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41화
터업-
"아웃! 게임 셋!"
그뒤로 수혁의 작전은 완벽하게 먹혀들고 3회말, 방금 막 9번타자를 내야 뜬공으로 잡으면서 완벽하게 대승을 거둘수가 있었다.
"아자!"
게임이 종료되자 수혁은 한번 크게 포효하고는 마운드를 천천히 내려왔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오는 야수들, 그리고 모두들 가볍게 글러브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한편, 몇 되지도 않는 관중석에서 그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왼손에는 거의 바닥난 물병이 들려있었다.
'...역시, 상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그에 맞는 작전을 지시하는데에 매우 뛰어나. 대진운이 나빴을 뿐이지, 그것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강력한 우승후보나 못해도 다크호스로 거론되고 있었을지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얼마 남지 않는 물을 입안으로 탈탈 털어넣었다. 그리고 유유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분명 양팀 모두다 구조적으로는 약한 팀이 아니야. 특징이라면 한쪽은 타선이 더 부각되었고, 한쪽은 투수진이 더 부각되었을뿐'
그는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혼자 유유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서 왼손에 들려있던 물병을 옆에 스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그가 본 그 팀은 분명히 구조상으로는 그닥 약한 팀이 아니었다.
오히려 뚝심이 있는 개성이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그 개성은 이런 단기전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변수 하나로 인해서 운명이 완전히 판가름 날수있고, 너무 우직하게 한가지 길로 가다보면은 당할수 있는게 단기전의 특성이었다.
수혁은 그 점을 알고는게다가 그 개성을 오히려 역이용을 하면서 제대로 꽁꽁 틀어막아서 완승을 거둬냈다.
그는 그런 수혁을 떠올리면서 굳은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D.라이더즈는 치고 올라온다. 감독의 실력도 이미 검증되어있고, 엄청난 파워를 가진 4번타자, 언제나 팀을 든든히 지켜주는 에이스와, 탄탄한 센터라인이 있다. 거기에 지난번에 슬쩍 지나가면서 들은 바로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도 있는거 같았고...'
그러다가 그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고개를 잠시 뒤로 젖혔다가 다시 원상태로 되돌렸다.
'D.라이더즈... 무서운 팀이야. 아마 엄청나게 치고 올라올거다...'
*
'거의 다 적응했네'
어느 평범해 보이는 여고생의 방 안. 그 안에서 예영이 편한 자세를 취한채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녹화된 영상을 보는거지만, 3이닝 경기에, 그녀가 휙휙 넘기면서 대충 봤기 때문에 금방 다 볼수가 있었다.
"그럼... 지금쯤 집에 왔겠지?"
예영은 혼자 중얼거리면서 침대위에 그대로 엎어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눈을 붙이면서 그대로 뻗어버렸다.
*
다음날 월요일 방과후. D.라이더는 평상시처럼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바뀐 스타일에 적응해 나가면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어느 한쪽 구석에서 전화를 받고있는 모습의 용식, 그의 얼굴에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 서려있었다.
"야, 올거면 기척은 주고 말하던가... 갑자기 바로 앞에서 전화주는건 뭐냐..."
[아, 상관없어. 그냥 훈련하는 모습좀 보려고 온거니까. 소개는 나중에 본선 가서나 해도 되고. 그럼 간다!]
띠링-
그의 통화상대는 다름아닌 예영, 그녀는 별 상관없다는 말투로 대답하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아... 쟤는 애가 생각이 있으면서도 어떨떄는 또 생각이 있나 할정도로 무모한거 같기도 하고..."
용식은 끊어진 휴대폰을 쳐다본채로 가만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 앞으로 내밀어지는 손 하나. 예영의 손이었다.
"뭐해? 훈련장은 어디고?"
"어른을 만나면 인사는 좀 해라 인마"
용식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검지손가락으로 예영의 이마를 툭 밀었다.
"아 왜 자꾸 꼬마취급이야!"
"꼬마니까 꼬마취급하지 뭐"
예영이 화내는듯한 반응을 보이자 용식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좁아보이는 운동장을 가리켰다.
"훈련장은 바로 위에. 운동장이 많이 좁은데, 내 스타일대로 하기에는 간신히 맞더라"
"오빠 스타일대로면 공간은 그리 많이 차지하지는 않는데? 얼마나 작은거야?"
예영은 살짝 놀라면서 발걸음을 조금 더 빨리 재촉했다. 그리고 마침내 운동장에 도착한 순간
"와... 진짜 작다..."
예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한숨같은 탄성을 내저었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운동장을 한번 쓱 훑어봤다.
"음... 경종고 있을때랑 별반 다를바가 없네?"
"내 스타일 누구한테 주겠냐"
"그럼... 우선 천천히 둘러본다?"
"오케, 둘러봐"
용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보라고 손짓을 했다. 하지만 예영은 용식의 손목을 잡고는 그를 같이 데려갔다.
"난 왜?"
"감독이 선수들 상태는 알아야 할거아냐"
"야, 조정은 이미 내가 다 끝냈는데?"
용식은 의아한 표정은 지으면서 예영을 쳐다봤다. 하지만 예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용식을 어딘가로 끌고갔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선수들을 탁탁 가리켰다.
"저기, 안수혁. 쟤 타격 손 안봤잖아. 오선민도 타격 조금만 손보면 파워 장난 아닐거 같고"
"야, 그건 단기간에 고치기도 힘들고, 다른걸로 메울수 있으니.."
"아, 닥치고. 내가 고칠테니까 따라와"
예영은 용식의 의견을 묵살하고는 그를 계속 끌고갔다. 그리고 수혁의 뒤에 선 다음에 용식에게 눈짓을 보냈다.
"하아... 수혁아 잠깐만"
"네?"
용식의 부름에 뒤를 돌아보는 수혁,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눈에 예영의 얼굴이 들어왔다.
"응...?"
그 순간 아까까지만 해도 진자하고 거친 숨을 내쉬던 수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이건 뭔가...' 하는 얼굴의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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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예영의 코칭(2)201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