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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구팀-137화 (137/255)

우리 동네 야구팀-137화

'흠... 방금 그 구질... 수혁이의 예전 커브랑 비슷했어..'

한편, 덕아웃에서 그라운드를 말없이 지켜보던 용식, 그는 아까 영훈의 투구를 다시 곱씹으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분명히 영훈이 그때 던진공은 직구의 그립에서 나올수가 없는 공이었다. 아니, 직구 그립을 잡더라도 직구처럼 던지면 절대로 나올수 없는 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용식은 지금 영훈의 투구에 더더욱 집중, 집중을 하고 있었다. 마치 영훈에게 빨려들어갈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뒤로 영훈의 투구는 매우 평범했다. 종빈이 미트를 올리면 그에 맞춰서 던지고, 타자들은 계속 배트가 나가면서 어이없는 스윙을 하고 있었다.

스윙이 크고 힘차든, 짧고 간결하든 계속해서 영훈의 투구를 빗나가고 있었다. 막 휘거나 떨어지는 공같은거는 보이지 않았다.

슈욱- 파앙-

"아웃!"

그러면서 유격수 땅볼로 매우 안정적으로 이닝을 마치고는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

"아웃, 게임 셋!"

그뒤로 경기는 무난하게 흘러가서 3대 0으로 D.라이더즈의 승리. 그러면서 내일 연달아 열리는 8강으로 올라갈 자격을 받을수 있었다.

일단 이번 경기에서는 커다란 수확이 몇가지가 있었다.

우선 투수 겸업을 하게된 세명이 모두 무난하게 무실점으로 막았다는 점이었고, 두번째로는 운선의 좌타 전향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서 우타자 일색인 타선을 고칠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시도했던 모든 변화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커다란 수확은, 모두들 처음에 비해서는 다들 표정도 한결 나아지고, 이제서야 다시 옛날처럼 좀 즐기면서 할수 있는 정도까지 온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지금 용식의 자취방. 그가 식탁에 앉아서 수많은 종이들을 깔아놓고는 펜을 열심히 끄적이고 있었다.

"음... 우선 수혁이의 좌타 시도가 생각보다 좋았어, 그리고 영훈이의 심상치 않은 공의 움직임도..."

용식은 혼자 뭔가를 중얼거리면서 연필을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패자부활전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부터, 그는 매일 밤마다 열심히 고민하면서 어떻게든 D.라이더즈의 전력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딱 9명을 맞춘 D.라이더즈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팀원을 영입하는 방법이었다.

팀웍이 저하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잘만 하면 전력이 몇배는 더 올라갈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한창 대회중. 출전자의 명단을 바꿀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건 선수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일, 선수들의 클래스를 한단게 진화시키는 방법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진화의 시작은 변화, 변화하지 않으면 여전히 그대로 머무를수밖에 없었다.

결국, 용식은 팀을 다시 끌어올리고, 본선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팀으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변화, 개혁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해보였다.

조금 먼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본선에 진출한 팀들이 자신이 예상한 수준 정도라면 이정도로는 살아남기 힘들어 보였다.

물론 모든 팀들이 다 막강하거나 D.라이더즈가 맥없이 와르르 무너지지는 않을것 같았지만, 아직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는 본선에서는 최대한 조심해야만 했다.

게다가 이미 두 팀은 알고있는 상황, 만약 이 두팀을 초반에서부터 만나게 될 경우라면 심리적 부담감까지 더해져서 너무나도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자칫하다가 대진표가 잘못 편성되면 그대로 망하는 시나리오가 되어버리는게 문제였다.

그래서 용식은 오늘도 열심히 어떤 변화를 줄지, 어떻게 하면 팀이 더 짜임새가 있어지면서 강해질수 있을지를 혼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었다.

*

그리고 다음날, 패자부환전 8강이 열리는 날. D.라이더즈는 어김없이 나와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평상시랑 다를바 없는 모습, 하지만 어제, 그저꼐와는 다르게 모두들 몸의 움직임지 조금씩 둔해진 모습이 보였다.

다들 피로가 누적되서 그런지 어제까지만 해도 멸 무리없이 하던 장, 단거리 캐치볼을 과감하게 단축시켰다.

내야수들은 단거리만, 외야수들은 장거리 캐치볼만 살짝 하고는 다들 글러브를 벗었다. 그리고는 몸을 조금씩 움직이거나 물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아.. 이거 일정때문에 투수진 짜기가 더럽게 힘드네..."

용식은 그런 선수들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애초에 인원을 더 보충할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야수들은 그렇게까지 컨디션이 나쁜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잠을 못잔것도 아니고, 못먹은 것도 아니어서 조금 피로해 보이는것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투수진이었다. 특히나 새롭게 투수로 전향한 세사람의 상태가 가장 나쁜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1이닝만 던져서 투구수가 얼마 안됐다고 쳐도 어제 처음으로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 녀석들이었다.

게다가 그래서 긴장하고 힘이 더 많이 들어간 것은 덤. 그 여파인지 지금 평상시보다 어꺠가 살짝 무거운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반면, 어제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덕분인지 수혁은 비교적 쌩쌩해 보였다. 하지만 최상의 컨디션은 아닌 상태였다.

"오늘은 어쩔수 없이 수혁이로 쭉 가야될것 같네..."

용식은 막막하다는 표정을 지은채 오른손으로 뒷머리를 긁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뒤쪽에 있던 철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한 여자가 얼굴을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저기..."

"왔냐"

용식은 목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뒤로 돌리지 않은채로 그라운드만 쳐다봤다.

"자료는?"

"응? 자, 잠깐만..."

여자는 살짝 당황했다. 그러면서 왼쪽 어깨에 걸친 백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찾기 시작했다.

'뭐야, 반응이 뭔가 이상한데?'

용식은 자신이 예상한, 평상시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여자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얼어버렸다.

"어...?"

"오랜만이야"

"어, 어... 오랜만이네"

여자는 살짝 어색하면서,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용식에게 인사를 건넸다. 용식은 그제서야 얼어있던 몸이 겨우 풀리면서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예영이가 전해달라고 해서...왔어"

여자는 그제서야 찾았는지 USB를 용식에게 건네줬다. 용식은 일단 물건을 받은 다음에 말없이 여자를 쳐다봤다.

여자도 용식처럼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아무런 말도 없었다. 뭔가 애틋한 감정이라기 보다는 살짝 어색한 기분. 그러다가 먼저 입을 연 쪽은 용식이었다.

"경기... 구경하고 갈래?"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용식의 급작스러운 제안, 여자는 살짝 놀라면서 난처한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힐끔 쳐다봤다.

'아... 망할. 망했다...'

한편, 말을 내뱉은 용식은 속으로 자신은 자책하면서 약간 불안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양손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그럼 여기서 구경해도 괜찮아...?"

"어... 응?"

잠시뒤, 여자의 입에서 조심스러운, 의외의 한마디가 나왔다. 그러자 용식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지어졌다.

"여, 여기서?"

"덕아웃에서 한번 보고 싶어서..."

여자는 그라운드를 다시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용식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가 살짝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대답했다.

"...그냥 멀리서 볼게"

"아, 야냐. 여기서 봐도 괜찮아!"

용식은 급하게 소리치듯이 대답하면서 여자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얼굴이 급격하게 달아오르면서 급하게 손을 떼어냈다.

"여, 여기서 봐도 괜찮아"

"진짜?"

일단 얼떨결에 대답한 용식, 그러자 여자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덕아웃 앞쪽 벤치에 살포시 앉았다. 그리고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서 그라운드를 열심히 구경하기 시작했다.

'엄청 궁금했어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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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패자부활전 8강(2)201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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