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35화 (135/255)

우리 동네 야구팀-135화

그렇게 별일없이 끝난 1회초, 선민은 덕아웃으로 돌아와서 자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모자를 벗은 다음에 숨을 길게 쭉 내쉬었다

"후우... 투수 이거 부담감 장난 아니네..."

"그럼 뭐 노는덴줄 알았냐?"

선민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온건지 수혁이 헬멧을 쓴채로 앉아있었다. 선민은 그런 수혁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야... 너 이러니까 어색하다"

"너 때문에 바꾼거 아냐 인마"

수혁은 웃으면서 선민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물병을 집어들어서 한모금으로 가볍게 목을 축였다.

"얌마, 생각보다 잘 던지던데?"

"그러냐?"

"변화구 하나 정도만 익힌다면 본선에서도 먹힐듯"

"올, 그정도야?"

선민은 수혁의 칭찬에 입가세 서서히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도 가볍에 물 한모금을 입에 털어넣으면서 목을 축였다.

"구속은 나보다 더 좋고, 제구도 그정도면 쓸만하고. 문제라면, 네 체력 보존해준다면서 타격 안되는 내가 2번에 들어간다는거지"

"감독님이 작전만 잘 내시면 별 문제 없을거 같은데?"

"문제는 그게 앞에 주자가 있어야 작전을 내든 말든 폭이 넓어질거 아냐. 지금 운선이가 나간다면 그냥 끝인거지 뭘"

그러면서 수혁은 타석에 서있는 운선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선민도 자연스럽게 끄쪽을 따라서 쳐다봤다.

타석에 서있는 운선은 일단 침착한 표정을 지은채로 상대를 주시하고 있었다. 감정적이지도 않고, 생각이 너무 많은것도 아니며, 긴장한 것도 아닌 상태. 왠지 좋은 타구가 나올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까앙-

하는 소리와 함꼐 타구가 좌익수 앞에 떨어지면서 그대로 증명이 되었다.

"야, 운선이 얘 좌타 바꾼지 얼마나 됐다고 저렇게 적응했냐?"

운선이 1루에 출루하자 선민은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게.. 이왕 이김에 나도 좌타로 확 바꿔버릴까..."

그리고 그건 수혁도 마찬가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타석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배트를 최대한 세게 잡으면서 우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혼자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오, 자신없는데... 그냥 작전이나 하나 내줬으면 좋겠다만...'

"어이, 타자. 왜 거기에 서?"

심판은 살짝 흠칫하면서 수혁을 불렀다. 그러자 수혁이 고개를 돌려서 심판을 쳐다봤다.

"네? 뭐 잘못된거라도 있나요?"

"지금 좌타 헬멧 썼잖아. 근데 왜 우타에 들어가있어?"

수혁의 반응에 심판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도 대답했다. 수혁은 그제서야 오른손으로 자게 헬멧을 더듬거리면서 만져봤다. 그리고 이제야 왜 그런지 알겠다는듯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 뭐야? 왜 좌타껄 쓰고 나왔지?"

"어이, 그건 잘 모르겠고, 지금 가서 우타껄로 바꿔쓰고 나오던지, 아니면 좌타로 가서 치든지 빨리 결정해"

심판은 혀를 쯧 하고 차면서 말했다. 그리고 수혁은 덕아웃을 눈치로 살짝 흘겨봤다.

덕아웃에는 용식이 수혁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상황, 그냥 하고싶은대로 하라는 것처럼 아무런 지시도 없었다.

'후우... 모르겠다. 그냥 좌타 한번 서보자'

결국 그러면서 좌타로 바꿔서는 수혁, 그리고 경기가 재개되었다.

경기가 재개되자 수혁은 다시 배트를 제대로 잡고는 1루에 있는 운선을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서 투수를 쳐다봤다.

'근데 좌타는 해본 경험이 없는데... 기껏해봐야 장난식으로 스윙 몇번 해본게 전부고...'

일단 좌타로 옮기긴 했지만, 막상 옮기고 나니까 불안한건지 수혁의 숨소리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원래 타격쪽에선 빠른 발밖에 가지고 있지 않던터라 매 타석에 들어설때면 마운드 위에 올라갈때마다 더 긴장됬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 평상시에 서던 우타석이 아닌, 어색한 좌타석에 서있으니까 그 긴장은 자연스럽게 더욱더 심해질수밖에 없었다.

'흐아... 어차피 난 원래 버리는 카운트였잖아. 그냥 되는대로 막 치자. 애들이 알아서 쳐주겠지'

수혁은 작게 중얼거리면서 어떻게든 지금 이 긴장감을 덜어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며넛 조금씩 효과를 보는듯 했으나

'아, 근데 당분간은 3이닝이라 선취점이 중요할텐데...'

다른 생각이 떠올라 버리면서 간신히 빠졌던 힘이 다시 과하게 들어가버렸다.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상황이 그렇게 되자, 결국 수혁은 반쯤 포기하면서 투수를 쳐다봤다.

투수는 사인을 받은건지 글러브 안에서 오른손이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원하는 그립을 잡았는지 와인드업을 하고는 공을 뿌렸다.

슈욱-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일직선으로 쭉 뻗어나갔다. 수혁은 공에 최대한 시선을 집중하면서 배트를 내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트가 다 나왔을떄는

파앙-

"스트라이크!"

이미 포수의 미트 안으로 공이 들어가있었다.

누가 봐도 타이밍이 느렸던 스윙, 투수는 그런 수혁을 보면서 됐다고 작게 말하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포수가 던져주는 공을 가볍게 받으면서 1루에 있는 운선을 힐끔 쳐다봤다.

운선은 공이 미트에 들어간 순간, 이미 다시 1루로 돌아가서 베이스를 이미 한번 찍고서 다시 거리를 벌린 상태였다. 그러다가 투수의 눈치를 보면서 살짝 베이스 쪽으로 움직였다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아오, 공을 못따라가네..."

수혁은 자신을 자책하면서 고개를 뒤로 확 젖혀버렸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이번에는 조금 더 빨리 배트를 내밀어 봐야겠네'

그리고는 다시 자세를 잡으면서 투수를 쳐다봤다.

투수는 수혁이 쳐다보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셋포지션을 잡았다. 그리고 잠깐의 텀을 두었다가 공을 뿌렸다.

슈욱-

이번 공도 아까의 공처럼 빠르게 뻗어나갔다. 그리고 아까보다 한참 빠르게 뻗어나가는 수혁의 배트, 그리고 이번에는 타이밍이 맞았는지

티잉-

하고 빚맞은 소리가 나면서 커다란 바운드가 일어났다.

"뛰어! 뛰어!"

그 순간, D.라이더즈의 덕아웃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수혁도 급하게 배트를 던져버리고는 1루를 향해서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오는 유격수, 그리고 마침 타구도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흐앗!"

터업-

유격수는 그런 떨어지는 공을 글러브로 안정적이게 받아냈다. 그리고 재빨리 공을 빼낸 다음에 곧바로 1루를 향해서 던졌다.

슈욱-

유격수의 손을 떠난 공은 빠르게, 그리고 1루수가 잡기 편하게 날아갔다. 그리고 1루수도 어떻게든 0.001초라도 더 빨리 포구하기 위해서 다리를 최다한 찢은다음에 팔을 쭉 뻗어서 미트를 내밀었다.

"흐아앗!'

그러는 와중에 1루에 거의 다다른 수혁, 그리고 수혁의 발에 베이스에 닿는 순간,

파앙-

하고 미트 안으로 공이 들어왔다. 그리고

"세이프!"

심판의 세이프 판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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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패자부활전 16강(3)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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