머릿속에는 이번에 어떻게든 점수를 낸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건 D.라이더즈였기 때문이었다.
지고있는 팀에서 계속 무기력하게 끌려가다가는 전혀 답이 없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계속 투수를 흔들려고 해야지 답이라도 나올수가 있었다.
'감독님 말씀대로 투수를 흔들어야 한다'
수혁은 속으로 그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베이스랑 거리를 벌렸다 줄였다 하면서 투수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효과가 있었을까, 투수가 수혁을 자꾸만 힐끔힐끔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중이 흐트러지면 공의 질도 확실히 떨어지는법. 결국
파앙-
"볼, 볼넷!"
운선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주자는 1, 2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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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D.라이더즈 VS 레드 타이거즈(13)201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