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29화
"그게 무슨 소리야?"
용식은 놀라면서도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로 수혁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건 교장도 마찬가지, 그러면서 네개의 눈동자가 수혁을 향했다.
"승부조작! 승부조작 때문에 패자부활전이 열린답니다! 아직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혁은 흥분된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그러면서 지나가는 학생들이 뭔가 하면서 수혁을 쳐다봤지만 잠깐의 관심으로 그쳤을뿐, 다시 각자 갈길을 가버렸다.
"수혁군, 그게 무슨 소리인가?"
교장은 벌떡 일어나서 수혁에게 걸어갔다. 그러자 수혁은 휴대폰을 몇번 건드리고는 교장에게 건네줬다.
"여기, 오늘 승부조작 혐의로 탈락시키고, 탈락한 32팀으로 패자부활전을 처뤄서, 우승한 팀을 본선에 진출시킨답니다!"
"오, 오오... 진짜구만 그려!"
수혁의 짚어준 곳을 읽은 교장은 이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용식에게도 휴대폰을 건네줬다.
용식은 교장이 건넨 폰을 받고는 기사를 찬찬히 읽어나갔다. 그러면서 점차 입가에 번져지는 미소, 그러다가 기사를 다 읽었을 즈음에는
"다시, 다시 할수 있는거지? 맞지?"
거의 울것같은 표정으로 함박웃을을 지으며 기뻐했다.
*
그날 방과후, D.라이더즈의 모든 팀원들은 운동장에 모여있었다. 이미 모두들 수혁에게 1차로, 교장에게 확실하게 얘기를 들으면서 다들 아직 탈락한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매니저 웅철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각자 유니폼을 단정하게 입은 모습과 그들의 밝은 표정에서 지금 그들의 사기가 매우 높음을 짐작할수가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용식이 서있었다. 그의 얼굴에도 팀원들처럼 입가에 미소가 번져있었다.
그는 그런 표정으로 팀원들을 한번씩 쓱 둘러봤다. 그리고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얘들아, 다들 이야기 들어서 알고는 있지? 아직 탈락이 확정된건 아니라고 한다"
용식의 말에 애들은 다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은 다들 하나같이 진심으로 기뻐하고, 의욕이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다.
"자, 그럼 배터리를 제외한 모두들 평상시대로 훈련한다!"
용식의 말이 끝나자마자 배터리를 제외한 모든 애들은 각자 자기 위치로 돌아가서 평상시 하던대로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용식은 그러고서 수혁과 종빈을 쳐다봤다. 수혁은 무슨 일인가 생각하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건 종빈도 마찬가지, 무슨 일인지 전혀 예측이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용식은 그런 둘을 운동장 한쪽으로 불러냈다. 그곳에는 운동장에 박아놓은 마운드가 있었고, 그 옆에는 야구공이 한박스에 가득 담겨있었다.
"자, 수혁이 너는 오늘부터 새 구종을 익힌다"
"네?"
그 말에 종빈이 놀라면서 다시 물어봤다. 반면, 수혁은 살짝 놀라는 기색은 있었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감독을 쳐다봤다.
"종빈아, 너는 왜 마지막에 수혁이가 홈런을 맞았다고 생각하지?"
용식은 종빈을 쳐다보면서 지그시 물어봤다. 그러자 종빈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상대가 정확하게 에측하고 노리고 있어서 그런거 아닌가요?"
"음, 그런 측면도 있지. 그렇다면, 그렇게 예측된 이유는?"
"..."
용식이 다시 물어보자 종빈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동안 생각을 하는듯 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수혁이가 던질 조합이 한정되어서?"
"그럼 왜 한정되었지?"
"그건... 이미 다른곳은 던졌으니까 질질 끌어질것 같았고, 변화구들도 이미 한번 이상씩 노출이 됐었으니까... 아!"
"이제 알겠지?"
종빈이 뭔가를 깨달은듯 하지 용식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박스에서 공 하나를 집어들었다.
"자, 내가 지금부터 가르쳐줄 공은 서클 체인지업이다"
용식은 서클체인지업 그립을 쥐어서 잠시 둘에게 보여줬다. 그리고는 종빈이게게 가서 앉아보라고 지시했다.
종빈은 용식의 말대로 홈플레이트 뒤쪽으로 가서 쪼그려 앉았다. 그러자 용식은 잠시 호흡을 고른 다음에 거침없이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용식이 던진 공은 거침없이 앞으로 쭉 뻗어나갔다. 중반까지는 직구랑 별 다를바 없이 뻗어가는 투구, 그러다가 거의다 왔을즈음, 갑자기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뚝 떨어졌다.
"후, 후아..."
종빈은 궤적이 갑자기 변해서 그런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궤적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폭이 너무 커서 나온 결과였다.
"음..."
수혁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간신히 잡은 종빈을 쳐다봤다. 하지만 용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종빈에게 다시 공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그립을 잡아서 수혁에게 잠시 보여줬다.
"그리고 하나더, 이번엔 커터다. 잘 봐둬라"
용식은 짧게 말하고는 종빈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도 호흡을 고르더니 이번에도 거침없이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이번 공은 아까의 공보다 훨씬 더 빠르게 날아가서 꽂혔다. 하지만 그러면서 막판에 공 2, 3개 정도로 왼쪽으로 휘는 각이 보였다. 휘는각이 엄청나게 커다란 커터였다.
"오..."
그렇게까지 나오자 수혁이 살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용식은 살짝 뿌듯한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 하나더, 넌 이제부터 이 두 구종이랑 원래 던지던 구종까지 전부다, 팔을 올려서 스리쿼터로 던진다"
"네...?"
수혁은 이번엔 놀란 표정으로 용식을 쳐다봤다. 그리고 절대 그렇게는 못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미 몸에 익은 폼인데 버리라고요?"
"아니, 내말은 그게 아니라, 이런거라고"
수혁의 반대에 용식은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면서 다시 공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수혁이 늘 잡는 자세를 잡았다.
"내 말은"
용식은 그 한마디를 내뱉으면서 왼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이내 그 발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리고 오른팔이 뒤로 가있는 그 자세에서 잠시 멈춰섰다.
"여기서 네 오른팔은 여태까지 오버핸드, 쓰리쿼터가 하는 백스윙을 했었어. 하지만 팔 각도로 보면 거의 사이드라고 해도 틀린말은 아니야"
"그렇긴 하죠"
"그렇게 된다면 팔이 엄청나게 유연한 사람이 아닌이상, 그렇게 던지면 팔이 펴저서 나오고, 그 결과, 힘의 전달률도 떨어지고, 체력도 쉽게 빠질수밖에 없어"
"...그렇긴 하죠. 그건 여태까지 제 체력으로 버텨냈었고"
용식의 말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여태까지 자신 투구폼의 가장 커다란 문제였다. 그러면서 팔을 살짝 올리거나 내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고.
"여기서 해결책은 두가지가 있어. 팔을 아예 내려서 사이드암으로 가거나, 올려서 스리쿼터, 오버핸드로 가거나. 이렇게 두가지야"
"그리고 그중 저한테 맞는게 올리는거다, 이거라는거죠?"
수혁은 용식의 말을 진지하게 들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러니까 내 말은 여기서 릴리스 포인트를 애매하게 놓지 말고, 조금 더 올려서 완진히 스리쿼터처럼 던지자는 거지"
"...잘 맞을까요?"
수혁은 조금 망설여지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패자부활전까지 얼마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과제가 너무 많이 주어졌다. 그리고 이미 한번 실패한 적이 있는지라 또가시 불안한 기운지 스멀스멀 올라오려는 느낌을 받았다.
"잘 맞을거야. 그건 내가 장담한다"
용식은 확실하고 단호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믿으라는듯이 수혁을 강렬하게 쳐다봤다. 그리고 잠시동안의 정적, 그러다가 수혁이 신중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확실해요?"
"확실해. 내가 본게 맞다면 확실하다"
"하아... 이폼 맘에 들었는데, 어쩔수 없네요"
"그래, 잘 생각했다"
수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박스에 공을 하나 주운다음에 하나하니씩, 신중히 던지기 시작했다.
용식은 그런 수혁을 잠시동안 지켜봤다. 그러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영훈, 오선민 여기로 집합!"
────────────────────────────────────
130화-대대적 개혁(1)201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