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33화 (133/255)

우리 동네 야구팀-133화

"뭐야, 설마..?"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이 나온 순간,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타자를 쳐다봤다.

타자의 배트는 이미 돌아가 있는 상태, 그는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은채로 배트로 헬멧을 콩콩 두들기면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어서 타석에 들어온 2번타자, 그도 아까 1번과 별 다를바 없는 표정으로 수혁을 쳐다보면서 자세를 잡았다.

'뭐야... 아까 녀석이랑 뭐이리 똑같아보여?'

수혁은 여전히 뭐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거두지 않은채로 타자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번 타자도

파앙- 파앙- 파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어엉?"

두번동안 멍하니 쳐다보다가 마지막 뚝 떨어지는 커브에 어이없는 스윙을 하고는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건 3번타자도 마찬가지, 그마나 다른점이었다면 세번째 공에서 파울 하나를 만들어내고 4번째 공에 그대로 삼진을 당해버렸다.

"뭐, 뭐야...?"

그러면서 종료된 1회초, 수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덕아웃으로 돌아가자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용식이 곧바로 그에게 다가왔다.

"야, 쟤네 왜저래? 예상보다 너무 못하는데?"

"그러게요. 뭐 이번엔 받은 정보 없어요?"

"아니. 16강부터 주겠다면서 그 사이에 자료좀 모은다고 하던데..."

용식은 아리까리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라운드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운선의 배트가 거침없이 돌아가더니

까앙-

하고 맑은 소리가 나면서 타구가 순식간에 외야로 뻗어나갔다.

"뛰어! 뛰어!"

소리가 들리자 용식은 물론, 수혁도 타구의 방향으로 시선을 집중되었다. 그러면서 손으로는 원을 그리면서 빨리 달리라며 크게 소리쳤다.

그렇게 외야로 뻗어나간 타구는 우익수의 옆에 떨어지면서 펜스를 향해서 빠르게 굴러갔다. 운선은 그러면서 그 사이에 2루를 돌파, 그대로 쭉 내달리다가 허술한 수비를 틈타서 3루까지 진루하는데 성공했다.

"세이프!"

운선이 3루에 도착하자 심판이 양팔을 옆으로 휘두르면서 크게 소리쳤다. 운선은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에 우리팀의 덕아웃이 있는 1루쪽을 향해서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아자!"

"나이스샷!"

"시작부터 좋다!"

그러자 덕아웃에 있던 D.라이더즈의 선수단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각자 한마디씩 내뱉었다. 운선은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옆에 있던 진행요원에게 보호구를 풀러서 건네주었다.

'그나저나 관심을 받아서인가, 갑자기 진행요원까지 배치하네'

운선은 다른 요원에게 보호구를 전해주는 모습을 약간 신기하게 쳐다봤다. 그리고 베이스에서 살짝 떨어졌다.

그런 운선을 덕아웃에서 바라보는 용식, 아까 선수들과 힘껏 소릴지를때는 언제고, 어느새 침착한 자세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그저 잠깐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그의 머리는 재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패자부활전은 3이닝 경기. 때문에 길게 볼 여유도, 역전을 할 여유도 없다. 그래서 선취 득점이 더더욱 중요해'

용식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애들은 앞으로 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다들 긴장하고 있는게 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건 나도 그렇고.'

'그러니까... 지금 가장 필요한건, 그 긴장감마저 날려버릴 화끈한, 그리고 도박같은 플레이야'

용식은 그러면서 3루 근처에 있는 운선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시선을 옮겨서 타석에 서있는 선민을 쳐다봤다.

'지금 타석에 서있는 선민이만 해도 너무 치겠다는 생각이 강해보여서 어깨에 힘이 과하게 들어간게 보인다. 이대로면 연거푸 과한 스윙만 하다가 그대로 물러날게 보여'

'내 감이다. 여기서 말리면 이번 경기 뭔가 힘들어질거 같다. 마운드가 아닌, 타선에서 엄청난 부진에 빠질것만 같은 느낌이 오고있어. 그러면 앞으로의 일정이 너무 험난해진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돼'

용식은 그러면서 시선을 조금 옮겨서 3루 근처에 있는 운선과 홈에 있는 상대편 베터리를 쳐다봤다.

'지금 포수의 포구는 은근히 불안한 상태, 그리고 투수도 첫 타자부터 3루까지 허용하면서 멘탈이 불안해진 상태...'

용식은 잠시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뭔가 굳은 결심은 한건지 숨을 길게 내쉬면서 양손을 천천히 올렸다.

*

파앙-

"볼"

용식이 생각하는 사이, 투수는 이미 초구를 던져서 볼. 많이 빠진 볼이었다.

운선은 상대 배터리의 혹시나 모를 견제구를 주의하면서 잠시동안 숙이고 있던 허리를 폈다. 그리고

'음... 설마 여기서 작전이 나오려나?'

운선은 별거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덕아웃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용식이 마침 사인을 내고 있었다.

툭- 툭툭-

우선 양손이 교차하면서 신체 여러군데를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 모자를 한번 툭 치고 난 다음에 마지막으로 코에 손가락을 갖다대고서는 다시 손을 내렸다.

'엥, 감독님? 지금... 하라고요?'

하지만 뭔가 이상한 표정을 짓는 운선, 그러면서 자기가 잘못 본건가 하면서 고개를 살짝 옆으로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다시 사인을 요청했지만 그에게 되돌아 오는건 아까와 똑같은 사인, 그러면서 운선의 머릿속은 잠시동안 혼란스러워졌다.

'어... 엉...? 진짜? 진짜로?'

잠시뒤, 그제서야 겨우 이해가 가는듯 했지만, 운선은 믿기지 않는건지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그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아까보다 두발짝 정도 더 거리를 벌렸다.

'아, 몰라요. 난 감독님 말대로 합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불안한건지 용식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왼발로 바닥을 계속 비벼댔다.

한편, 용식은 이제 타석에 서있는 선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옆에 있는 웅철을 불러서 귓속말로 조용히 속삭였다.

"자, 가서 그대로 전해"

"네"

잠시뒤, 용식은 웅철의 등을 툭 치면서 그를 타석으로 내보냈다. 웅철은 용식의 명령 그대로 그라운드로 걸어나오면서 타임을 외쳤다. 그리고 타석 근처에서 선민을 불렀다.

"왜, 무슨일인데?"

잠시뒤, 선민이 타석을 나와서 웅철의 앞에 도착했다. 그러자 웅철은 선민과 최대한 얼굴을 가까이 한 다음에 자기가 들은 내용을 그대로 말해줬다.

"일단 웨이팅, 한가운데 치기 좋은 공이 들어와도 기다리래. 무조건 기대리래"

"음, 왜?"

웅철의 말에 선민은 왜 그런가 하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는 것은 웅철도 마찬가지. 그래도 둘은 진짜 의도는 전달받지 못했던지라 운선보다는 덜한 반응을 보였다.

"음...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여튼, 일단 초구는 무조건 기다리래. 그럼 난 가본다"

"오케"

웅철은 심판의 눈치를 슬쩍 보면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산욱도 다시 타석으로 들어가서 배트를 다시 한번 제대로 쥐었다.

'음... 일단 초구는 기다리란 말이지...'

운선은 자세를 잡고는 느긋한 표정을 투수를 쳐다봤다. 일단 기다리라는 사인이 있기도 했지만, 뭔가 말로 표현할수 없는 느낌이 그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뭔가가 알수없는 쎄한 느낌. 잠시 뒤면 뭔가 커다란 사건이 벌어질것만 같았다. 머릿속으로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몸이, 본능이, 왠지 모르게 반응하고 있었다.

비록 야구가 아니기는 하지만,여태까지 학교 배트민턴 선수로 활동하면서 쌓인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뭔가 이성적인 느낌이 아닌, 감각적인 느낌이 들때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감각적인 느낌은 언제나 늘 들어맞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지금 그의 머릿속에서는 점차 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거 왠지 쳐야만 할거같은 느낌이...'

그러면서 그의 머릿속에서 투수는 잊혀진지 오래, 그러는 사이에 투수가 셋포지션을 취한 다음에 쉴 틈도없이 공을 던졌다.

슈욱-

"으아아앗!"

투수의 왼발이 앞으로 쭉 뻗을때, 운선의 몸이 용수철처럼 튕기듯이 재빠르게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죽기살기로 홈에 질주했다.

"으억?"

한편, 운선의 목소리를 들은 포수는 잠시 정신이 분산되면서 시선도 정신을 따라 살짝 3루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투수의 손을 떠난 공, 공은 많이 낮게 깔리면서 쭉 뻗어나갔다. 누가 봐도 배트가 나오지 않을만한 공이었다.

'으앗!'

하지만 지금 선민의 상태는 잠시 고민을 하느라 버리가 복잡해진 상태, 그러다가 갑자기 공이 들어오자 급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부웅-

하지만 역시 급하게 휘두른 배트에 공이 맞을리는 없는법, 거기다가 공도 한참이나 낮았기 때문에 공은 선민의 배트보다 한참 아래로 지나갔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으악!"

급하게 돌아간 선민의 배트는 포수의 다시 공으로 향하는 시선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그러면서 낮게 깔려오던 공은 그대로 바닥에 바운드된 다음에 포수의 가랑이 사이로 향해갔다.

"흐앗!"

────────────────────────────────────

134화-패자부활전 16강(1)2015.11.1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