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36화 (136/255)

우리 동네 야구팀-136화

"나이스!"

"오오! 대박!"

세이프 판정이 나오자 D.라이더즈 측의 덕아웃이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수혁은 얼떨떨한지 멍한 표정으로 덕아웃을 쳐다봤다.

용식은 그런 수혁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여줬다. 그제서야 표정이 펴지는 수혁, 그리고 그제서야 기뻐하기 시작했다.

"아싸!"

*

그뒤로 D.라이더즈의 공격은 수월하게 이어지면서 손쉽게 3점을 뽑아낼수가 있었다. 그리고 상대 투수는 당연히 멘붕, 부랴부랴 다른 투수를 올리고 나서야 하위타선을 잡으면서 끝낼수가 있었다.

"후우..."

그뒤로 1회말이 끝나고 2회초, 투수가 바뀐건지 마운드 위에는 영훈이 서 있었다.

지금 영훈의 심장은 터질것같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생애 처음으로 경기에서 마운드에 서보는 이 기분, 그 전에는 그냥 기쁠것 같았지만, 막상 올라와보니까 그 무게감이 자신의 온몸을 짓누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떨리는 호흡, 종빈은 그런 영훈의 어깨위에 손을 올리고서 그를 또렸하게 쳐다봤다.

"자, 너무 떨지 말고 편하게 가자. 상황이 나빠지면 수혁이가 와서 막을수 있으니까"

"응...."

용훈은 짧게 대답하고는 호흡을 짧게 끊었다. 그리고 침을 한번 꿀꺽 삼킨 다음에 오른 주먹에 힘을 꽉 쥐었다.

"오케이, 그럼 연습구 몇번 던져보자"

종빈은 마지막 그 한마디를 하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쪼그려 앉은 다음에 영훈에게 공을 던져줬다.

영훈은 공을 받고는 종빈을 쳐다봤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는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어렵게, 어렵게 다시 찾아온 기회야. 꼭 잡자!'

영훈은 그렇게 중얼거린 다음에 감고있던 눈을 번떡 떴다. 그리고 종빈이 한가운데로 내민 미트로 시선을 고정했다.

"가운데 직구... 가운데 직구..."

영훈은 종빈이 미트를 내민 위치를 몇번이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고는 그동안 연습했던 사이드암 투구폼으로 공을 던졌다.

슈욱-

영훈의 손을 떠나간 공은 낮은 위치에서 쭉 뻗어갔다. 그러다가 홈에 거의다 도달했을때, 살짝 꿈틀거리면서 포수의 왼쪽 으로 들어갔다.

파앙-

종빈은 왼쪽으로 여유있게 미트를 옮기면서 영훈의 투구를 잡아냈다. 확실히 다른 투수들보다 구속이 느린지 종빈의 표정에서 당황한 모습같은건 찾을수가 없었다.

"오케이! 제구는 이정도면 충분해! 공은 좋다!"

종빈은 크게 소리치면서 다시 영훈에게 공을 던져줬다. 영훈은 입가가 살짝 올라간 상태로 종빈이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영훈이 공을 받자 종빈은 이번에도 한가운데로 미트를 내밀었다. 그리고 영훈은 그의 사인대로 또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공은 아까와 비슷하게 가다가 이번엔 포수의 오른쪽으로 들어갔다.

"오케이! 좋다!"

종빈은 이번에도 크게 외치면서 영훈에게 다시 공을 던져줬다. 그리고 그뒤로도 공을 받을때마다 큰 목소리로 좋다고 하면서 다시 공을 던져줬다. 영훈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그의 방법이었다.

효과가 있었는지 영훈은 공을 던지면 던질수록 긴장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러면서 공을 던지는것도 점차 익숙해졌는지 호흡의 떨림도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그렇게 몇번을 더 던지고 나니까 심판이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조금 떨어져 있는 타자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타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타자 타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자세를 잡은 다음에 영훈을 노려봤다.

'너무 째려보는거 같은데...'

영훈은 잠시동안 타자의 눈빛에 살짝 눌린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아까처럼 침을 한번 삼킨 다음에 자신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타자를 노려봤다.

'그래, 쫄지 말자. 난 그때의 나와는 달라. 많이 발전했어. 쫄지 말자 이영훈'

영훈은 그러면서 종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사인을 확인했다.

하지만 종빈은 아무런 사인도 보내지 않고 있었다. 단지 양 팔로 커다란 사각형을 그리고는 한가운데로 미트를 내밀었다.

어차피 구질도 직구 하나고, 아직 어딘가로 넣을수 있는 제구력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존 안으로 안전하게만 넣으라는 뜻이었다.

'아, 맞다. 나 아직 직구밖에 없지'

영훈은 그제서야 뭔가를 꺠달은것처럼 입을 살짝 벌린채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입을 다물고는 오른발로 마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천천히 왼다리를 올려다가 앞으로 쭉 뻗으면서 그와 같이 팔도 백스윙을 했다가 옆으로 휘둘렀다.

슈욱-

영훈의 손을 떠난 공은 빠르고 낮게 뻗어나갔다. 그러다가 공이 살짝 움직이다가 존 아래쪽으로 들어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파아..."

공이 들어오자 심판의 콜이 시워하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영훈은 그와 동시에 다물었던 입을 터트리듯이 내쉬었다.

'오케이, 오늘 공 좋다!'

종빈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운 다음에 영훈에게 공을 던져줬다.

영훈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마운드를 밟고는 종빈이 미트를 올리자마자 곧바로 2구째를 던졌다.

슈웅- 파앙-

이번에도 존 안으로 들어간 투구. 타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분명히 사이드인데, 뭔가가 달라보였다. 공이 매우 빠른것도 아니고, 공의 움직임도 사이드암 치고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배트에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이상했다.

부웅-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완전히 말린것 때문에 한가운데 공을 어이없이 스윙하면서 그대로 삼진이 되어버렸다.

"아싸!"

심판의 콜이 들어오자 영훈은 오른주먹을 꽉 쥐면서 작게 소리쳤다. 그러면서 뭔가 흥분되기 시작하는 기분. 확실히 그럴만도 했다.

그동안 애들에게 무시당하고, 던질 기회, 연습할 시간, 받아주는 사람도 없어서 던지지 못했던 세월만 해도 몇년이었다.

그러던 자신이 드디어 정식 시합에 마운드 위에 서서 처음으로 삼진을 잡아봤다. 사실 이정도로 감격하는것도 엄청나게 절제하는 것이었다.

여튼, 영훈은 잠시나마 그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종빈이 소리치면서 공을 던지자 공을 받고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후우... 그래. 아직 아웃카운트 두개가 남아있어. 일단 기뻐하는건 덕아웃에 들어가서 기뻐하자!'

영훈은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면서 애써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종빈이 미트를 올리자 잠시 텀을 두었다가 아까랑 똑같이 뿌렸다.

슈욱-

영훈의 손을 떠나간 공은 아까랑 비슷한 속도로 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타자의 배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노리고 가겠다는건지 스윙의 폭은 매우 큰 편이었다.

부웅-

하지만 배트는 허공만을 가르면서 그대로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왔다. 그리고 아래쪽 존을 살짝 벗어난 미트, 타자는 당환한 표정으로 영훈을 쳐다봤다.

"뭐, 뭐야?"

타자는 당황했는지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다가 이내 뻘쭘한지 다시 큼큼 거리면서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한편, 종빈도 살짝 놀란 표정으로 영훈을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히 쟤가 던질수 있는 구질은 직구 하난데, 왜 어째서 공이 대각선 방향으로 떨어지는거지...? 흡사 수혁이의 예전 커브를 보는듯한 기분이...'

종빈은 미트를 쳐다본채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심판이 슬쩍 눈치를 주자 그제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영훈에게 공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시지 않는 의심, 종빈은 살짝 인상을 쓴채로 영훈을, 정확히는 영훈의 오른손을 쳐다봤다. 혹시나 변화구 그립을 쥐는건지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영훈의 오른손은 글러브 안에서 전혀 미동도 없었다. 그리고 그의 눈은 단지 종빈이 얼른 미트를 올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히 그립을 잘못 쥔거는 아닌거 같은데...'

종빈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면서 미트를 내밀었다. 그러자 영훈이 잠깐의 텀을 두고는 그대로 공을 꽂아넣었다.

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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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패자부활전 8강(1)201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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