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야구팀-144화
"플레이볼!"
심판의 콜이 울리자 타자는 곧바로 자세를 잡고는 수혁을 노려봤다. 반면에 수혁은 느긋하게 타자를 쳐다보면서 종빈의 사인을 기다렸다.
'내가 요 근래 마운드에 좀 서보면서 느낀건데, 괜히 타자를 째려본다고해서 기세싸움에서 이긴다거나 그런 효과는 없더라고. 그냥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집중만 하면 되는거야'
수혁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글러브 안에 집어넣은 로느손으로 공을 요리조리 돌려댔다.
'초구는 한가운데 직구로'
'허를 찌른다라... 오케이'
이어서 종빈의 사인이 나오자 고개를 끄덕이는 수혁. 그리고 천천히 왼다리가 올라갔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공이 미트에 들어간 순간, 심판의 목소리가 쩌렁하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면서 감탄하는 해설진, 그러면서 캐스터 병찬이 먼저 말을 꺼냈다.
[위원님, 오늘 D.라이더즈의 선발투수는 누구죠?]
[아, 이 투수는 D.라이더즈의 에이스라고 할수있는 안수혁 투수입니다. 직구는 조별리그를 한 팀들을 통틀어서 중간정도지만, 커브, 투심,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와 야구부라고 해도 믿을만한 정확한 제구가 특징인 선수입니다]
[아- 그럼 D.라이더즈의 투수운용은 안수혁 투수를 중심으로 돌아가겠군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유용식 감독이 혹사로 갑자기 은퇴한 케이스라서 혹사는 절대로 피할겁니다]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는 중계석, 그 사이 마운드에서는 수혁이 두번째 공을 던졌다.
티잉-
[1번 유진호 타자의 빚맞은 타구, 유격수 앞으로 힘없이 굴러갑니다]
타자는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러봤지만 빚맞아버린 타구, 그러면서 타구는 유격수에게 힘없이 굴러갔다.
용식은 앞으로 달려나와서 안정적으로 타구를 잡아냈다. 그리고 가볍게 1루에 송구하면서
퍼엉-
"아웃!"
[단 2구만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는 유진호 타자, 게임의 선두타자가 저러는건 그닥 좋지 안아보이는데요...]
[그렇습니다. 1번타자는 공격의 선봉장, 리드오프입니다. 모름지기 리드오프라면 좋은 컨텍능력과, 선구안으로 출루를 이끌어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단 2구만에 물러나 버렸습니다. 게다가...]
[그리고 들어오는 2번타자 석준현선수, 2번타자 치고는 펀치력이 꽤나 있습니다]
해설을 하던도중 다음타자가 들어오자 해설이 곧바로 설명에 들어갔다. 해설도 계속 하려던 말을 멈추고는 방금 막 들어온 타자를 쳐다봤다.
타자는 진지한 표정을 한채로 수혁을 쳐다봤다. 그리고 배트를 몇번 가볍게 돌려보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대충 보니까 내가 딱 좋아하는 투수네. 딱히 내세울만한 변화구도 없는거같고, 직구 속도도 내가 따라갈만한거 같고. 일단 초반이니까 가볍게 쳐야겠네'
타자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수혁이 공을 던지기만을 기다렸다. 마침 수혁도 종빈의 사인을 받고 고개를 끄덕인 상황, 그러나 그는 더이상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어, 뭔가요? 안수혁 투수, 사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만히 서있습니다]
[아무래도 일종의 수싸움 같습니다. 정확히는 타이밍 싸움같군요. 던지는 타이밍까지 조절하는 투수라... 동네야구 수준은 아닌것 같아보입니다]
캐스터는 움직이지 않는 수혁을 보면서 의아해했다. 그러나 해설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수혁을 대단하다는듯이 평가했다.
[아무리 그래도 동네야구, 그것도 패자부활전인데요? 그저 잠시 뭔가 문제가 생긴게 더 설득력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아, 거의 대부분은 임병찬 캐스터님의 확률이 더 높죠]
캐스터는 그건 아닌것 같다는 투로 해설에게 반문했다. 해설은 그런 캐스터의 말을 인정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러나 할말을 다 끝내기 전에
티잉-
하는 소리와 함께 이번에도 타구는 유격수 쪽으로 힘없이 굴러갔다.
[유격수 이호진 선수, 앞으로 달려나옵니다]
이번에도 앞으로 천천히 나오는 호진, 그리고 가볍게 잡은 다음에 1루로 송구해서 아웃을 만들었다.
[석준현 선수는 단 1구만에 유격수 땅볼, 그런데 방금 투수의 투구가 심상치 않아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선 지금 나오는 리플레이를 보시면 공이 직구처럼 쭉 나가다가 마지막에 투수의 오른쪽으로 공 두세게 정도 빠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중계화면에 나오던 리플레이를 보던 캐스터는 해설의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 투심인가요?]
[네, 아마 그런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리고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해설은 캐스터의 물음에 대답을 해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뭔가를 더 말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살짝 저으면서 대충 얼버무렸다.
'대회가 정식적으로 개최된건 아직 세달도 안됐어. 그 짧은 기간내에 그정도 투심을 던질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지금 이런 대회에서 뛰고있을리가 없지'
해설은 잠시 수혁을 집중한채로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면서 덕아웃에 있는 용식에게로 슬쩍 시선을 옮겼다.
'용식군... 만약 내 감이 맞다면 D.라이더즈는 충분히 다크호스로 떠오를수 있을수도 있겠구만...'
*
"후아..."
중계진이 열심히 중계를 하는 한편, 수혁은 마운드 위에서 가볍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의 눈은 타석으로 걸어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음...'
종빈은 타석에 들어오는 타자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타임을 외치고는 마운드 위로 걸어올라갔다.
"뭐야?"
수혁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종빈을 쳐다봤다. 종빈은 자신의 입가에 미트를 댄 다음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수혁아, 깜빡한게 있는데"
"뭔데?"
"오늘도 서클 안쓸거지?"
"응. 일단 서클은 본선가서 좌타가 좀 많거나 위기상황에 쓸려고"
"오케, 그러면 간다"
종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홈으로 돌아갔다. 수혁은 그런 종빈을 보면서 실없이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보면 쟤도 은근히 특이하단 말야... 나중에 물어봐도 되는걸..."
수혁은 그러면서 타자에게로 시선을 살짝 돌렸다. 타자는 수혁을 위협하는건지 커다란 덩치로 배트를 힘차게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무덤덤하게, 그러면서 속으로는 살짝 미소도 지으면서 타자를 쳐다볼 뿐이었다.
지금 타자도 보기엔 실력이 없어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혁은 이미 수많은 타자들을 상대해봤고, 엄청나게 괴물같은 타자들도 수없이 상대해봤다.
둘다 경험이 없는 상태라면 모를까, 이미 무시할수 없는 경험이 쌓인 수혁은 그정도의 위협으로는 더이상 위축되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간 것이었다.
'커터, 몸쪽으로 붙여'
'오케이'
어느새 홈으로 돌아간 종빈이 수혁에게 사인을 보냈다. 수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글러브 안에서 커터 그립을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왼다리를 들어올리면서 가볍게 던졌다.
슈욱- 파앙-
"스트라이크!"
"어엉?"
힘차게 들리는 심판의 목소리, 타자는 포수의 미트 위치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배트를 다시 잡으면서 수혁을 쳐다봤다.
'흠흠, 방금은 운이 좋았던걸거야. 그리고 이정도 구속이라면 충분히 맞출수 있을거같다. 일단 공을 쵣한 지켜보면서 풀스윙은 자제하자'
한편, 수혁은 느긋한 표정으로 타자를 쳐다봤다. 그리고 의외의 반응에 조금 놀라면서 종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오오...? 생각보다 침착한데? 어디 믿는 구석이 있는거같네'
그러면서 허리를 약간 숙인 다음에 자신의 오른손을 왼쪽 어깨에 가져대댔다. 직접 사인을 내겠다는 의도였다.
'커브, 한번 떨궈보자'
'...콜'
종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트를 한참 아래쪽으로 내밀었다. 수혁은 고개를 끄덕인 천천히 왼다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에 최대한 신경쓰면서 팔을 휘둘렀다.
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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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패자부활전 4강(2)201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