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40화 (140/255)

우리 동네 야구팀-140화

"후우..."

1회초가 끝나고 1회말. 수혁이 마운드 위에 올라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일정과는 전혀 다른, 강행군이라면 강행군인 일정 때문인지 몸 상태가 최상의 컨디션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중간 정도는 가는듯한 컨디션, 그러나 문제는 투구폼을 교정 중이라는 점이었다.

'하필 투구폼을 바꾸는 도중에 이런 일정이... 그나마 먼저 득점을 한게 다행이지...'

수혁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바닥에 떨어진 로진백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손으로 살며시 주물럭 거리면서 왼쪽 타석으로 들어서는 타자를 쳐다봤다.

'어제 받은 정보에 의하면 이 팀은 타선이 매우 화끈하고, 적극적인 배팅을 한다고 했었어. 그에 반해 투수진은 조금 빈약한 부분이 있고...'

수혁은 어제 받은 정보를 떠올리면서 머릿속으로 오늘 볼배합의 커다란 틀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로진백을 바닥에 툭 던지듯이 내려놓고는 허리를 살짝 숙였다.

'일단 바깥쪽 직구로 얼마나 적극적인지 확인해보자'

'오케이'

종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트를 바깥쪽으로 내밀었다. 수혁은 확인한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쉰 다음에 왼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다리가 천천히 올라가면서 몸의 중심이 오른쪽 다리로 한껏 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게줌심을 앞으로 내밀면서 동시에 왼다리가 뻗어나갔다.

그 사이에 처음에 한군데에 모아져있던 양팔은 양쪽으로 쭉 뻗어졌다. 왼손은 미트를 향해있었고, 오른손은 원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굽혀졌다.

그러다가 왼손이 지면을 콱 밟았을떄, 오른팔이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그와 동시에 높이로는 그 의 머리 오른쪽, 앞뒤로는 머리 바로 앞의 위치에서 공이 미사일처럼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슈욱-

그렇게 떠나간 공은 막힘없이 빠르게 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종빈이 내민 바깥쪽으로 정확히 들어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공이 들어간 미트에서 한번, 그리고 심판의 입에서 한번, 시원하고 우렁찬 소리가 울려퍼볐다.

그러나 그닥 좋은 표정이 나오지 않는 종빈, 뭔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상시랑 뭔가 다른게 있는건지 종빈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뭐지...? 왜 평상시보다 공이 더 빠르고 묵직한거 같지...?'

종빈은 갑자기 달라진 공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건 타자도 마찬가지, 그는 멍하니 공이 들어간 미트를 쳐다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흠... 들은 바로는 투구폼이 거의 사이드암에, 커브랑 투심의 변화가 좋은 기교파라고 들었는데, 지금 이 공은 거의 스리쿼터에 직구 빵빵 쑤시는 정통판데? 공의 구위나 구속도 그렇고,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공들 중에서 가장 빠른편이야 '

타자는 경기전 간단히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살짝 헬멧을 고쳐썼다. 그러면서 아까보다 배트를 더 짧게 쥐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크게 스윙해서는 안될거같고, 짧게 툭툭 치고 나가야겠다. 그리고...'

'짧게 갖다댈 생각인가 보네'

종빈은 그런 타자를 잠시동안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 그 점을 고려하면서 수혁에게 사인을 보냈다.

'커브, 훅 떨어트리자'

'커브...? 오케이'

수혁은 살짝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커브 그립을 잡은 다음에 타자의 손을 유심히 노려봤다.

타자의 손은 평범하게 짧게 잡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등에서 왠지 모르게 이상한 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타자에게서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왠지... 떨어지는 공을 노리고 있을거 같은 기분이...'

수혁은 뒤로 돌아서 유격수와 2루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뭔가 떨어지는 공을 노려서 애매한 타구가 나올거 같은데...'

그러다가 결정했는지 덕아웃을 슬쩍 고개를 돌려서 용식을 쳐다봤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뒤로 돌아선 다음에 손짓으로 내야를 전부다 불러모았다.

잠시뒤, 포수 종빈을 포함한 내야수들이 모두 수혁의 주변으로 모였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수혁을 쳐다봤다.

"뭔데?"

"뭘 하려고 1회부터 불러내는거야?"

"지금부터 후진 수비로 들어가자"

수혁은 담담한 목소리로 짧게 말했다. 그러자 모두들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후진수비야?"

"지금 타자도 배트 짧게 잡았는데?"

그러면서 여러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수혁은 그런 그들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조금 잠잠해지자 입을 열었다.

"우선 방금 타자의 발은 오픈 스탠드였어. 안쪽을 노리겠다는거지. 하지만, 지금 타자의 팔을 보면 우리 팔보다 조금 더 긴 감이 있어. 거기에다가 배트도 짧지 않다는거지"

"그리고 배트를 짧게 잡아서 전 구역을 커트해버릴거다?"

수혁이 말하는 도중 성빈이 뭔가를 알아차렸는지 중간에 끼어들어서 대답했다. 수혁은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려던 말을 마저 이어나갔다.

"그리고 한가지 더, 어제 본 정보에 의하면, 저 팀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컨셉을 정해서 경기한다는거지"

"응? 컨셉?"

수혁의 말에 선민이 의아한 표정으로 수혁을 쳐다봤다.

"예를 들자면, 어느날은 툭툭 갖다맞추는 스윙을 하기로 하면 경기 처음부터 적어도 한바퀴는 그렇게 간다고. 되든 안되든. 계속 똑같이 가다보면 하나쯤은 걸리겠지. 뭐 이런식이야. 주사위를 계속 굴리다보면 자신이 생각한 눈금이 언젠가는 나오는거랑 같은 원리지"

"아... 알겠다. 그렇다면 뜬공이나 애매한 타구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우리는 그걸 잡기 위해서 후진 수비를 하자. 이거네?"

수혁이 할말을 어느정도 다 끝내자 호진이 알겠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렇지. 우리가 어제 받은 정보로에 의하면 상대는 작전을 유연하게 바꿔가는 팀이 아니야. 하나를 정하면 그걸로 굳게 나아가는 팀이야. 아마 먹힐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내 컨디션이나 투구폼이나 완전히 안정된게 하나도 없는 상태이고"

"오케이, 그럼 후진 가면 되는거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네들이 잘 아는거 같으니까 가야지 뭐"

수혁의 말이 끝나자 모두들 비슷하게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얘기가 끝난듯하자 각자 자기 자리쪽으로 돌아가서 아까보다 몇발짝 뒤로 간 위치에 멈춰섰다.

수혁은 그런 야수들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 모두들 적당히 뒤로 물러선듯 피자 다시 타자에게로 시선을 돌ㅅ다.

타자는 야수들을 한번 쓱 훑어보고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까와 똑같은 자세를 잡았다.

'역시, 뒤로 뺀거를 알고도 그대로 가네'

수혁은 숨을 길게 내쉬면서 아래쪽으로 내밀어진 종빈의 미트를 쳐다봤다. 그리고 커브 그립을 잡은 다음에 천천히 왼다리를 들어올렸다가 최대한 변화에 신경쓰면서 공을 뿌렸다.

슈욱-

수혁의 손을 떠나간 공은 그대로 쭉 뻗어나갔다. 배트도 간결한 스윙을 그리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휙-

그러다가 거의 다 왔을즈음, 60도 정도의 각도로 뚝 떨어지는 투구. 그러면서 타자의 배트도 재빠르게 아래로 내려갔다.

티잉-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약하면서도 맑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타구는 천천히 내야를 거쳐서 외야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마이볼! 마이볼!"

터업-

"아웃!"

타구의 방향을 확인한 호진이 크게 소리치면서 콜을 외쳤다. 그리고 뒤로 조금 이동해서 여유롭게 포구. 내야 뜬공으로 가볍게 처리되었다.

────────────────────────────────────

141화-예영의 코칭(1)2015.12.0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