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30화
"이영훈, 오선민 여기로 집합!"
용식은 저기 반대편에서 훈련하고 있는 야수들을 향해서 크게 소리쳤다. 영훈과 선민은 무슨 일인가 하면서 즉시 달려왔다.
둘이 오는 사이에 용식은 다른 한쪽에 공이 담긴 박스 몇개를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존이 그려져있는 과녁판 두개를 일정하게 떨어져 있는 곳에 가져다 놓았다.
마침 온 영훈과 선민은 무슨 영문인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용식은 둘이 온걸 확인하자 포수마스크 하나를 가져왔다. 그리고 둘의 앞에 서서 곧바로 입을 열었다.
"자, 너네는 이제부터 투수 겸업을 한다"
"네?"
용식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둘은 놀라면서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잠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왜그래? 설마 수혁이 하나로 패자부활전에 본선까지 치르려고 했던거야? 같이 이닝을 책임져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용식의 말에 둘은 수긍한다는 분위기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뭔가 할말이 있는지 선민이 용식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왜 하필 저희에요?"
선민이 조심스러게 물어보자 용식은 이럴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되려 질문을 했다.
"일단, 영훈이는 이미 어느정도 사이드암으로 만들었어. 그리고, 선민이 넌 원래 학교 배드민턴 선수라면서?"
"네"
"그것도 그거지만, 너에게선 뭔가 배짱이 보여, 직구를 한가운데로 꽂으면서 삼진을 잡을수 있는, 엄청난 배짱이 보인다"
"제가요?"
용식의 말에 선민은 살짝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용식은 그런 표정을 보고는 닫았던 입을 다시 열기 시작했다.
"적어도 내가 본 너는 그래보여. 내 눈을 믿어봐. 이래봐도 대한민국 스타 플레이어중에 나한테 조언을 구하지 않은 녀석들이 손에 꼽으니까"
용식은 선민과 눈을 마주친채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약간 망설이는 표정을 짓는 선민, 그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뭐... 감독님이니까 잘 봤겠죠. 할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용식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옆에 박스에서 공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러면 영훈이 너는..."
용식은 먼저 영훈을 쳐다봤다. 영훈은 시선이 자기에게 향하자 용식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넌, 내가 해줬던 특훈, 그걸 그대로 간다"
"네"
영훈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 나머지 남은 한사람 선민, 용식은 그를 잠시동안 빤히 쳐다봤다.
'얘가... 왼손잡이이긴 한데, 좌투까지 시키기에는 3루라는 포지션이 문제가 될테고, 양투 우타는 애한테 혼란이 올수도 있어. 그러면 어떡하지...?'
용식은 잠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막상 자신이 짜려는 투수진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오류가 나온 탓이었다.
선민은 그런 용식을 살짝 눈치보듯이 쳐다봤다. 그러다가 용식이 마침내 결정했는지
"선민이 너는, 우투 오버로 연습한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쉬운 투구폼이니까 제대로만 연습하면 익히는건 어렵지 않을거야"
용식은 그렇게 말하고는 옆에 있는 박스에서 공 하나를 꺼내든 다음, 선민의 글러브를 받고는 왼손에 끼웠다.
"자, 어떻게 던지는지는 나중에 자세히 알려줄테니까, 우선 내가 던지는걸 봐봐"
그러고서 용식은 바닥에 선 하나를 찍 긋고는 그 선에 맞춰섰다. 그리고 천천히 왼다리를 들어올렸다가 앞으로 쭉 뻗으면서 힘차게 팔을 휘둘렀다.
슈욱- 퍼엉-
용식의 손을 떠나간 공은 빠르게 날아갔다. 그러다가 9등분한 스트라이크 존의 가운데 존에 맞고는 힘없이 튕겨나왔다.
"오..."
선민은 과녁을 멍하니 쳐다본채 자연스러운 감탄사만 나왔다. 그리고 그뒤로 용식이 몇번 더 던질때도 눈이 공을 따라간다음, 과녁에 맞고나면 매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몇번을 던지고 나자 용식은 다시 선민에게 글러브를 건네줬다. 그리고 공 하나를 집어준 다음에 옆으로 자리를 비켜줬다.
"자, 내가 방금 본대로 한번 따라해봐"
"...네?"
갑자기 하라고 해서일까, 선민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용식을 쳐다봤다. 하지만 용식이 자유롭게 던져보라는 말을 하자 어쩔수 없이 선 위로 오른발을 올렸다.
"후우..."
가만히 서있는 그의 입에서 숨소리가 살짝 떨리면서 흘러나왔다. 비록 연습도 아닌 투구지만, 그래도 막상 던지려니까 뭔가 긴장이 되고 있었다.
"긴장하지 말고, 평상시대로 던져봐"
결국 보다못한 용식이 진정하라는 의미로 입을 열었다. 선민은 그제서야 긴장이 조금 풀린건지 아까 용식이 던진 투구폼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최대한 그것과 똑같이 던졌다.
슈욱- 타악-
하지만 결과는 시궁창, 공은 처음부터 너무 낮게 뻗어가는듯 싶더니 이내 바닥을 맞고는 과녁 밑으로 지나가버렸다.
"하..."
선민은 이럴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은채로 용식을 슬쩍 쳐다봤다. 하지만 용식은 살짝, 아주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케이, 가장 흔하고, 고치기 쉬운 타입이네. 조금만 손보면 충분히 쓸수 있겠어'
용식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선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박스에서 공 하나를 주운 다음에 선민의 오른손에 쥐었다.
"힘 빼고, 내가 움직이는대로 따라와봐"
그런 다음에 용식은 가장 정석적이면서, 자신이 선후배들에게 조언해줬던 폼들중 가장 정석적인 폼을 하나 떠올렸다.
'태준이 녀석의 투구폼만 넣으면 딱 좋을것 같네'
투구폼이 딱 떠오르자 용식은 곧바로 선민의 두 팔을 잡고는 발로 다리를 살짝씩 밀면서, 그리고 중간중간 부연설명을 붙여가면서 투구폼을 교정해주기 시작했다.
처음에 공을 던지기 전에 사인을 받는 자세부터, 천천히 다리를 들어올리는 키킹부터, 그다음 다리를 쭉 뻗는 동작과, 그러면서 몸의 중심이 이동하는것과, 그사이에 팔스윙,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 그리고 마무리까지. 처음부터 천천히, 몇번씩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선민은 용식이 몸을 움직이는대로 몸을 움직이면서 그 느낌을 느끼고, 머릿속에 최대한 저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곧바로 그런 폼으로 던질수는 없겠지만 머리로 기억하고, 충분히 연습한다면 충분히 던질수 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폼이 익숙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이 폼이면 금방 자기것처럼 익힐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 이제 혼자서 할수 있겠어? 정 안되겠다면 투구폼 몇번 더 보여줄게"
잠시뒤, 용식이 선민에게서 떨어진 다음에 괜찮냐고 물어봤다.
"음... 뭔가 몸에 익숙한게... 충분히 할수 있을것 같아요"
선민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용식은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얼른 몸에 익히라고 한 다음에 잠시 주변에 내려놓았던 포수 마스크를 주워들었다.
'흠... 아무래도 좌투 하나가 필요할것 같긴 하네'
용식은 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면서 반대편에서 훈련중인 선수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의 눈이 사냥감을 노리는 매의 눈처럼 날카로워졌다.
'우리 팀에서 양손잡이인 녀석은 상민이랑, 운선이 둘뿐이다. 일단 그 둘중 하나를 투수로 만들기는 하는데, 거기다가 좌타도 부족해서 좌타 하나쯤은 있어야 된단말야. 성빈이가 양타가 가능하니까 걔랑 같이 윤활유 역할을 해줄 좌타가 하나 필요하다. 그럼...'
용식은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팀의 사정을 생각하면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리가 된듯하자 혼자 짧게 중얼거렸다.
"오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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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화-대대적 개혁(2)201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