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24화
수혁의 허를 찌르는 한수로 병살처리를 한 다음, 타석에는 8번타자가 들어왔다.
타자는 우타자 타석에 들어와서 수혁을 잠시동안 지그시 쳐다봤다. 그러다가 배트를 몇번 돌려보고는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음... 침착하네, 그럼 잠시 쉴겸 타이밍을 좀 흐트려볼까...?'
종빈은 타자를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수혁을 쳐다봤다. 그리고 곧바로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 직구'
'오케이'
수혁은 사인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투구판을 제대로 밟고는 잠시 로진백을 주워서 손에 묻혔다.
하지만 곧바로 던지지 않고 모자챙을 고쳐쓰고, 글러브 안에서 공을 돌리는 등, 자꾸만 다른 행동을 하면서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이봐! 얼른 안던져?"
그러다가 결국 기다리던 심판이 크게 소리쳤다. 수혁은 그제서야 종빈의 사인대로 그립을 잡고는 미트를 향해서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일단 초구는 종빈의 요구대로 들어간 스트라이크, 타자는 칠 생각이 없었는지 가만히 서있었다. 침착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있었다.
'바깥쪽 커브'
종빈은 침착하게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수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립을 고쳐쥐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왼다리를 올렸다가 앞으로 쭉 뻗었다.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나간 공은 앞으로 뻗어나갔다. 하지만 뭔가 밋밋해 보이는 공, 그리고 수혁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으아... 순간적으로...'
수혁은 망했다고 생각하면서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공도 계속 힘없이 밋밋하게 날아갔다.
'으헉! 망했다!'
종빈은 공이 오는걸 보고는 입을 떡 벌리면서 놀라버렸다. 하지만 이내 천천히 잘만 날아오는공, 그리고 이내 자시닝 요구한 반대쪽으로 공이 들어갔다.
퍼엉-
종빈은 재빠르게 미트의 위치를 옮겨서 안전하게 잘 잡아냈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타자를 쳐다봤다.
'뭐지?'
타자는 아무련 표정 변화도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아예 처음부터 칠 생각이 없었던건지 배트가 움직일 기미조차도 없었다.
'무슨 속셈이지...?'
그렇게 되자 종빈은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타자를 쳐다봤다.
지금 이렇게까지 배트가 나오지 않는거라면, 뭔가 확실히 노리는게 있는것 같았다. 문제라면 타자가 도대체 뭘 노리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전에 수혁은 지금 이미 던질대로 던져서 지쳐있었다.
그런 투수에게는 보통 실투를 노리는게 보통의 경우였다. 하지만 지금 타자는 평온한 표정으로 수혁을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썅... 뭘 노리는지 모르겠으니까 사인 내밀기도 어려워 죽겠네...'
종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수혁을 쳐다봤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미트만 만지작 거렸다.
지금 수혁의 상태는 완전히 지쳤다고 해도 무방한 상태, 그래서 공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고, 소중했다.
어떻게든 질질 끌지 않고 일찍 끝내는게 수혁에게는 더 이득일테니까.
그리고 이젠 초반과는 다르게 힘으로 밀어붙일수도 없었다.
원래 수혁의 구속이 빠른편은 아니지만, 하위타선 정도는 셋포지션을 하고 빠른 타이밍으로 던지면 하위타선 정도는 구위로 누를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마저도 안되는 상황이다. 한가지 방법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포기하고 막 할수는 없는법, 종빈이 다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려는 순간
'직구, 바깥쪽으로 가자'
수혁이 진지한 눈빛으로 허리를 반쯤 숙이고 어깨에 손가락을 대면서 종빈에게 사인을 보냈다.
'야... 괜찮겠어...?'
종빈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수혁을 쳐다봤다. 수혁은 그런 종빈이게 살짝 웃어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인마. 앞으로도 너네랑 야구해야지'
수혁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숙였던 허리를 다시 펴고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동안 타자를 쳐다봤다.
타자는 여전히 평온 표정으로 수혁을 쳐다봤다. 하지만 수혁은 되려 미소를 씨익 지었다.
'지금 딱 보니까 내 제구가 풀렸을 거라고 생각하나본데...'
수혁의 다리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 쭉 벋어졌다.
'나 아직 제구 안풀렸거든!'
그다음 팔이 재빠르게 휘둘러지면서 손가락 끝으로 공끝을 힘껏 챘다.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난 공은 그대로 쭉 뻗으면서 빠르게 날아갔다. 그리고 수혁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올라갔다.
부웅-
그리고 이번엔 타자의 배트도 바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이 거의다 왔을즈음, 종빈의 눈에는 궤적이 빗나간게 확실히 보였다.
'이, 이겼다!'
종빈은 속으로, 아니, 본능적으로 외치면서 잠시동안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그리고 그 잠깐 사이에
슈웅-
공이 종빈의 오른쪽 귀 바로 옆을 지나치면서 뒤로 빠져버렸다.
"뛰어! 뛰어!"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 그러자 거의 희비가 엇갈리려던 양쪽 벤치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아..."
용식은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작게 탄식했다. 그리고 이어진 한숨에서 아까움과 수혁에 대한 걱정이 묻어나왔다.
"야, 뛰어!"
"뛰어!"
"낫아웃! 낫아웃!"
반면, 레드 타이거즈의 덕아웃은 모두 제각기의 소리를 내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타자는 그런 동료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배트를 던져버리고는 1루만 쳐다본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중간에 헬멧이 벗겨졌지만, 신경쓰지 않고서 죽어라 달리기 시작했다.
다다다다-
"세이프!"
그리고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가자
슈욱- 파앙-
뒤늦게 종빈이 송구한 공이 1루에 도착했다.
"아..."
타자가 1루에 안착하는 모습을 본 종빈은 멍한 표정으로 1루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이내 울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거기서 바보같이 다른 생각을 해서...'
종빈은 속으로 스스로를 탓하고,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의 오른손은 더욱더 세게 주먹을 쥐었다.
여차하면 자신을 한대 치기라도 할 기세, 종빈은 떨리는 숨소리를 내면서 마스크를 천천히 벗었다.
"내가... 내가..."
하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자책, 그러면서 이를 꽉 물고는 떨어질것 같은 눈물을 최대한 참아냈다.
"하아...:
잠시뒤, 참아낸건지 종빈이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료들, 특히 수혁에게 미안한 감정 때문인지 아직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안되겠다'
결국 보다못한 수혁이 잠시 타임을 외쳤다. 그리고 마운드를 내려와서 종빈에게 걸어갔다.
수혁은 종빈에게 가자마자 종빈의 어꺠에 자신의 오른손을 올렸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종빈의 눈을 쳐다봤다.
"종빈아"
"...미안 나 때문..."
"아니, 그말 하려는게 아니고"
수혁은 종빈이 하던 말을 끈고는 잠시 텀을 두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얼굴 당당히 들어. 실책은 어디서나 일어날수 있어. 그리고 우린 동네야구, 호진이를 제외하면 누구나 하루에 한번쯤은 실수하잖아? 안그래?"
"...그래"
"그러니까 얼굴 들어. 네가 고개 숙이면, 우리는 게임이 진행될수도 없고, 질수밖에 없어"
"..."
"야구는 투수의 손에서 시작하지만, 투수를 시작하게 하는건 포수야. 명심해"
수혁은 그 마지막 한마디를 하고는 다시 마운드 위로 돌아갔다. 그리고 종빈도 잠시 멍하니 수혁을 쳐다보다가 다시 굳게 각오하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투수를 시작하게 하는건 포수... 고개 숙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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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곰자리님이 보내주신 특별편2015.09.28.
이 이야기는, 따로 네이버에 장편으로 연재하려고 했었던 소설입니다. 그 소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하는데... 구상중에만 있었던 작품이라 미숙한 부분이 많을겁니다. 단편화도 되서.. 어어.. 더이상.. 긴말 않고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단편소설 Made By 큰곰자리. [ yt 에게 보내는 추석 특별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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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게 울리는 자명종 소리가 혜린이의 귀에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듣고 혜린은 침대에서 일어나 곧바로 창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혜린은 창문에 가까워지자 창문을 열어보았고 창문으로는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만이 혜린이를 반겨줄 뿐이었다. 혜린이는 잠시 속으로 어릴 때의 일을 떠올렸다.
...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변사람들은 혜린이를 이렇게 불렀었다.
'괴물.. 불쾌한 아이.. 저주받은 아이..'
그리고.. 부모님마저 아이를 버리고 떠나자 주변사람들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에서 혜린이를 이렇게 불렀었다.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아이..'
그 뒤로 한동안의 기억은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혜린이가 이런 소리를 듣고 자라게 된 데에는 한가지 이유가 있었다.
'미래가 보인다.. 그리고, 혜린이의 눈에 보인 미래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혜린이가 제일 처음, '광장에서 불이 날 거에요!..' 라고 말했을 때에는 마을 주민들과 헤린이의 친구들은 혜린이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크게 웃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뒤에는, 그들은 더이상 혜린이에게 아무런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그 뒤로도, '큰 비가 내려 마을이 물에 잠길 거에요!..' '도서관의 책이 불타서 대부분 사라질거에요!..' '귤 3개를 도둑맞으실 거에요!..' 등 여러가지.. 사소한 일부터 중요한 일까지, 혜린이가 말한 그대로 모두 일어났다. 마을 사람들은 그때부터 혜린이를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저주받은 아이'
하지만, 부모님은 혜린이를 비꼬는 이야기에 크게 아랑곳하지 않고 최대한 아이를 감싸줬다. 하지만.. 그것조차.. 쉽게 되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몇달이 지났을까.. 그날은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혜린이의 엄마는 배를 타고 나간 혜린이의 아빠 생각에 근심이 쌓여 있었고 그녀는 높은 파도가 일링이는 바다만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뒤에서 혜린이의 눈물섞인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엄마.. 아.. 아빠가.."
혜린이의 엄마는 혜린이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혜린이를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기어이 일이 발생했다. 혜린이는 평소와 같이 집을 나와 천천히 길을 걷고 있었고 우연히 마을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혜린이의 귀에 들려왔다.
"그게.. 어제, 조업나간 배 알지?.. 그 저주받은 얘 아빠가 탄 배 말이야.."
혜린이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어렴풋이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어제..'
혜린이는 속으로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집에는 혼자서 울고있는 엄마를 볼수 있었다. 혜린이는 천천히 엄마 앞으로 다가갔고 엄마는 혜린이에게 외쳤다.
"다가오지마.. 너.. 너떄문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짐을 싼 뒤에 집을 나갈 생각을 한듯 행동이 분주했고 혜린이는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몰랐다. 그저 멍하게 앉아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때 혜린이에게 멀지 않은 미래가 보였다.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거야..'
혜린이가 그 미래를 보고 난 후에는 엄마는 짐을 다 싼듯 현관으로 향했고 혜린이는 그것을 보고 현관으로 달려가 말했다.
"엄마!.. 나가지마!.. 다시, 안돌어올거잖아!.. 나.. 나는.. 어떻게해.. 갈려면.. 나도 갈거야!.."
그 말을 들은 혜린이의 엄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혜린이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혜린이의 눈에는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정도로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고 그녀는 혜린이에게 말했다.
"비켜.. 이젠.. 너와 있는 것도 이제는 지긋지긋해.."
혜린이의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혜린이를 가볍게 밀쳐내며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였다. 문 밖으로 들어오는 달빛은 혼자남은 혜린이를 비춰주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혜린이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엄마에게로 달려가며 말했다.
"내가.. 앞으로 뭐든지 다할게요!.. 청소도 세탁도!.. 앞으로 이상한 소리도 안할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가지마요!.."
혜린이는 그 말이 끝날 즈음 엄마의 손을 잡고 있었고 어느새 혜린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혜린이의 발은 상처투성이로 되어 피가 살짝 흐르고 있었고 그녀는 그 발을 보고도 혜린이가 잡은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너 같은건.. 낳는게 아니었어.. 저주받은 아이.. 괴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어디론가 갔다. 혜린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그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었고 언제였을까 혜린이의 눈앞은 점차 어두워졌다. 혜린이의 눈앞이 다시 밝아졌을 때에는 혜린이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었다.발에 감겨있는 붕대로 보아하면 누군가가 옮겨서 치료해줬다는 것은 혜린이도 알수 있었다. 그리고...
...
헤린이는 어릴적의 일을 떠올리는 것을 그만두고 창문을 닫은 후, 1층의 거실로 내려왔다. 혼자서 살기에는 넓은 거실이었고 거실의 가운데에는 먼지가 끼여있는 가족사진 한장이 끼여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본 혜린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다시는 안돌아 올려나? 미래가.. 보였으니.. 돌아오진 않겠지..'
그렇게 상상하며 어릴적의 일을 또다시 상상해보았다.
'"너 같은건.. 낳는게 아니었어.. 저주받은 아이.. 괴물.."'
혜린이가 그 상상을 깨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손에 그 사진을 들고 탁자에 앉아있었고 혜린이는 가족사진을 원래자리에 둔 후에 부엌으로 향하였다. 혜린이가 부억에 도착했을 때 혜린이는 아침식사를 차리면서 또다시 어릴적 일을 떠올려보았다.
...
혜린이의 목소리가 아무도 없는, 혜린이 혼자만 있는 곳에 울려퍼져온다.
"아얏!.."
그 목소리는 부엌에서 혼자 요리중이던 혜린이가 손가락을 베인 후에 낸 소리였고 혜린이는 급하게 밴드를 붙인 후에 또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요리가 중간 즈음에 접어들 즈음 속으로 생각했다.
'엄마는, 이런 일을 매일 하셨던거구나..'
혜린이가 그 생각을 떠올릴 때에 혜린이의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말 한마디가 떠올랐다.
'"너 같은건.. 낳는게 아니었어.. 저주받은 아이.. 괴물.."'
혜린이는 하던 생각을 멈추고 하던 요리에 열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리는 끝이 났다. 혜린이는 음식을 천천히 먹어보았고 혜린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맛없어... 엄마가 한 요리.. 먹고싶어..'
혜린이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떠올렸다. 셋이서 식사를 할 때를.. 그때는 분명 웃음소리로 넘치는 식탁이었으나 지금은 적막만이 감도는 식탁일 뿐이다. 그때, 엄마가 했던 이야기가 혜린이의 마음속에서 떠오른다.
"그렇게만 하면 맛 없을걸?.. 조미료가.. 그래!.. 분명 여기에.."
혜린이의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찬장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을 본 헤린이는 말했다.
"이것들은 뭐야?.."
그녀는 웃으면서 혜린이에게 말했다.
"음.. 이건, 설탕, 그리고 이건.. 소금.. 아, 아직은 못알아들을려나?.. 그러니까 말이지.. 그래!, 일단, 이건 먹으면 달고 어.. 그리고.. 이건 먹으면 쨘거.. 알겠지?"
혜린이의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이야기는 그곳에서 끝이 났다. 그리고 혜린이는 찬장을 열어보았고 찬장에는 거의 비어있는 소금 과 설탕이 담겨있는 유리병이 있었다. 혜린이는 아쉬운대로 음식에 그것을 적당히 섞었고 어느새 음식을 보니 음식은 이상하게도 아까보다는 맛있었다. 하지만 혜린이는 슬펐다. 아니, 이상하게도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혜린이는 아까보다도 더욱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데도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혜린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외쳤다.
"엄마.."
...
혜린이는 아침식사를 완성한 후, 어릴적 일을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고 찬장을 열어보았다. 찬장에는 먼지가 쌓여있지만 혜린이는 그곳에서 소금과 설탕이 완전히 비어있는 유리병을 볼수 있었다. 혜린이는 그 유리병을 보고 찬장을 닫은 뒤에 음식을 먹어보았다.
'맛이없어..'
그렇게 생각한 혜린이는 먹던 것을 그만두고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에는 손질하지 않은 풀들이 발목높이까지 자라있었고 혜린이는 또다시 어릴적 일을 생각했다.
...
아빠의 얼굴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목소리만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이고!.. 우리 공주님.. 그래.. 여기야!.."
아빠의 목소리가 혜린이의 귓속에 울려퍼져온다. 혜린이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아빠의 손 뒤에는 무엇인가 들려있었다. 혜린이는그것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건.. 뭐지?.."
아빠의 손 뒤에 있는 것을 혜린이는 보았고 그것은 작디작은 인형이었다. 하지만 혜린이는 어째서인지 매우 기뻐했다. 그때, 혜린이는 미래를 보았다.
'...그 인형은 곧 사라진다. 그리고 그 인형이 너를 빛으로 이끌어줄것이다'
그렇게 인형은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빛으로 이끌어주지는 않은것 같다고 항상 속으로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그 짧은 기억속을 벗어나 현재까지 빛으로 이끌어준다는 말은 없었다. 아주, 어두운 암흑이 계속될 뿐이었다. 줄곧 줄곧..
...
혜린이는 또다시 생각을 멈췄다. 혜린이의 눈은 기억속에 있었던.. 작은 인형.. 그쪽으로 혜린이의 눈은 향해 있었다. 혜린이는 그 인형에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인형은 너덜너덜해진 채 목이 떨어질 것만 같았고 혜린이는 그 인형을 그대로 둔 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생각했다.
'이대로 지내야 해.. 아무도 없이 혼자서.. 난.. 저주받은 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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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D.라이더즈 VS 레드 타이거즈(19)20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