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38화 (138/255)

우리 동네 야구팀-138화

"그렇게 해서, 오늘 특별손님으로서 여기 덕아웃에서 경기를 구경하기로 했으니까 오늘 하루만 좀 부탁한다"

"유서인 입니다"

잠시뒤, D.라이더즈의 선수단이 돌아오자 용식은 선수단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그녀가 인사하고 나자 여기저기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감독님 여친?"

"그럼 사모님 아냐?"

"오오! 여자! 여자!"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요?"

그리고 돌직구처럼 쑥쑥 들어오는 질문들, 둘은 그럴때마다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서로의 눈치를 조금씩 봤다.

그러나 둘이 그러면 그럴수록 선수들은 자기들끼리 낄낄 웃으면서 둘을 서서히 몰아가는 분위기로 만들고 있었다.

퍽- 퍼억-

"아! 등짝!"

"왜 때려?!"

"아오, 쪽팔리게 이게 뭔짓이야"

다행히 수혁이 뭔가를 눈치챈건지 애들을 제압하면서 둘은 이 난감한 상황을 간신히 넘어갈수 있었다.

수혁은 다른 애들을 제압하고 난 다음에 용식을 슬쩍 쳐다봤다. 그리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짜식, 역시 머리 하나는 더럽게 빠르게 돌아가네'

용식은 그런 수혁을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저 멀리서 심판이 부르자 선수들을 모두들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

그뒤로 상호간의 인사도 마치고, 모두들 각자 위치로 돌아간 상황. 이번에는 D.라이더즈의 선공이었기 때문에 타석에 리드오프 운선이, 대기타석에 2번 선민이 나와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 덕아웃에 앉아있는 상황,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용식과 서인에게로 집중되었다.

용식은 그런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는지 계속 눈빛으로 신경쓰지 말라고 하면서 미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더 용식에게 집중되는 시선, 만약 서인이 잠시 덕아웃을 나가기라도 하면 곧바로 질문들을 퍼부을 기세였다.

반면, 서인은 지금 이 광경이 신기한지, 아니면 재밌는지 그라운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씩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채로 용식을 힐끔 쳐다볼뿐, 그 이외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둘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들 같은 생각은 아니었다. 수혁은 그저 무표정으로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을 빤히 쳐다봤다.

'나도 대회만 끝나면...'

그러면서 그의 주먹이 살며시 쥐어졌다. 그리고 다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

한편, 타석에서는 운선이 투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현재 볼카운트는 쓰리볼 원 스트라이크. 제구가 아직 안잡힌건지 연달아 바깥쪽으로 볼 세개가 빠지면서 처음을 순조롭게 풀아가는 운선이었다.

운선은 주먹을 꽉 쥐면서 투수를 노려봤다. 투수는 처음 세개의 공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태평한 표정이었다.

믿는 구석이 있는건지, 아니면 그냥 별 생각이 없거나 베짱이 좋은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뭔 생각을 하고있길래 저렇게 평온한거야?'

운선은 공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한편으로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투수는 예민한 포지션이다. 빗방울 하나에, 아주 약간의 기온차이로 충분히 흔들릴수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이 투수는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운선은 분명히 뭔가가 있는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 더욱 집중을 기울였다.

"후우..."

그러던 와중, 뒤쪽에 있던 포수의 입에서 명확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건지 운선의 눈이 잠시동안 포수를 쳐다봤다가 다시 투수에게로 돌아갔다.

'의견이 충돌하는건가...?'

그러면서 운선은 포수가 왜 그랬는지 자기 나른대로 추리를 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투수에 대한 집중력이 조금 떨어졌을 즈음

슈욱-

하고 언제 와인드업을 한건지 투수의 손을 떠나간 공이

파앙-

하는 소리와 함꼐 포수가 한가운데로 내민 미트로 완벽히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뭐, 뭐야?'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갑자기 들어온 투구. 운선은 당황하면서 미트를 쳐다봤다. 그리고 공이 정확하게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고는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아 맞다... 집중... 집중...'

그러면서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다가 다시 고개를 내리면서 자세를 잡았다.

'설마했는데... 먹혔네?'

한편, 포수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꼬리가 잠시동안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는 투수에게 사인을 보낸다음에 미트를 한가운데로 내밀었다.

'플랜 B'

'오케이'

투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단 오른발로 투구판을 밟았다. 그리고 오른손을 글러브 안에 집어넣고는 꼼지락 거리면서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아... 또 시간끄네'

이번에도 공이 오질않자 운선은 속으로 궁시렁대면서 배트를 내렸다. 그리고 잠시 타임을 걸었다. 그리고 잠시 타석 밖으로 나온 다음에 투수를 슬쩍 쳐다봤다.

'쩝, 타이밍 잡기 힘드네..'

운선은 시선을 돌려서 덕아웃을 한번 쳐다봤다. 하지만 아무런 사인도 없는 덕아웃, 용식은 옆에 서인을 힐끔 쳐다보면서 눈치를 보느라 정신없었고, 그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에휴...'

운선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타석 안으로 돌아왔다.

투수는 다시 타석으로 들어오는 운선을 말없이 쳐다봤다. 그러면서 그와 동시에 포수의 바뀐 사인을 확인했다.

'뭐가 어쨌든 간에, 똑같은 수에 두번 당할거라고 생각하나... 내가 바보도 아니고'

운선은 자세를 잡으면서 홀로 생각했다. 그리고 준비가 다 끝난듯 싶자 심판이 경기를 재개시켰다. 그리고

슈욱-

그와 동시에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더니

파앙-

하는 소리와 함께 포수의 미트 안으로 공이 들어갔다.

"아?"

운선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은채로 투수만 멍하니 쳐다봤다. 그리고 이번에도 당한걸 깨닫고는 자연스럽게 이빨이 갈리기 시작했다.

'하하... 또 당했네...?'

운선은 배트를 거칠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투수를 강하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매우 유리하던 카운트가 이제는 많이 불리해졌다. 운선은 그러면서 포수를 힐끔 쳐다봤다.

포수는 뭔가를 생각하는건지 쪼그려 앉은채로 아무런 움직임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서 운선은 배트를 더욱더 힘차게, 그러면서 조금 어색해 보이게 휘둘렀다.

'...저런 얕은수에 당할거라고 생각하는건가'

운선이 다시 시선을 돌린 다음, 이번에는 포수가 운선을 힐끔 쳐다봤다. 그리고 그런 그의 행동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째서 예선탈락인지는 알거 같네'

포수는 운선을 살짝 비웃으면서 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존 안에만 들어오게 해'

'알겠어'

투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른발로 투구판을 지그시 밟았다. 그리고 운선을 잠시 노려보다가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고는 힘차게 공을 뿌렸다.

슈욱-

투수의 손을 떠나간 공은 막힘없이 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운선의 배트도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이 미트에 거의 다다른 순간

휙-

공의 힘이 갑자기 줄어들더니 그대로 뚝 떨어져버렸다.

"으앗!"

티잉-

운선은 뒤늦게 배트를 내려봤지만 이미 늦은 상황, 그러나 컨트롤이 좋았던건지 간신히 빚맞하면서 공이 바닥을 맞고 3루수 쪽으로 천천히 굴러갔다.

3루수는 앞으로 달려나오면서 천천히 상체를 숙였다. 그 사이에 운선은 1루를 향해서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공을 잡은 다음에 1루로 던지는 순간

"세이프!"

운선의 발이 먼저 들어오면서 심판의 판정이 내려졌다.

────────────────────────────────────

139화-패자부활전 8강(3)2015.11.3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