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동네 야구팀-145화 (145/255)

우리 동네 야구팀-145화

부웅-

수혁의 손에서 공이 떠난 직후, 타자도 배트를 내밀면서 짧고 간결한 스윙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절대로 공에서 떨어지지 않는 시선, 그러면서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살짝 번지기 시작했다.

'오케이, 아까보다 훨씬 더 느리고 치기 좋다!'

타자는 자신이 칠것을 확신하면서 더욱더 자신있게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공이 갑자기 대각선으로 뚝 떨어지면서

부웅-

"스트라이크 투!"

매우 뻘쭘할 정도로 어이없는 헛스윙이 되어버렸다.

"어엉?"

"음? 나 커브있는거 몰랐나?"

그러면서 둘다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우선 타자는 놀란 눈을 하면서 미트를 멍하니 쳐다봤다. 마치 저런 공이 올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수혁도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타자를 쳐다봤다. 하지만 타자와는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었다.

'내가 커브를 가지고 있는거 몰랐나? 아니, 그래도 조금만 정보를 모아보면 충분히 나올텐데... 거 참 이 대회에 대충 임하는건지, 아니면 우리쯤이야 쉽게 이길수 있다는건지...'

수혁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종빈이 던져주는 공을 가볍게 받았다.

'그렇다면야... 다음에 어떤 공을 가야할지는 뻔하네'

수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허리를 약간 숙인 다음에 종빈에게 사인을 보냈다.

'한가운데 직구로 간다. 누를수 있을떄 누르는게 좋아'

'오키'

종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가운데로 미트를 내밀었다. 그리고 수혁의 왼다리가 천천히 올라갔다가 앞으로 쭉 나오면서 오른팔이 빠르게 휘둘려졌다.

슈욱-

그리고

파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타자를 삼진으로 완벽히 요리해버렸다.

*

[마지막 3회, 지금 D.라이더즈는 3이닝을 모두 무실점으로 잘막아냈고, 이제 마지막 공격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과연 오늘 경기가 여기서 끝날지, 아니면 연장으로 돌입할지 전혀 예측이 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뒤로 경기는 투수전 양상을 띄면서 팽팽하게 흘러갔다. 비록 3이닝 경기이지만 그 사이 투수전의 느낌과 긴장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수혁부터 시작해서 영훈, 선민, 상민으로 이어지는 D.라이더즈의 투수진은 상대 타선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수혁 다음으로는 주자도 한두명씩 내보내고 조금 불안한 모습도 있었지만, 결국 실점은 시키지 않고서 3회까지 잘 벼텨왔었다.

그러나 상대편의 투수도 그들 못지않게 잘 막아내고 있었다. 설사 맞더라도 단타 하나, 2루 이상으로는 절대로 내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맞게된 3회말, 선두타자 산욱. 산욱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우타자 타석으로 들어갔다. 그다음 평상시보다 배트를 짧게 잡고서 투수를 쳐다봤다.

'일단 어떻게든 살아나가자'

산욱의 눈에서는 어떻게든 살겠다는 의지가 보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포수도 그걸 느꼈는지

투수는 그런 산욱을 덤덤하게 쳐다봤다. 그러면서 포수의 사인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 4번타자이긴 한데, 지금 모습을 봐선 장타 생각은 없어보이네. 무난하게 갈수 있어보이네'

투수는 속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어서 포수의 사인이 오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공을 던졌다.

슈욱- 파앙-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그대로 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산욱은 가만히 선채로 포수의 미트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그의 입에선 한숨이 작게 새어나왔다.

'가만히 서서 커트한다고 되는공이 아니다. 역시, 첫타석에서도 그랬고, 장난 아니네'

산욱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배트를 평상시대로 길게 잡았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세게 투수를 노려봤다.

'그럼 갖다대서 땅볼이 나오느니, 차라리 큰걸 노린다!'

'음? 배트를 길게 바꿔잡았네?'

한편, 산욱의 그런 모습을 본 투수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을 지은채로 산욱을 쳐다봤다. 그러면서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아까와는 다른 그립을 쥐었다.

'손의 위치를 봐서는 원래 스윙대로 나가려는 생각같고, 그렇다면 그런 녀서들에겐 요걸로 가줘야지'

투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포수도 동의하는지 사인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한번 가볼까?'

투수는 여유롭게 왼다리를 들어올렸다가 앞으로 쭉 뻗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오른팔을 힘차게 휘두르면서 공을 놓는 순간, 손목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놓아버렸다.

슈욱-

그러면서 투수의 손을 떠나버린 공. 공은 미트를 향해서 그대로 쭉 뻗어나갔다.

'으핫!'

그와 동시에 산욱의 배트도 빠르게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시합할떄보다 훨씬 더 빠르고, 부드러워진 스윙이었다.

그러면서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공과 배트, 그러면서 산욱의 모든 신경은 공에 더더욱 쏠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공이 배트에 거의 다 왔을즈음,

슈욱-

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힘없이 뚝 떨어졌다.

"...!"

산욱은 놀라면서 뒤늦게 수습해보려고 했으나, 이미 배트가 너무 나가버린 바람에 그대로 몸이 돌아가버렸다.

부웅-

"스트라이크!"

[아... 김산욱 선수, 경기 후반에도 4번타자 답지 못하게 너무 맥없이 당하고 있습니다]

심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그러면서 캐스터가 안타깝다는듯 멘트를 내뱉었다.

[음... 이건 아무래도 이 경기의 특성같군요]

해설은 리듬을 타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 경기의 특성이라뇨? 혹시 동네 야구라서 그런겁니까?]

캐스터는 뭔가 싶으면서 해설에게 고개를 돌렸다. 해설은 약간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보통이면 초반이었을 3회이지만, 일정상 3회가 마지막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급해지고, 저런 헛스윙도 나올게 되는것 같아보입니다]

[아... 그렇군요. 오늘 경기는 3이닝 경기, 확실히 그럴만도 하겠습니다]

캐스터는 해설의 말에 공감하면서 다시 그라운드로 시선을 옮겼다. 그라운드에는 산욱이 잠시 타임을 외친건지 그가 잠시 타석 밖으로 나와있었다.

[음... 확실히 그런것 같아보이군요. 김산욱 타자, 아무래도 조급해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성준호 투수는 오히려 여유로워 보입니다. 이런게 별거 아닌것 같아보이지만 승부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흔히들 말하는 강심장 같은것들인가요?]

[네, 바로 그렇습니다]

산욱이 잠시 정비를 하는동안 중계진은 자기들끼리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중계를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산욱이 타석에 돌아오자

[아, 타자 다시 타석에 돌아왔습니다]

라는 캐스터의 멘트와 함께 다시 고요해졌다.

*

"하아..."

방금 타석으로 막 들어온 산욱, 그는 비장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그러면서 배트를 꽉 쥐고서는 투수를 쳐다봤다.

'내일도 경기가 있다. 어떻게든 체력을 아껴놔야 돼. 지금, 여기서 어떻게든 끝내버려야 된다'

속으로 각오를 다지는 산욱, 그다음 자세를 잡고 투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흐음... 지금 상황 보니까 한번 더 던지면 먹힐거 같네'

한편, 투수는 산욱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번에도 자신이 직접 사인을 내밀었다.

'어차피 뒤에 녀석들은 얘보다 더 쉬워, 여기서 얘를 꽉 눌러버리면 의욕도 더 떨어질거같고. 가자'

'음... 오케이, 조여보자'

포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트를 내밀었다. 투수는 차분히 숨을 들이마신다음, 천천히 왼다리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 쭉 뻗으면서 오른팔을 힘차게 휘둘렀다.

슈욱-

공은 아까와 같이 힘차게 쭉 뻗으면서 날아갔다. 그리고 아까와 같이 산욱의 배트도 빠르게 튀어나왔다.

'친다, 친다, 친다!'

산욱은 모든 신경을 공에 집중, 또 집중하면서 전력으로 배트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공과 배트. 그러다가 거의 다 왔을즈음, 공이 아까와 똑같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흐아압!'

하지만 이번엔 당황하지 않는 산욱, 오히려 이럴줄 알았다는듯이 배트의 궤적이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트가 앞으로 다 나온순간

까앙-

하고 맑고 커다란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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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타이밍, 간절함, 조건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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