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43화 (143/255)

우리 동네 야구팀-143화

부웅- 부웅-

시합 이틀전, 요일로 치면 목요일 저녁. 개운중의 운동장은 매우 고요하고 어두웠다.

그와중에 그 고요함을 깨는 배트소리, 운동장 한구석에서 배트를 돌리고 있는 수혁이었다.

타격폼을 바꾼 이후로 수혁은 계속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까지는 그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있었다.

어떨 때는 폭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때도 있었고, 또 어떨 때는 배트가 너무 아래서 나오기도 했었다. 그는 그럴때면 더욱더 악으로 깡으로 계속 배트를 휘둘렀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그의 얼굴은 매우 진지하면서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배트를 손에서 놓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자!'

매우 힘들어하는 자신을 속으로 달래고 달래면서 홀로 남아 연습을 한 시간이 약 두시간, 그 사이에 땀이 잘 나지 않는 그의 몸은 완전히 땀 범벅이 되어있었다.

부웅- 부웅-

하지만 수혁은 배트를 내려놓기는 커녕, 계속 악을 쓰면서 배트를 돌리기 시작했다.

가끔씩 스윙이 어이없는 궤적으로 가거나 힘이 떨어져서 제대로 안나올때면잠깐 심호흡을 하면서 정신을 다시 붙잡을뿐, 절대로 손에서 배트를 내려놓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팀을 이끌고, 올려놔야돼... 계속 지금처럼 야구하고 싶어...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탈락했을때의 상실감과 패자부활전의 부담감이 너무 큰 탓이었을까, 수혁은 이미 지칠대로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면서 자신을 달래기 보다는 한번이라도 더 해야 한다면서 보채는 느낌까지 들고 있었다.

'한번, 한번만 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지쳐가는 몸을 달래고 재촉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리고 그 의지도 어느덧 한계에 다다른 순간

터업-

"이제 그정도면 됐어"

용식이 오른손으로 그의 배트를 꽉 잡았다.

"..."

수혁은 그런 용식을 힘없는 눈을 한채로 쳐다봤다. 용식은 그런 수혁에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만, 이정도면 충분해"

"아뇨, 이정도로는 부족해요. 난 어떻게든 게속 야구하고 싶다고요..."

수혁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힘으로 배트를 빼내려고 했지만, 용식이 손에 힘을 더욱더 꽉 쥐면서 수혁이 배트를 돌리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수혁은 그제서야 분하다는듯이 한숨을 내쉬고서는 손에서 배트를 놓아버렸다. 용식은 잘 생각했다고 하면서 배트를 잡은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뭔가 할말이 있는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혁아, 너무 모든 짐을 혼자서 짊어지려고 하지마라. 마운드에서도, 타석에서도, 너만 너무 짐을 짊어지려고 하지마"

"...네?"

수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로 용식을 쳐다봤다. 용식은 살짝 애잔한 표정을 지으면서 하던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처음 이 팀이 만들어졌을 때는 잘 모르겠지만, 이젠 너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괜찮아. 애들의 실력도 많이 좋아졌고, 너네들을 지휘해주는건 감독인 내가 있어. 그리고 너희들을 경기 외적으로 지원해주는 스폰서, 전력분석원, 매니저등 수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어"

어떻게보면 전부 다 네가 데려오고 만든거지. 네 역할은 거기까지야. 그정도면 충분해. 그런 일까지 너무 짊어지려고 하지마. 다른 사람들이 불안하더라도 믿어주고, 계속 지켜봐줘. 너도 알잖아, 그 사람들도 자신의 역할에서 나름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란거"

이제 넌 네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것, 그리고 너의 투지와 열정을 이끌어내서 불태우는 것, 이거 두가지면 충분해. 너무 많은 짐을 지려고는 하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네 뒤에는 네가 데려왔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다는거, 그거 하나만 기억해"

용식이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수혁의 의아해하던 표정은 점차 숙연해지면서 뭔가 진지지기도 했지만, 막 배트를 내려놓을떄의 절박함, 걱정들은 어느새 다 사라져버리고 조금이나마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단 집에가서 푹 쉬고, 토요일에 보자"

용식은 할말이 다 끝나자 수혁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배트를 건네준 다음에 운동장 밖으로 걸어나갔다.

"..."

수혁은 가만히 서서 그런 용식을 말없이 쳐다봤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용식이 했던 마지막 한마디가 게속해서 되뇌여졌다.

'난 혼자가 아니다... 뒤에 수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다...'

*

그리고 이틀뒤 토요일 구의야구장. 패자부활전 4차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연때처럼 가볍게 몸을 풀고있는 양측 선수들, 하지만 여태까지의 패자부활전과는 다르게 중계카메라로 보이는 것들이 몇대씩 배치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 마련된 임시부스, 그 안에서 캐스터와 해설위원으로 보이는 두명의 남자가 목을 풀면서 몸을 푸는 선수들을 지켜봤다.

"위원님, 이거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만든 기회를 아주 제대로 살렸어요"

"이미 실력좋은 몇몇 팀들은 팬들도 생겼다고 하던데요?"

"그건 본선에 진출한 팀들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여기 패자부활전에도 몇몇 팀들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더군요"

두 사람은 살짝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선수들을 계속 지켜봤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입은 쉬지를 않고 있었다.

"근데 저 D.라이더즈도 분명히 실력은 있어 보이는데 별로 못뜨더라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직까지 커다란 임펙트가 없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만..."

위원은 살짝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D.라이더즈의 덕아웃을 쳐다봤다.

'그래도 유용식 감독이라면, 충분히 우승도 노려볼만하지. 게다가 늘상 영혼의 콤비도 같이 따라다니니까...'

"자, 방송시작 1분 전입니다!"

둘이 그러던 도중, 문이 절반정도 열리면서 스태프가 준비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그 둘은 자료들을 깨끗히 정리하고는 물 한모금을 들이킨 다음에 머리에 헤드셋을 끼웠다.

그리고 방송이 시작되는 순간

[전국의 야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오늘 황룡기 전국 동네야구대회 패자부활전 4강의 캐스터를 맡은 임병찬]

[저는 해설위원을 맡은 박구연입니다]

자연스럽게 멘트를 내뱉으면서 중계를 시작했다.

*

"후아..."

"야, 오늘은 스타트만 잘 끊자. 나머지는 2이닝은 애들이 잘 막아줄거야"

"오케이"

한편, 마운드 위에서 수혁과 종빈이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가 종빈이 고개를 끄덕이고 수혁의 어깨를 툭툭 쳐준 다음에 다시 홈으로 내려갔다.

종빈이 내려간 마운드, 이젠 수혁이 홀로 서있었다. 수혁은 숨을 길고 가늘게 내쉰 다음에 종빈이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그리고 타자를 지그시 쳐다보면서 심판의 콜이 나오길 기다렸다.

"플레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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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패자부활전 4강(1)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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