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23화
그뒤로 경기는 팽팽하고 긴장감있게 흘러갔다. 수혁이 마운드에 올라가면 레드 타이거즈의 타자들이 끈질기게 늘어졌지만, 그떄마나 수혁은 절묘한 볼배합으로 거의 땅볼을 유도해냈다.
반면에, 레드 타이거즈는 그뒤로 투수가 바뀌었다. 그리고 주자를 출루시키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면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9회초까지 끝나고 9회말, 마운드에는 수혁이 오늘 경기를 마무라하기 위해서 올라와 있었다.
'흠... 제발 버텨줘야 되는데...'
용식은 수혁을 살짝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무리 수혁의 체력이 좋아도 지금은 9회, 그리고 지금까지 던진 투구수만 해도 이미 110개에 근접해있었다.
보통 선발 투수의 한계 투구수를 100개로 놓기 때문에 이미 그 수치를 초과한 상태였다.
'저쪽 타자들의 수준을 보면 영훈이는 아직 멀었어. 수혁이가 아니면 막아줄 사람이 없다'
현재 그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단지 수혁이 잘 막아주고 오늘 경기를 이기기를 바랄수밖에 없었다.
"후우...."
마운드 위에 있는 수혁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어꺠를 살짝 움직이면서 현재 자신의 상태를 체크했다.
'아직까지는 던질수 있다'
수혁의 몸은 확실히 지쳐있었다. 1회부터 8회까지 마운드 위에서 던진다는것, 그것도 뒤로 도망갈 길도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이정도로 투구하는건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했다.
게다가 타격까지 참여했으니까, 지금 수혁의 상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피곤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수혁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팔도 쌩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단순히 무조건 이기겠다는 의지만으로 되는건 아니었다. 수혁의 최대 장점, 지구력, 정신력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그래, 저녀석 체력 하는 장난 아니었지. 그래, 믿자'
용식은 수혁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도 긴장되는건 여전한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혁아...'
한편, 홈에 서있는 종빈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수혁을 쳐다봤다.
지금 그도 용식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자신이 잘 리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혼자 고생하게 놔두지는 않을게. 걱정마'
종빈은 혼자 다짐을 하면서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타석으로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다행히 타선은 이제 하위타선, 충분히 잡을수 있다'
종빈은 굳은 표정으로 어떤 사인을 낼까 생각했다. 잠시뒤, 결정을 한건지 바깥쪽 낮게 미트를 내밀었다.
'일단 아래쪽 커브, 배트를 끌어내자'
끄덕-
수혁은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타자를 쳐다봤다.
'현재 내 몸은 피곤한 상태, 당연히 공의 힘이 떨어졌을거야. 그렇다면 이제는 구질, 궤적, 타이밍으로 승부를 걸어야 된다'
지금 수혁은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결책도 잘 찾았다.
하지만 언제나 최선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법. 타이밍을 두고서 던진 초구가
티잉-
"으앗!"
2루수 성빈의 키를 살짝 넘어가면서 선두타자가 1루에 출루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후우... 괜찮아, 괜찮아"
현재 지친상태, 거기에 선투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으면 분명히 화가 날법도 했다. 하지만 수혁은 그저 한숨만 내쉴뿐, 미안해하는 성빈을 오히려 달래고 있었다.
비록 선두타자가 나갔지만, 이제 하위타선이었다. 그리고 병살로 충분히 처리할수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마지막이다. 여기서 흥분해서 무너지면 모든게 끝장이었다.
지금 이런 요소들이 수혁을 오히려 침착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후아... 자, 병살로 막아내면 되는거야...'
한편, 종빈은 자리에서 일어난채로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자신이 수혁을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지금 그 표정을 보면 오히려 자신이 수혁에게 방해가 될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야, 안돼, 임종빈. 정신차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면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쪼그려 앉아서 다음 타자를 살펴봤다.
'7번... 오늘 딱히 특출난 기록은 없었어. 여기서 병살로 잡고, 8번을 자븐넥 자아 좋은 시나리오야. 9번부터는 오늘 감이 좋아'
종빈은 타자를 쳐다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사인을 생각하고서 미트를 내밀었다.
'일단 몸쪽에 붙여'
종빈은 미트를 내밀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수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타자가 쉴틈도 없이 곧바로 공을 뿌렸다.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난 공은 곧게 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종빈의 미트 안으로 박히면서 찰진 소리를 냈다.
파앙-
"스트라이크!"
심판이 제스처를 취하면서 우렁차게 외쳤다. 그리고 타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수혁을 쳐다봤다.
'뭐, 뭐야? 느낌이 지난번 타석이랑 별 차이가 없는데?'
타자는 뭔가 하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하지만 다시 배트를 꽉 쥐고는 수혁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미 힘은 떨어졌어, 분명히 타이밍은 온다!'
수혁은 그런 타자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러면서 미소를 살짝 지었다.
'흠... 적어도 한명쯤은 그렇게 나올줄 알았어'
확실히 지금 수혁은 힘이 떨어진 상태, 타자는 지금 수혁의 힘없는 공, 혹은 실투를 노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상대할떄 상대방의 헛점을 파고드는건 당연한 현상, 그래서 모두들 자신의 헛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허점을 보인 상대가 그걸 역이용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수혁은 보통 상식과는 정반대로 생각하면서 종빈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그립을 바꿔쥐고는 잠시 텀을 두었다가 공을 던졌다.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나간 공은 아직까지는 힘있게 뻗어나갔다. 그리고 타자의 배트도 같이 뻗어나왔다. 그러다가 거의다 왔을즈음, 공이 타자의 몸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결과
티잉-
"아웃!"
슈욱- 퍼엉-
"아웃!
깔끔한 6-4-3 병살타, 수혁의 허를 찌르는 수가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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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화-D.라이더즈 VS 레드 타이거즈(18)201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