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31화
"오케이, 됐다"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자 용식은 곧바로 훈련하고 있는 애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훈련중인 상민과 운선을 불러왔다.
상민과 운선은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용식을 따라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나왔다. 용식은 그런 둘에게 곧바로 본론부터 얘기했다.
"자, 지금부터 상민이는 좌투 연습을, 운선이는 좌타 연습을 시작한다. 전향이야"
"네?"
"지금요?"
용식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그 둘도 아까 둘처럼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엔 상민이 용식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왜요?"
"지금 우리팀에 좌타가 몇명이지?"
용식은 오히려 상민에게 질문으로 맞받아쳤다. 그러자 상민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 왜 좌투를 하는지도 알겠지?"
"네"
상민의 머리가 좋은 덕분이었는지 이번에는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운선도 알겠다는 반응인지 말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시간이 없어. 곧바로 들어갈게"
용식은 둘을 영훈과 선민이 연습하고 있는 곳으로 데리고갔다. 그리고 아까와 똑같이 한세트를 저 설치하고는 상민을 자기쪽으로 데려왔다.
"상민이, 너 양손잡이었지?"
"네"
"그럼 넌 지금부터 좌투 우타가 된다"
"변화구는요?"
상민은 용식의 말에 빈틈을 날카롭게 찌르듯이 질문했다. 하지만 용식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선 투구폼이 몸에 익은 다음에, 변화구는 그 뒤에 익힌다. 지금 가장 중요한건 투구폼을 몸에 익히는거야"
"네"
"그럼 공 쥐고 몸에 힘주지 말고 있어봐"
용신은 상민에게 공을 건네준 다음에 두 팔을 잡았다. 그리고 아까 선민에게 해주던 방식 그대로, 똑같이 직접 팔과 다리를 움직이면서, 그와 동시에 말로 설명을 해주면서 투구폼을 잡아줬다.
상민은 용식이 이끄는대로 몸을 움직이면서 그 느낌을, 용식의 설명을 머릿속으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번 반복하고 난 다음, 용식이 손을 뗴고는 잠깐 뒤로 물러났다.
"자, 이제 한가운데로 던져봐. 최대한 너한테 맞는 폼을 선택해서 준건데... 결과는 모르겠다"
"넵"
상민은 적당한 곳에 신발로 선을 찍 긋고는 그 위에 서서 과녁을 쳐다봤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용식이 가르쳐준 투구폼을 따라하면서 공을 뿌렸다.
슈욱- 파앙-
상민이 던진 공은 막힘없이 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이내 중앙에서 조금 떨어진곳, 하지만 존 안으로는 들어갔다.
"오케이, 이정도면 처음치고는 괜찮다"
용식은 자신의 예상 안으로 들어왔는지 이번에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 상민이 자신을 돌아보자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계속 이대로 제구가 조금 더 잡힐때까지 연습하고 있어봐. 운선이 손좀 봐줄테니까"
"넵"
상민은 짧게 대답하고는 살짝 흐트러진 모자를 고쳐썼다. 그리고 의욕적인 표정을 지은채로 열심히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파앙-
*
그렇게 상민이 연습을 시작한 직후, 용식은 자기 배트를 챙긴 다음에 잠시 기다리고 있던 운선에게 갔다.
운선은 살짝 심심한건지 하품을 하면서, 갑자기 애들이 많이 바뀐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신기하냐?"
용식은 구경하던 운선의 어깨위로 손을 올렸다. 그러자 운선이 고개를 돌리면서 용식을 쳐다봤다.
"네... 어제까지만 해도 다들 죽은듯이 있던 애들이 다시 하는것도 그렇고, 갑자기 변한것도 그렇고... 뭔가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요"
"원래 예선 끝나고 이쯤부터 바꾸가려고 했어. 뭐, 본의아니게 일정이 조금 빡빡해지긴 했지만, 이젠 거의 필수가 되버렸고, 이참에 테스트 기화도 얻은셈 쳐야지"
용식은 살짝 중얼거리듯이 말하고는 지팡이처럼 바닥에 대고있던 배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운선을 불렀다.
"이제 시작하자"
"넵"
운선은 짧게 대답하고는 배트를 바로잡았다.
"일단, 좌타로 배트를 잡고서 다섯번 정도 네 스타일대로 휘둘러봐. 그럼 문제점은 내가 수정해줄 테니까"
"음... 네"
운선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살짝 어정쩡한 타격자세를 잡은 다음에 최대한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후웅- 후웅-
"..."
용식은 운선의 스윙을 할때마다 한군데를 콕 짚어서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그리고는 이번에도 자신의 예상 안으로 들어왔는지 희미한 미소와 함께 고개가 끄덕여졌다.
"...더해요?"
"아니, 이정도면 충분해"
용식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운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한손으로는 운선의 팔을, 다른 한손으로는 배트이 끝을 잡았다.
"지금 네 스윙은 너무 뒤에서부터 나와. 이러면 배트가 늦게 나와서 타이밍도 늦어질 뿐더러, 배트스피드도 떨어져서 제대로된 타구가 안나올수도 있어"
용식은 일단 운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나 싶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네가 여태까지 어느정도 쳤던 이유는 단 하나야. 손목의 기술이 좋아. 딱히 배운적도 없는거 같은데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거 같아. 만약 네가 배트를 조금만 더 앞에서부터 내밀고 조금의 훈련만 한다면, 넌 컨텍 능력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타구의 방향도 자유자재로 조절할수 있을거다"
"제가요?"
"그럼 내가 널 괜히 1번으로 박아뒀겠냐? 그정도 재능도 없어보였으면 그냥 죽어라 번트훈련만 시켜다가 2번에 박았겠지"
"하하... 너무 돌직구 아니에요?"
용식의 돌직구에 운선은 약간 털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나 이내, 용식이 손을 움직이면서 자세를 교정해주자 곧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일단 용식은 운선이 잡았던 살짝 어정쩡하게 서있던 타격자세를 살짝 무릎을 더 펴면서 약간의 오픈스탠드로 바꾸었다.
그다음 배트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운선의 배트 머리부분을 아까보다 조금 더 앞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지면과 거의 수평에 가까운 궤적으로 배트를 앞으로 천천히 밀어냈다.
"자, 이정도 궤적으로 스윙하면 더 잘되고, 편할거야. 네가 느끼기는 어때?"
"음... 좌타로 타격을 해봤어야지 느낌을 알죠"
"...하긴, 그건 그렇네"
용식은 머쓱하게 웃음을 지으면서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럼 이제 내가 알려준대로 해봐"
"꼴랑 한번하고요?"
"일단 하기나 해봐"
용식은 놀란 운선에게 단호한 말투로 대답했다. 운선은 처음엔 약간 망설이는듯 하면서 일단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용식이 잡아준 자세를 머릿속으로 한번 떠올리고는 최대한 그대로, 최대한 비슷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부웅- 부웅-
운선의 배트가 돌아갈때마다 용식은 최대한 배트에 시선을 집중하면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번 더 휘두르고 나자 용식이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잠깐, 배트가 아직도 조금 처져있다. 조금만 더 앞으로 땡겨서 휘둘러봐"
"으어... 아직도 그래요?"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 조금만 더 땡겨봐"
"네"
용식의 말에 운선은 잠시 놓았던 배트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이번엔 배트를 조금만 더 앞으로 당긴다는 생각을 하면서 배트를 휘둘렀다.
부웅- 부웅-
이번에도 용식은 매우 날카로운 표정으로 운선의 배트를 주시했다. 그리고 몇번 휘두르고 나자 다시 한번더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때요?"
운선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용식을 쳐다봤다. 용식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음... 오케이. 이정도면 된거 같다. 이대로만 해서 몸에 베도록 연습하자"
"넵"
긍정적인 대답에 운선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의욕이 샘솟는건지, 이내 열심히 배트를 휘두르면서 연습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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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패자부활전 32강(1)201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